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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의 시사칼럼] 권력이 오만해져도 ‘역사는 흐른다’

입력 2020-02-03 11:29 | 수정 2020-02-03 23:36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979년 10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집권 제1당인 민주공화당과 집권 제2당인 유신정우회가 다수결 날치기로 당시 김영삼 제1 야당 총재를 국회의원직에서 제명했다. 이때 김영삼 총재가 했던 말이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였다.

산업화와 수출 드라이브로 나라 경제를 일으켰던 박정희 대통령이었지만 권력이 오만해지면서 다수결의 힘으로 야당 총재를 국회에서 제명하는 정치적 패착을 둔 게다. 그 후의 일은 역사에 기록된 그대로이다. 

꼭 40년 뒤인 지난 연말에도 국민은 그런 기시감(旣視感)을 느꼈다. 여당이 제1야당을 배제하고 나머지 원내비교섭 정당의 의원을 모아 소위 ‘4+1’이라는 과반협의체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한 ‘선거법개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이어서 ‘검찰개혁’을 한다면서 ‘고위 공직자 범죄 수사처 법(이하 공수처법)’도 같은 방식으로 통과시켰다. 

겉으로는 지극히 합법적 절차를 거친 것처럼 보이지만 제1야당을 배제하고 나머지 비교섭단체를 긁어모아 만든 ‘4+1’ 과반협의체로 ‘선거법개정안’을 밀어붙인 행위는 운동경기에서 상대 팀을 제치고 경기규칙을 멋대로 바꿔서 경기를 치르려는 거나 다름이 아니다. 어떤 변명을 들이대든 결코 정당하고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공수처법도 별반 다를 게 없다. 2019년 한해 내내 정가를 뜨겁게 달구었던 검찰개혁이라는 것도 기실은 권력자의 ‘검찰 길들이기와 검찰 힘 빼기, 경찰 힘 실어 주기’가 목적이고 ‘공수처’라는 새로운 권력기관을 만들어 권력자가 사법권을 손아귀에 넣기 위한 것이다. 권력이 오만해질 때 흔히들 일어나는 현상이다. 움켜쥔 권력을 더 세게 더 오래도록 쥐기 위함이다. 

그런데도 일단 국회법 절차에 따라 개정선거법이 통과되었고 공포되었으니 오는 4월 15일의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개정법으로 치를 수밖에 없을 터다. 국회선진화법이란 걸 만들어 물리적 충돌은 생기지 않았지만, 여당과 그 1, 2중대 역할을 한 군소 정당이 ‘4+1’이라는 꼼수 모임을 만들어 제1야당과 협의 한번 없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도록 법을 고쳐서 통과시킨 것이니 그 노력의 대가를 총선에서 찾으려 할 테다. 그러려면 여당이 무리수를 많이 둘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서 촛불 위세로 만들어진 권력의 가려졌던 민낯이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계절 찾아오듯 레임덕의 시간도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다. 얼추 삼 년쯤 세월이 지나니 임기 시작하던 날 점심 먹고 테이크아웃용 커피잔 들고 청와대 뜰 잔디 위를 걸으며 소탈한 국민의 정권처럼 보였던 모습이 인제 와서 보니 연출이 아니었는가 생각하는 국민이 많아졌다. 국민이 실망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비록 연출이었더라도 국가 안위와 살림살이라도 잘 챙겨야 했는데 사회주의적 이념 실천과 권력 재창출, 정적 척결만 몰아치다가 나라가 찌그러져 가고 있어서다. 

전 청와대 대변인은 호기(好期)에 돈 좀 벌려고 부동산에 몰방했다가 여론이 들끓자 물러났다. 그런 뒤 부동산 규제 정보를 알고 그러했는지는 몰라도 더 센 규제조치가 발표되기 전에 큰 차익을 내고 되팔았다, 일 년 사이에 서민의 상상을 뛰어넘는 불로소득을 취한 게다. 그런데 이제 그 차익을 사회에 기부하고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댄다. 블랙코미디라 해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그 인사가 투기로 얻은 이익금을 사회에 기부한다고 그걸 선행(善行)으로 볼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하겠지만 기부의 선(善)한 의미가 크게 훼손될 판이다. 단기 투기로 얻은 돈을 기부하는 걸 선행으로 볼 수 있을지 짚어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도박으로 딴 돈을 기부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 도둑질해서 얻은 돈으로 기부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 그런데도 그걸 통 큰 선행이라 스스로 생각하면서 국민의 대표가 되겠다는데, 국민이 그걸 받아들일까? 글쎄이다. 후흑(厚黑)의 극치이다.           

청와대의 울산 지방선거 개입 혐의로 검찰에 출두하던 전 청와대 고위인사는 검찰에게 훈수하듯 충고하고 협박한다. 공직기강비서관도 검찰이 자신을 기소한 것은 불법이고 허위여서 올 7월에 공수처가 설립되면 검찰총장을 벌줄 거란다. 호가호위(狐假虎威)의 대단한 위세이다. 이 또한 국민의 눈엔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으로 비친다.     

권력자들이 그렇게 하느라 보낸 삼 년의 세월에 70년간 선대가 힘들여 일궈온 나라의 경제가 거덜 나고 있다. 경제가 거덜 나서 쪼그라드니 청년들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나라의 미래이고 허리인 30·40대가 일자리를 못 찾고 헤매니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알뜰살뜰 쌓아 놓았던 국고는 바닥나고 대신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거기에 새해에 들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발 ‘우한 폐렴’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젠 진부한 지적이 되었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나, 탈원전 정책이나, 반기업 친노동 정책이나 어느 하나 경제 발전에 득이 되지 않고 경제를 후퇴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잘되고 있다는 말로 호도하고 있다. 힘없는 국민, 말없이 생업에 종사하는 국민이 무슨 죄가 있어 힘든 세상을 맞이해야 하는가? 그런 사람들에게 권력의 칼을 다시 쥐어 줄 것인가를 곰곰이 잘 생각해봐야 한다. 

대한민국 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국민은 오만한 권력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그런 국민이 만든 역사가 자유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그래서 4월 총선에서도 국민의 깨어난 자유민주의식이 발현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한 번 기적의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 권력이 오만해져도 역사는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역사도 그렇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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