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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시사칼럼] ‘하현(下弦) 달’

입력 2019-10-06 22:47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작년 1월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통령 66회 생일인 1월 24일을 앞두고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시내 주요 지하철역에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판을 거는 소동이 있었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온화한 표정 짓는 대통령 사진 옆에 적힌 ‘1953년 01월 24일, 대한민국에 달이 뜬 날’이라는 문구가 곁들여진 광고였다. 

이 광고에서 김 아무개가 태어난 날을 ‘태양절’로 받드는 북한이 연상되었다. 대통령 성(姓)인 문(文)의 발음이 달의 영어단어(MOON)와 유사해서 대통령을 달로 비유했겠지만 광고를 걸었던 대통령 지지자들 생각이 자유민주시민의 상식을 벗어난 예사롭지 않았던 소동이었다. 전쟁의 참화와 산업화 시대를 힘들고 어렵게 겪었던 원로 세대의 눈에는 대통령을 ‘달’로 비유하는 생일 축하 광고가 ‘태양’으로 추앙받는 북한의 김 씨 왕조와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정치관 문제일 수 있지만 지지자들의 광고 소동 같은 무조건적 대통령 지지가 대통령의 불통, 외고집, 좌파적 이념을 더 부추겼을 수도 있다. 국민 갈라치기 정쟁과 끊임없는 종북 이념 갈등이 이미 그 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던 게다.

‘달’ 광고 소동 당시 문 대통령은 그의 지지자들에겐 소위 떠오르는 달인 ‘상현(上弦)달’ 이었다. 상현달은 날이 갈수록 빛이 더 밝아지고 보름달을 기대하는 소망을 품는다. 적어도 지금부터 일 년 9개월 전의 대통령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그런 상현달이었다. 대통령 취임 일주년도 안 된 때였고 적폐청산을 앞세운 사회개혁과 이른바 대중 영합적 경제정책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고공 행진할 때였으니,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그런 거침없는 일탈에 일부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대다수 국민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달을 쳐다봐야 하던 때였다. 

당시에도 문재인 정권의 중대한 정책 오류가 국민의 상식으로도 훤히 보였지만 지지자들은 그게 바른 방향이라 우겼고 문대통령은 지지자들로부터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할 만큼 한없이 추앙받던 때였다. 비록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어도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이니 ‘설마 나라를 망치고 막가는 정치를 하지는 않겠지’라는 한 가닥 기대도 있었다. 그래서 ‘달’ 대통령 받들기 광고에 우려는 했지만 그냥 묻어갔었다. 아마도 그 때까지만 해도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본색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런데 잘못된 정치와 무능 행정, 무식 정책이 빚어낸 결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70%를 웃돌던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는 상황으로 정치 환경이 바뀌자 문정권의 좌파독재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그 본색의  첫 조치가 ‘사회주의자 조국(曺國)지키기’이다. 

온갖 의혹으로 가족과 친척까지 조사받는 사람이 법무장관 자리에 앉아 사법개혁, 검찰개혁을 할 거라니 국민이 아연해지는 게다. 국민은 이런 초유의 블랙코미디를 본 적이 없었다. 조국은 과거에 자신이 SNS에 썼던 글처럼 지금 자기가 5000만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고 분열시키고 있는데 그걸 애써 외면하고 있다. 그런 자를 지키려고 당·정·청 인사들과 열렬지지자들이 큰 방패 노릇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권 권력자들은 이들의 무조건적 지지를 등에 업고 누가 뭐라던 자기편끼리 정권을 지킬 심산이다.   

이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대통령과 여당 정치권의 정권 지키기 희망에 민심은 갈수록 차가워진다. 지난 10월 3일 서울역, 남대문, 시청광장, 광화문, 청와대 앞, 종로와 을지로에 운집했던 국민의 함성은 성난 민심의 표출이었다. 국민은 대통령과 정권의 오판을 지적하고 크게 질타했다. 그러나 정권인사들은 정권의 잘못을 질타하는 10‧3 집회를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동원 집회’라 폄훼했다. 훗날 크게 후회할 막말이다.

여권인사는 서초동 대검청사 앞의 9‧28, 10‧5 조국수호 촛불 집회를 ‘깨어 있는 국민의 절박함에서 시작된 집회’라고 추켜세운다. ‘촛불혁명 시즌2’라면서 그게 국민의 진정한 뜻이라고 한다. 촛불 들고 서초대로로 모인 군중을 100만, 200만, 300만이라 뻥튀기 하면서 촛불혁명의 재현을 기대하고 있다. 권력에 취해서 떠나는 민심이 안 보이는 게다.

천지창조 이후 세상의 어떤 달도 차면 기우는 게 자연의 순리이다. 권력의 부침도 달의 변화와 다를 바 없다. 지금 민심은 기우는 달을 가리키는데 권력자들은 달 가리키는 손가락을 쳐다보면서 손가락이 가늘다느니 떨고 있다느니 한다. 민심은 빛이 바래지고 기울어지는 하현달을 가리키는데, 권력자들은 손가락질하는 민심을 탓한다.

민심은 대통령을 빛이 바래고 기울어가는 하현달로 여긴다. 하현달은 곧 그믐달이 될 터이고, 자칫 흉흉한 민심의 구름에 가려 그 모습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민심의 힘은 쓰나미와 같다. 쓰나미는 파도의 파장이 너무 커서 먼 바다에선 눈으로 식별이 안 된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쓰나미가 해변에 이르면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괴물이 되어 육지를 덮친다. 

하늘이라는 민심이 달을 가리키며 조국(曺國)을 버리라는데 하현달이 된 권력자가 조국을 껴안고 있다. 대통령 임기의 반환점도 아직 7개월이나 남았는데 달 때문에 하늘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 하현달은 하늘에 겸허해야 하고 하늘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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