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문화자원 가치 422억…동국대 손희준 ‘박사학위 논문’서 밝혀 ‘노거수 역사문화자원적 가치평가’…조달청 고시가격에 다중회귀분석법 이용
  • ▲ 보은 속리산 정이품송.ⓒ보은군
    ▲ 보은 속리산 정이품송.ⓒ보은군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 ‘정이품송(正二品松·천연기념물 103호)’ 후계목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최근 보은군이 일반인에게 유상 분양하려다 문화재청이 제동을 건 ‘보은 속리 정이품송’ 10년생 후계목의 역사문화자원적 가치가 422억원이 훨씬 웃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관심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동국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 손희준 씨의 박사학위 논문 ‘노거수의 역사문화자원적 가치 평가’(2018년)에 따르면 노거수(老巨樹)는 선조들이 남긴 귀중한 유산이면서 자연과 지역 문화가 조화를 이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손 박사는 국내 최초로 노거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며 그동안 노거수의 생육환경과 관리현황 등의 연구에 집중했다.

    그는 천연기념물과 시·도 기념물을 중심으로 국내 11곳의 노거수를 선정해 현장답사와 문헌조사를 바탕으로 가치 평가를 진행했다.

    노거수 가치평가는 조달청 고시가격에서 다중회귀분석으로 가격을 산출하고 생산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현장 입목가격으로 설정했다.

    아울러 노거수의 인문·역사, 성장 장소, 수형, 수목상태, 수세, 수령, 수종, 성장환경 등 8개 평가지표를 설정하고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했다.

    또한 평가지표는 국내외 선행 연구를 참조하고 전문가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선정한 뒤 계층분석법(AHP) 평가기법을 이용해 가중치를 설정했다.

    특히 정이품송은 8개 평가지표 중 수목 상태만 3급(50%)이었을 뿐 나머지 7개 계수는 모두 1급(100%)으로 나왔다.

    정이품송이 폭설과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졌고, 줄기부분의 85% 이상이 감염·부패했다.

  • ▲ 보은군이 10년째 양묘장에서 기르고 있는 정이품송 후계목.ⓒ보은군
    ▲ 보은군이 10년째 양묘장에서 기르고 있는 정이품송 후계목.ⓒ보은군

    손 박사는 천연기념물이기에 보호등급 가중치를 5²로 판정했고, 이들 값을 산식 1에 적용하니 정이품송 가치가 무려 422억1315만3105원이다.

    이 논문에서 분석한 11개 노거수의 가치 평가결과 속리산 정이품송의 가격이 가장 높았다.

    천연기념물 115호 경주 독락당 조각자나무(340억9939만2718원)와 경북도기념물 8호 양동의 향나무(337억907만1751원) 등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분석됐다.

    손 박사는 “논문에서의 정이품송 금액은 문화재청이 발표한 약 800억원의 절반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주변 관광자원을 고려하면 훨씬 더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보은군은 2008년 정이품송 솔방울에서 채취한 씨앗을 발아해 1년간 묘목을 길러 2010~2016년까지 군유지 양묘장에 정이품송 자목 1만여 그루와 정부인소나무 자목 1만1000여 그루를 옮겨 심어 후계목 증식사업을 벌여왔다.

    이와 같이 보은군은 10년째 정이품송 후계목 양성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며 자원보존을 위해 양묘장에서 기르던 후계목 1만여 그루를 최근 유상 분양하기로 했으나 문화재청이 유전자원 보존이란 당초 취지에 어긋난다며 판매를 보류토록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지난 4일 문화재청이 보은군에 “천연기념물 후계목을 일반에 판매한 사례가 없어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내왔다.

    문화재청은 정이품송 후계목 증식사업이 유전자 보존을 위해 추진된 만큼 일반 판매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인 것이다.

    군은 그동안 군유림에서 키운 1만여 그루 가운데 정이품송과 유전자가 99.9%이상 일치하는 200여 그루를 이달부터 한 그루당 100만원씩 일반인에게 판매할 계획이었다.

    속리산 입구에 있는 정이품송은 ‘세조의 속리산 행차 때 어가행렬이 통과하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전설을 지닌 소나무로, 특유의 원추형 자태를 뽐냈지만 솔잎혹파리 감염과 태풍, 폭설피해 등으로 가지가 부러져 지금은 원래의 모습을 잃은 상태로 남아있다.

    한편 정이품송은 1992년 왼쪽 큰 가지가 돌풍에 부러진데 이어 2009년에 또다시 왼쪽 가지가 부러지는 등의 수난을 겪은 뒤 충북도와 보은군 등이 후계목 육성에 공을 들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