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공유하기

로고

[박규홍 시사칼럼] ‘개천의 붕어, 개구리, 가재와 하늘의 용’

입력 2019-08-24 13:30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입 큰 개구리 비유가 나도는 세상이라 개구리 우화가 떠오른다. 
아늑한 산골짜기 잔잔한 연못에 개구리들이 자유롭고 평화스럽게 살고 있다. 화초가 우거진 물가에서 노래 부르고, 피곤하면 바위 위에서 푸른 하늘 쳐다보며 마음 놓고 낮잠을 잔다. 해가 기울어 배가 출출해지면 물속으로 뛰어든다. 물속의 벌레와 송사리 떼를 아무리 잡아먹어도 줄어들지 않는다. 아득한 옛날 개구리의 조상이 연못에서 터를 잡아 온 이래, 이 연못에는 일찍이 이렇다 할 풍파조차 일어난 일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는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하늘을 뒤덮은 날짐승들이 하늘에서 연못가로 내려왔다. 연못가의 높은 바위에 엄청나게 큰 검은 독수리가 앉더니 소리를 냅다 지르자 뭇새들은 국궁재배하고 엎드린다. 독수리 옆에 있던 큼직한 매가 엎드리지 않고 곁눈질을 하는 까투리를 잡아 독수리 왕 앞에 대령한다. 또 얼마 뒤에 하늘과 땅이 한꺼번에 뒤집히는 듯 한 소리가 나더니 사자를 선두로 짐승들이 질서정연하게 행렬을 이뤄서 연못 옆을 지나간다. 이 광경을 본 개구리들은 간담이 서늘했다. 

독수리를 왕으로 모시고 일사불란하게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날짐승의 세계와 사자를 선두로 질서정연하게 행렬을 이루는 들짐승들을 보고 한 개구리가 권력 욕심에 “우리 개구리들도 왕을 모셔 무질서를 타파하고 정돈을 하자”고 제의한다. 약삭빠른 얼룩개구리가 이런 기회를 이용하여 개구리들을 선동하여 지도자를 모시기로 하고 제우스신을 찾아가 지도자를 내려달라고 간청을 한다. 반면에 한 초록 개구리만 혼자서 그게 아니라며 깊은 탄식을 한다.  

제우스신은 날짐승은 날짐승대로, 들짐승은 들짐승대로 질서가 있고 개구리는 개구리대로의 질서가 있기 마련인데, 스스로 멍에를 쓰려고 덤비는 개구리의 노예근성을 딱하게 여기고 개구리의 어리석음을 탓하면서도 큼직한 통나무를 개구리의 왕으로 내려준다.

제우스신이 내려준 통나무가 자기들의 왕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얼룩이를 비롯한 개구리들은 통나무 앞에 정렬해 대령하지만, 당초부터 자유 그대로의 삶이 좋다고 생각했던 초록개구리만은 통나무를 업고 출세하려는 얼룩개구리를 비웃는다.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도자가 아니라 의식적 편의라고 하면서 통나무에 올라타고 낮잠까지 즐긴다. 초록개구리의 행동이 천벌을 받을 걸로 겁먹고 얼룩개구리들은 통나무가 있는 물을 떠나 뭍으로 갔지만 물을 떠나 살 수는 없었다. 제우스신이 내려준 통나무는 천벌을 내리기는커녕 개구리들의 놀이터가 되어 연못의 문명이 한걸음 더 나아지게 된다.
  
왕을 내세워 권세를 누리려던 얼룩개구리는 통나무에 불만을 품고 개구리들의 총의를 조작하여 다시 제우스신 앞에 가서 새로운 왕을 내려달라고 간청을 한다. 개구리의 간청에 마지못해 제우스신은 황새를 왕으로 내려준다. 연못가에 황새가 내리자 얼룩이의 기세는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연못에는 이때부터 공포가 휩쓴다. 초록개구리는 역적으로 몰려 망명을 떠나고 남은 개구리들은 차례차례로 황새의 먹이가 된다. 황새 먹이의 찌꺼기는 얼룩이의 먹이가 된다. 왕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새로운 윤리가 선포되지만 먹이는 고갈되고 평화롭던 연못은 졸지에 지옥이 된다.

참다못한 초록개구리가 검둥개구리와 함께 제우스신에게 가서 포악한 황새를 불러올리고 통나무 왕을 복위하여 달라고 간청을 하지만 제우스신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제우스신이 초록개구리에게 “너희들 스스로 원하고 행동하고 이룬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섬기지 않고는, 굽실거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너희들 노예근성 탓이다. 자기중심의 망상, 의식의 조작, 간악도 힘이다.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에게 이기는 것은 대자연의 법칙이고 만물의 운명이다. 비극의 근원은 의식이고, 의식에 뿌리박은 노예근성, 의식의 세계에 돋은 독버섯에 불과한 자기를 물어뜯어 없애라.”(김성한의 우화 ‘개구리’를 참고했음)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향유하지 못하고 스스로 멍에를 쓰려고 자청하는 인간의 어리석음, 권력을 믿고 대중 위에 군림하려는 사악함이 자행되는 인간 세상을 비유한 우화이다. 자유 민주 대한민국을 버리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을 만들려는 좌파세력의 시도에도 무감각하게 따라가는 적지 않은 수의 국민들에게 던지는 경고성 우화이다.    

임명 청문회도 가기 전에 낙마할 가능성이 큰 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자는 어느 강연에서 “개천에서 용이 나긴 어려운 세상이니 용이 될 필요가 없다. 용이 되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이면 된다.”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자기 딸과 아들 등은 법의 사각지대를 잘도 빠져가면서 능력이 부족한대도 용으로 승천시키려 했대서 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개구리 우화에 나오는 얼룩개구리의 행태를 보는 듯하다.

또 서민들 멍든 가슴에 소금을 뿌려서 아리고 쓰리게 만든 그동안의 언행이 부메랑 되어 본인의 설화(舌禍)로 되돌아 왔다. 장관후보로 지명된 후 검증과정에서 드러난 그간의 행적과 상반된 그의 발언이 오히려 자신의 행적을 예언한 꼴이다. 본인의 ‘세치 혀’가 이렇게 되치기를 당할 줄은 미처 몰랐을 게다. 훤칠하고 준수한 용모에 공자님 같은 거룩하고 옳은 말로써 대중을 사로잡았던 천하의 조국이란 사람의 벼슬 운이 이제 다한 모양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겪지 말아야 할 삼재(三災)로 ‘초년등과(初年登科)’, ‘중년상배(中年喪配)’, ‘노년무전(老年無錢)’이 있다. 그 중에 ‘초년등과’의 재난이 그에게 찾아온 걸까? 겸손하지 못했던 지난 언행을 되씹고 성찰하라는 하늘의 꾸짖음 일까? 민심은 이미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개천의 붕어, 개구리, 가재가 하늘의 용을 끌어내리고 있다.

뉴데일리 경제

대구·경북

뉴데일리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