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개방해 물 빠져, 강→도랑 전락... 수심 깊으면 못사는 흰수마자 돌아왔다고 셀프 칭찬
  • ▲ 멸종위기종 Ⅰ급 ‘흰수마자’ⓒ금강유역환경청
    ▲ 멸종위기종 Ⅰ급 ‘흰수마자’ⓒ금강유역환경청
    4대강 보 개방 후 금강 세종보(洑) 하류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가 발견된 것에 대해 정부와 환경전문가들 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보 개방에 따른 ‘자연성 회복’의 결과라고 홍보하는 반면, 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주장은 강 생태계에 대한 개념이 없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17일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환경부 소속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환경유전자를 활용한 담수어류 조사’ 과정에서 지난 4일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흰수마자 1마리를 처음 발견했다. 다음날인 5일에는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수생태계 변화 조사’를 수행한 장민호 공주대 교수 연구진이 이곳 일대에서 흰수마자 4마리를 추가 확인했다.

    세종보 하류 좌안 200~300m 지점서 발견

    이번에 흰수마자가 발견된 지역은 세종보 하류 좌안 200~300m 지점이며, 보 개방 이후 드러난 모래 여울로 흰수마자의 서식처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된 곳이다.

    환경부는 “흰수마자는 모래가 쌓인 여울에 사는 잉어과 어류로 한강, 임진강, 금강, 낙동강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라며 “그간 4대강 사업과 내성천의 영주댐 건설 등으로 강의 모래층 노출지역이 사라지면서 개체수와 분포지역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금강 수계에서는 2000년대까지 금강 본류 대전에서 부여까지 흰수마자가 폭넓게 분포했으나 보 완공 시점인 2012년 이후에는  본류에서 흰수마자의 출현이 확인되지 않았다.

    장민호 교수는 “지난해 1월 이후 세종보와 공주보의 완전개방(세종보 2018년 1월, 공주보 2018년 10월)으로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퇴적물이 씻겨 내려가고 강 바닥에 모래가 드러나면서 흰수마자가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금강 주변의 작은 냇가(지천)에 살고 있던 일부 개체가 이동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은 “환경부의 주장은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흰수마자는 수심이 얕은 모래 여울에 주로 서식하는데, 보 개방 후 발견됐다는 건 금강에 물이 빠지면서 '개천'이나 '도랑'으로 전락한 꼴이라는 것이다.

    "도랑서 사는 어류… 큰 강에 없어야 정상"

    수질환경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전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장)는 한 언론에 흰수마자 발견에 대한 환경부의 '자연성 회복' 주장에 대해 "강 생태계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사람들이 흰수마자가 나타났다고 좋아하고 있다"며 "이번에 흰수마자가 발견된 것은 금강이 '금천' 또는 '금도랑'이 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흰수마자는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얕은 개천에 사는 어류라서 금강과 같이 큰 강에 서식하지 말아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4대강 사업으로 본류에 수량이 늘자 흰수마자가 사라진 것이며 환경 당국은 멸종위기종 보호를 위해 그 종의 원래 서식처를 찾아 관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환경부가 보 철거 또는 상시 개방을 위해 흰수마자를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