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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시사칼럼] 170여 년 전 ‘금군별장(禁軍別將)’과 2019년 ‘국방정보본부장’

입력 2019-11-07 17:18 | 수정 2019-11-10 15:26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조선 26대 고종의 아버지 흥선대원군의 젊었던 시절 이야기이다. 왕족이면서도 파락호가 된 이하응이 기생집을 드나들다가 어느 날 술집에서 추태를 부리는데 그곳에 있던 금군 별장(종2품 무관) 이장렴이 소동을 말렸다.

화가 난 이하응이 “그래도 내가 왕족이거늘, 일개 군관이 무례하구나” 하면서 소리 지르자 이장렴이 이하응의 뺨을 후려치고선 “한 나라의 종친이면 체통을 지켜야지 이렇게 추태를 부리고 외상술이나 마시며 왕실을 더럽혀서야 되겠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뺨을 때린 것이니 그리 아시오”라고 되레 호통을 쳤다.

1863년에 아들 고종이 즉위하면서 대원군이 된 이하응이 이장렴을 운현궁으로 불렀다. 부름을 받자 이장렴은 죽을 것을 각오하면서 가족에게 유언을 남기고 운현궁으로 갔다.

이장렴이 방에 들어서자 흥선대원군은 눈을 부릅뜨면서 물었다. “자네는 이 자리에서도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 이에 이장렴은 “대감께서 지금도 그때와 같은 못된 술버릇을 갖고 있다면 이 손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거침없이 대답했다. 이장렴의 말에 흥선대원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그 술집에 다시 가려고 했는데 자네 때문에 안 되겠군. ”그리고 오른손으로 자기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내가 오늘 좋은 인재를 하나 얻었다.”

흥선대원군은 이장렴을 극진히 대접하고 그가 돌아갈 때는 친히 문밖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하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금위대장 나가시니 앞을 물리고, 중문으로 모시도록 하여라. ”무장답게 목숨을 걸고 지조를 지킨 이장렴과 인재를 알아본 흥선대원군의 안목과 도량, 나라를 생각하는 충신과 지혜로운 주군의 옛 일화에서 요즘 나랏일 하는 사람들과 두 사람이 비교된다.

지난 6일 국회 비공개 국감에서 3성 장군인 국방부 김영환 국방정보본부장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동발사대(TEL)에서 발사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김 본부장은 10월 초 국감 때는 공개적으로 “북한의 ICBM은 현재 TEL에서 발사 가능한 수준까지 고도화되어 있다. 북은 ICBM을 TEL로 발사하기 때문에 동창리 미사일 실험장은 다른 용도로 쓸 것”이라고 말했었다.

국민의 눈에는 나라 안보 상태가 이전보다 훨씬 취약해졌고, 북한의 무력증강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다양해지고 있어서 안보 불안이 어느 때보다도 큰대도 청와대 국감장에서 안보실장이 북한의 미사일이 큰 위협이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미사일을 쏘는 장면을 초등학생이 봐도 미사일을 이동해 발사한다고 할 것임에도 안보실장은 아니라고 우겨댔고, 김 본부장은 애초에는 맞는다고 했다가 이제는 아니라고 한다. 청와대 국감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가 우기지 말라고 하니까 정부와 의회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정무수석이 안보실장을 거들어 버럭대며 삿대질하는 저질 추태까지 보였다. 야당 원내대표가 달을 가리키는데 안보실장을 손가락을 쳐다보고, 정무수석은 야당 원내대표에게 달을 가리킨다고 버럭대는 장면이다. 국민은 이미 그런 자들이 나라를 지켜줄 거라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지만, 이제는 혹시나 하는 기대마저 버리게 되었다. 

430여 년 전 임진왜란 전야에 일본에 통신사로 갔다가 돌아온 김성일의 입에서 도요토미의 얼굴이 원숭이 같고 조선을 침략할 위인이 못 된다는 보고로 전쟁 대비를 못 했고 그 결과로 백성이 곤욕을 치른 역사가 떠올려진다. 그때에도 김성일은 전쟁설이 퍼지면 민심이 동요될 것을 우려해서 그런 보고를 올렸다고 했다. 국감장에서 김성일이 했던 그런 식의 발언을 하던 정의용 안보실장을 보면서 430년 전의 전쟁 역사가 오버랩된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은 안중근 의사의 유훈이다. 나라 안보를 두고 소신 없이 말을 바꾸는 자, 나라의 안위보다 권력의 눈치나 보며 자리를 보전하는 자는 안중근 의사의 유훈을 따른다면 이미 군인이 아니다. 안보 소신을 지킬 수 없으면 계급장을 떼고 물러나야 마땅하다. 170여 년 전의 금군별장(禁軍別將) 이장렴과 2019년의 국방정보본부장이 자꾸 비교되는 이유이다. 

행동해야 할 때 행동하면 행동해도 허물이 없고, 말해야 할 때 말하면 말해도 후회가 없다. 김영환 국방정보본부장은 작금의 안보가 정상이고 북의 공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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