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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트레킹] 증평 율리 ‘등잔길’, “물위 걷는 착각에 빠져”

등잔길 유래, 과거 보러 간 선비 3년 밤 등잔불 들고 기다린 처녀‘망부석’
좌구산 손두부촌 ‘모두부’에 신김치 ‘찰떡 궁합’…순물 맛도 일품

입력 2020-01-07 21:53 | 수정 2020-01-08 14:02

▲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의 한 겨울에도 걷기 좋을 정도로 잘 조성된 등잔길. 등잔길에는 잔설이 남아 있지만 대부분 평지여서 겨울에 더욱 걷기 좋은 코스다.ⓒ김정원 기자

충북 증평군 증평읍 율리 삼기저수지 등잔길은 증평군민 뿐만 아니라 청주시민들의 주요 관광지로 인기가 높다. 청주에서 승용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서다. 

등잔길을 가는 길은 증평읍을 거쳐서 가는 길과 청주에서 세계 3대 광천온천수를 맛볼 수 있는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초정을 둘러 가면 안성맞춤이다. 

등잔길 가는 길은 가장 먼저 좌구산 제1관문이 반긴다. 이곳에서 3분 정도 차로 올라가면 삼기저수지가 나온다. 등잔길은 삼기저수지(유역면적 1050㏊)와 남쪽 끝의 등잔골 산자락과 마주한 곳에서 만날 수 있다. 

등잔길 트레킹은 도로변의 저수지 입구 도로변에 차를 주차한 뒤 보도블록이 설치된 저수지 가장자리에 들어서면 먼저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 선생(1604~1684)이 한 아이와 책을 읽으며 걷는 조형물이 나타난다. 이어 삼기저수지 제방을 건너면 본격적인 등잔길이 시작된다. 

등잔길에 들어서면 저수지 오른쪽 끝부분과 등잔골 산자락에 성인 남자 가슴 높이로 어린아이가 걸어도 안전하도록 나무로 제작된 경계목과 데크길이 잘 조성돼 있다. 

등잔길은 아주 단아하고 예쁜길이다. 언덕이 없어 겨울에 눈이 내려도 걷기 편할 정도로 부담없는 산책길이다. 특히 삼기저수지 수심을 관찰하면서 걸으면 더욱 좋은 트레킹을 만끽할 수 있다.  

◇ 등잔길 트레킹 성인 30~40분 ‘완주’

등잔길에서 계절마다 삼기저수지의 조망은 일품이다. 등잔길은 봄에는 벚꽃이,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은행잎과 함께 낙엽이 볼만하다. 이 길은 사람을 마주치더라도 부딪치지 않을 정도의 넓이로 아주 깔끔하게 조성돼 있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다. 

등잔길을 걷노라면 마치 물위를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물과 등잔골 산자락 밑 부분을 걷기 때문이다. 삼기저수지에는 물속에 뿌리를 박고 나무가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는 데, 물 표면에 부풀어 오른 타원형의 커다란 옹이가 시야에 들어오고 그 속이 비어있는 것이 눈에 띄인다. 

이것은 생육환경이 달라진 과정에서 ‘생존의 몸부림’를 치며 나타난 고통의 흔적이리라. 이 나무들은 저수지가 만들어 지기 전 이곳에서 성장했는데, 삼기저수지 완공으로 담수가 이뤄지면서 물속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등잔길은 산책하듯이 걸으면 40분, 빨리 걷게 되면 30분이면 완주할 수 있다. 

▲ 등잔길 중간에 세워진 김득신 쉼터.ⓒ김정원 기자

등잔길 중간 ‘김득신 쉼터’는 조선시대 ‘백이전(중국 역사책)’을 11만 3000번을 읽었다는 ‘독서왕’으로 유명한 백곡 김득신 선생이 가부좌를 틀고 책을 읽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백곡 선생은 죽은 지 300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책 읽기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은 후세들에게 자신의 대기만성 사례를 배우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등잔길을 조금 더 걷다보면 좌구산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두 마리의 거북이와 두 개의 알의 조형물이 설치된 거북이 쉼터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저수지를 조망하면 아주 좋다. 

좀더 걷다보면 산자락에 백곡 선생의 작품을 돌에 새긴 ‘율협도중(栗峽道中)’, ‘밤티가는 길’의 싯구를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어 고려시대 불상 율리 석조관음보살입상(충북도 문화재자료 제36호)이 “어서 오라”고 반긴다. 이 곳이 데크로 조성된 등잔길로의 끝이다.

이어 등잔길의 유래가 적힌 푯말을 발견하고 한참동안 그 유래(스토리)를 읽어보면 슬픈 전설이 담겨 있다. 그 유래는 이렇다.

