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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생거 진천시장 ‘젊은피’ 수혈 시장 ‘활력’

전통 잇는 딸과 사위·힘 보태주는 젊은 아들

입력 2019-03-27 13:57 | 수정 2019-03-28 14:47

▲ 진천군 화훼단지에서 재배된 꽃들이 진천전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박근주 기자

충북 진천 시장은 예부터 이웃 음성이나 청주 육거리시장에 못지않게 번창한 곳이었다.

충북에서 가장 넓은 평야지대를 갖고 있어 인심이 후하고 물산이 풍부해 장이 서는데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평야지대를 일구기 위한 소의 도움이 절실해 우시장이 번성했고, 이웃 음성이나 괴산, 오창뿐만아니라 경기도 성환, 충남 조치원 시장과의 상인 왕래도 활발했다.

사람이 살기에 넉넉하고, 자연재해도 없어 생거진천(生居鎭川:살아서는 진천)이라는 말이 생기게 한 바탕이 됐다.

하지만 전통시장의 활력은 옛날에 미치지 못한다.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농촌인구의 감소와 대형할인마트의 등장, 교통의 발달, 인터넷 상거래 활성화 등 변화가 빠르고 넓게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진천군에 따르면 1980년대에는 전통시장 내에 점포수가 450에서 500개에 이를 정도였지만 지금은 이에 훨씬 못미친다.

특히, 협소하고 불편한 전통시장을 다리건너 새 부지로 이전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은 옛 영화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전통시장과 중앙시장이 분리되면서 상권이 중앙시장으로 이동했다.

중앙시장이 구시가지를 중심으로 자연스레 발전되고 있다면 전통시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별도 부지로 이사를 했다.

구 시가지와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이용해야 하고, 자동차를 이용할 줄 아는 젊은 층은 대형마트로 향하기 때문에 고객을 뺏길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5,10일 장날에는 그래도 인근지역 주민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침체된 시장에서 옛 영화를 꿈꾸며 도전에 나선 사람도 있다.

▲ 만물상회 김홍은씨가 목재로 만든 진열장 제품을 설명해 주고 있다.ⓒ박근주 기자

만물상회(진천읍 원동로 390번지 F동 125호)를 운영하는 김홍은 씨(45세).

그는 장모님이 하던 가게를 물려받았다. 주된 품목은 잡곡과 약재이다. 벌써 5년째다.

엄마가 하던 일이라며 아내가 애착을 버리지 못해 그동안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여기에 뛰어들었다.

주로 한약재를 판매해 왔는데 요즘은 곡물류도 많아졌다. 품목을 더 늘려 다품종 소량 판매 형식으로 바꾼 셈이다.

그동안 부모님세대가 해왔던 마냥 앉아서 기다리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어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전통시장이 점점 쇠퇴해 가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시장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 있고, 이것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과거의 방식만을 고집한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장점을 살리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전장을 낸 이유를 설명했다.

젊은 세대 답게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고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꾸몄다.

인터넷의 맹점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확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 소비자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했다.

약재의 종류와 원산지를 밝히고, 차를 끓여먹는 방법 등도 소개했다. 반응은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사무실도 다시 꾸몄다. 목재로 전시대를 만들고, 고풍스런 찻집 분위기가 나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은 좋다.

가게에 들러 물건은 사지 않아도 사무실을 배경으로 직접 사진을 찍고간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 봤는데 너무 예뻐서 들렀다는 것이다.

5일장이 서는 전통시장 어디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인테리어를 보러 왔던 젊은 애기 엄마는 미안하다면서 일부러 차 재료를 사가기도 했다.

더러는 차를 마시고 난 뒤 향이 좋다며 나중에 주문을 하기도 한다.

그는 “마냥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 한발 더 다가서는 상품 개발과 대형마트보다 싸게 파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대형마트가 할 수 없는 다품종 소량 판매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주변 분들이 주변분들이 싸고 맛있다고 칭찬을 한다. 150가지 전통 한방·곡물 품종이 경쟁력이다”고 강조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전방위 홍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보름때는 작은 포장의 ‘부럼’으로 대박을 치기도 했다.

그는 “전통시장이 군의 계획에 따라 강제이주를 하면서 찾아오는 손님이 더 줄어들었다”며 “군에서 버스 노선을 배정해 접근성을 높이고, 간판 사업을 벌여 전통시장이 보다 밝고 특색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부분에 군의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진천전통시장내 충청기물 가게 주인 이은아씨가 진열된 주방용품을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박근주 기자

이웃한 ‘충청기물’(원덕로 390번지 f동 124호)도 젊은 피가 수혈된 가게다.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이어 젊은 아들이 가게를 이어받았다. 가게 주인은 여전히 엄마(이은아·52세)다.

아들은 배달을 나가고 엄마가 가게를 지킨다. 휴일은 번갈아 가며 쉰다. 아들이 일요일, 엄마가 토요일을 쉰다.

아들에게 가게를 물려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가게에 애착이 가는 것은 시아버님께서 제 이름으로 가게를 물려주셨는데 아들도 아닌 저에게 그렇게 해 주신다는 것에 고마움에 앞서 부담이 컸다. 그때 마음 속으로 더 크게는 못해도 물려주신 것보다 작게는 안하겠다고 결심했다”며 “아들도 할아버지께서 주신 마음을 이해해 잘 꾸려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때 아동복 가게를 하려고 했는데 기물가게를 한게 어쩌면 더 잘 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보람도 밝혔다.

그를 더 강하게 했던 원동력은 시아버니의 삶이었다.

시아버지는 리어커로 불리던 손수레를 끌고 고물장사를 하시던 분이었다.

시아버지는 고물장사에서 엿냄비를 팔아 그릇가게로 키우셨다. 절약해서 한 걸음 한 걸음 부를 일구신 것이다.

며느리로서 당신의 뜻을 소홀히 할 수 없었고, 3남매를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고생도 많았다. 지금은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한 때는 집집마다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었던 대형 고무통이 무게가 많이 나가 배달하는데 이만저만 힘든게 아니었다.

고무통에 손가락이 끼어 살이 밀리고 뼈가 밖으로 드러난 적도 있었다.

차에 치여 빚어진 사고인데 죽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이후 16년째 매일 아침운동으로 건강을 다져오고 있다.

요즘은 전과 달리 고무통 판매가 줄었다. 과거에는 수입의 50%를 차지했지만 요즘은 주 판매 물품이 주방용품으로 대체됐다.

스테인레스 그릇이나 양은솥, 유리방, 접시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주요 고객도 바뀌었다. 젊은층과 외국인들이다. 모두 산업단지 입주 기업 영향이다.

기물가게라서 만나게 되는 것은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꼭 숟가락을 200~300벌씩 사간다고 한다.

본국의 지인들에게 선물로 가져가는데 꼭 한국산을 달라고 한다는 것.

그는 “가능하면 숟가락에 인삼이 새겨진 것을 추천하는데 중국산에서는 이런 디자인을 보기 어려워 믿을 수 있다”며 “또한 이곳에서 ‘부치개’를 할 때 쓰는 실리콘 ‘뒤집기’ 등 주방용품을 권한다”고 했다.

진천전통시장상인회 정기철(62)회장은 “현대화 계획에 따라 새 시설로 이전한 가게들이 당초 계획이 변경되면서 크게 위축됐다”며 “앞으로 버스노선 신설 등은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희망도 있다. 인근에 LH가 240세대 규모의 근로자 아파트 단지를 짓고 있어 유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통시장의 가치를 알고 돌아온 ‘젊은피’가 진천시장에 활기를 가져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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