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보복’ 韓·日 파국… 시민단체 ‘촛불집회’ 등 규탄 잇따를 듯반도체·디스플레·자동차·배터리 업종까지 피해 전방위 ‘확산’
  • ▲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지난달 18일 유니클로’ 세종매장 세종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을 하고 시위를 펼쳤다.ⓒ김동식 기자
    ▲ 세종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지난달 18일 유니클로’ 세종매장 세종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일본 경제보복 규탄! 불매운동 선언’을 하고 시위를 펼쳤다.ⓒ김동식 기자

    일본이 2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양국 간 수교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으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각계에서 아베정권 규탄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 측의 계속된 중단 촉구는 물론 국제사회의 우려와 설득에도 불구,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주재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의결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국산업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백색국가는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일본기업이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현재 일본의 백색국가로 지정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모두 27개국이다.

    일본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첨단기술과 전자부품을 수출할 때 허가신청이 면제되는 국가를 말한다.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될 경우 안보상 수출심사 우호국가에게 주는 혜택인 수출 간소화 혜택이 철회되고, 1100여개 품목에서 강화된 수출 규제를 받게 되며, 수출 계약 건마다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결국 이번 조치로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들을 공급받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자동차, 배터리 업종으로까지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아베정권은 지난달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해 국내 각계에서 이에 일제히 반발, 일본 여행 자제 및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종시의회는 2일 일본 아베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제외 조치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일본 제품과 여행 상품 불매운동’ 전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의원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일본이 우리 정부의 전방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추가 경제보복 조치를 강행했다”며 “자유경제 시장 질서에 반하는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간 영역에서 확대되고 있는 일본 여행 상품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전 시민들과 단결해 전개함으로써 이번 한일갈등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충북도의회도 이날 일본 아베정부가 대한민국을 자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시킨 것과 관련, 일방적·보복적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의회는 성명에서 “일본이 반도체분야 수출규제 사유로 내세운 것은 모두 근거조차 없는 경제보복 행위”라며 “WTO 등 국제규범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 경제협력 파트너십과 동북아 안보협력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엄중한 사안으로 자유무역과 세계경제분업의 국제질서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행위”라고 역설했다.

    이어 “이번 조치를 중단하지 않으면 일본은 세계로부터 고립되고, 결국에는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면치 못할 것”이라 경고했다.

    특히, 국민주권실현 적폐청산 대전운동본부와 평화나비대전행동도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규탄시민행동 주최로 화이트리스트 배제 입장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4일 오후 7시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점 앞에서 촛불집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일본이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반성하기는 커녕 동아시아 평화체제의 시대적 추세에 역행해 군사 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을 경제·군사적 하위 파트너로 길들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 정부는 국민적 합의도 없이 적폐정권이 강행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즉각 파기하라”면서 “이번 사태를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에 기초한 새로운 한일관계 수립의 계기로 만들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한일관계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미국이 적극 나설 가능성도 있겠지만 “양국이 알아서 풀라”는 기본입장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해 한일관계의 돌파구를 찾기가 힘들어 보인다.

    한편 민주노총, 한국진보연대 등 682개 단체가 모인 ‘아베 규탄 시민행동’은 서울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수출규제에 이은 추가 보복”이라며 일본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를 향해 ‘분노의 촛불’, ‘정의의 촛불’을 들자고 시민참여를 호소했다.

    주말인 오는 3일과 10일 오후 아베정권을 규탄하는 행사를 열고, 8·15 광복절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를 갖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