‘삼거리 서남쪽 작은 골짜기에서 처녀와 선비가 사랑을 하다 선비는 과거를 보러 떠났다. 선비를 기다리던 처녀는 깜깜한 밤길에 선비가 넘어질까 등잔에 불을 밝혀 들고 3년 밤을 기다렸다. 기다리다 지친 처녀는 골짜기 어귀에서 등잔을 든 채 망부석이 돼 아직도 선비를 기다리고 있다. 망부석이 된 처녀의 모습이 등잔처럼 보여 처녀가 살던 곳은 등잔골이 됐다. 망부석 처녀가 날마다 선비 마중을 나와 이 길을 등잔길이라 부른다. 지금도 이 길을 걸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모여든다.(증평군)’

◇ 삼기저수지 동·식물 보고(寶庫) 

등잔길 유래비를 지나면 저수지에 놀고 있는 흰뺨오리가 반기고 이어 나무를 잘게 잘라 뿌려놓은 생태습지공원길을 걸으면 발바닥을 자극하는 지압효과를 톡톡히 보며 피로가 가시는 느낌이 든다. 등잔길 걷기는 지루할 새도 없다. 어느새 데크 아래 저수지 속에 잠겨 생존하는 수생 생물들의 질긴 생명력을 목격하면서 등잔길 트레킹은 마무리 된다.

등잔길을 품고 있는 삼기저수지에는 물억새와 범부채, 부처꽃, 쑥부쟁이, 흰뺨 검둥오리, 진박새, 무당개구리 등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 등잔길 위쪽 생태습지공원에 나무를 잘게 잘라 길 위에 뿌려놓았다. 이 길을 걸으면 지압 효과가 있어 피로가 싹 가신다.ⓒ김정원 기자

등잔길 트레킹을 완주했다면 이번엔 바로 위쪽 좌구산휴양랜드를 구경할 차례다. 이곳에는 율리 휴양촌, 좌구산천문대, 명상구름다리, 좌구산 하강레포츠, 김득신 선생 묘소, 가상현실(VR)체험장, 병영하우스, 캠핑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인근 증평읍내에는 광덕사 석조여래입상, 증평민속체험박물관, 원명 연병호 생가, 추성산성 북성‧남성, 에듀팜관광단지, 김득신문학관 등을 둘러보는 것도 유익하다.

◇ 손두부촌 ‘모두부’ 유명…순물 맛 ‘고소’ 

삼기저수지 등잔길에서 5분 거리에 좌구산 손두부촌 ‘모두부’가 트레킹을 한 뒤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 딱 좋은 토속음식이다.

15년 된 손두부촌의 주요 메뉴는 모두부다. 이 집은 김상복 씨(62)와 부인 김현옥 씨(52) 부부가 두부를 만들어 팔다가 지금은 아들 권회 씨(35)가 가업을 잇기 위해 두부를 부지런히 만들고 있다.

김 씨는 7년째 부모님과 함께 100% 국산 콩으로 두부를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직접 농사를 지어 콩을 조달했으나 지금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농협을 통해 국산콩을 매입하고 있다. 

이 가게에서 소비되는 두부는 연간 8000㎏, 하루에 소비하는 콩의 양은 25㎏ 정도다. 콩을 불리는 데만 여름엔 8시간, 겨울엔 8~9시간이 필요하다. 이어 콩을 두부 전용기계에 간 뒤 가마솥에 하다가 지금은 전용두부기계를 구입해 두부를 만들고 있다. 

김 씨는 “두부 만드는 과정은 습득했지만 손맛을 내는 데는 부모님을 따라갈 수 없다. 모두부를 찾는 사람이 많아 외부에 별도로 팔 만큼 여유 분량은 없다”고 설명했다. 

▲ 좌구산 손두부촌 모두부.ⓒ김정원 기자

김 씨는 청주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가업을 잇기 위해 귀향했다. 주말에는 외부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오고 평일에는 단골손님이 많이 찾는다. 순물에다 5모(조각)을 내놓는다. 맛이 고소하고 부드러워 일품이다. 다른 두부와는 식감이 뛰어나고 차이가 있는 데다 단백하며 순물은 아주 고소하다. 여름에는 쉽게 상해 ‘순물’을 관리하기기 힘들어 겨울에만 내놓는데 순물의 고소한 맛은 다른 집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가족끼리 장사를 하면서 가게를 좀 더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 김 씨는 파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데 남동생 인회 씨(33)도 2020년 3월에 합류키로 했단다. 

손두부촌 메뉴는 두부전골 1만원, 순두부전골 1만원, 능이만두두부전골 1만2000원, 자연산버섯찌개 1만2000원, 순두부 7000원, 모두부(두부김치) 1만2000원, 두부전 1만5000원에 맛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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