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보조금 삭감 ‘법인 해산절차’돌입… “월권으로 민선 6기 결정 무시, 법적 대응”
  • 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 제공
    ▲ 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 제공
    충북 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이하 센터)가 단양군의회 보조금 삭감과 관련해 문을 닫고 법인 해산절차에 들어갔다.

    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를 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은 지난 15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법인 해산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센터는 조만간 조합원 총회를 열어 이사회가 결정한 ‘법인 해산절차’를 안건으로 붙여 해산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법인해산은 친환경농가로 구성된 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 조합원(190명) 3분의 2 참석에 3분의 2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아로니아 값 폭락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가들은 법인 해산 소식에 판로문제 등으로 난감해하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단양군의회가 지난해 12월 제273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아로니아가공센터에 지원하는 보조금 3억7000만원을 전액 삭감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군의회는 아로니아가공센터 위탁을 군의회의 동의 없이 군이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며 불쾌함을 드러내며 보조금을 삭감했다.

    군의회는 보조금 삭감에 이어 지난 1월 ‘아로니아 육성사업 운영 실태파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내달 30일까지 아로니아가공센터 운영실태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아로니아영농조합법인은 군의회가 월권을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가공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민선 6기인 지난해 6월 25일 단양군과 가공센터 민간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위탁기간은 2018년 7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29개월로 지원금은 모두 8억원으로 협의했다. 

    센터는 지난해 결정된 가공센터 보조금은 민선 6기 시절인 2017년 말 수립된 예산으로 전 7기 군의회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월권을 하고 있다는 주장을 펴며 법적대응도 고사하고 있다.

    여기에다 단양군도 일부 농민들이 가공센터에 지원되는 보조금에 의혹을 제기하자 지난달부터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특별회계감사를 벌이는 등 가공센터가 이중고를 겪었다.

    군은 지난 13일 한 달간 진행된 특별회계감사에서 별다른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자 이제는 외부에 경영진단을 받아 보겠다는 계획을 내놔 군의회 눈치 보기와 아로니아 농가를 고사에 빠트리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 단양의 아로니아 농가가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단양군
    ▲ 단양의 아로니아 농가가 열매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단양군
    일부 농가들은 가공센터 보조금 삭감으로 아로니아 제품생산이 멈춰 서자 의회와 군이 대안도 없이 ‘말대꾸 잘하는 가공센터 길들이기’라는 지적과 함께 아로니아를 처음 시작한 김동성 전 군수 ‘흠집 내기’라는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홍용식 단양아로니아가공센터 이사장은 “단양군의회가 의도적으로 아로니아 사업자체를 인정하려들지 않는다”며 “가공센터는 이익을 창출하는 곳이 아니라 재배농가들이 애써 가꾼 수확물을 수매해 신제품 개발·생산으로 단양아로니아 홍보로 농가소득을 연결시키는 고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김영주 군의장이 지난해 12월 센터 보조금 삭감으로 아로니아 농가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집회까지 벌이자 내년 3월 추경에 보조금을 다시 세워 주겠다는 약속까지 해 놓고 이제 와서는 ‘난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하는 등 더 이상 대화가 필요하지 않다”며 잘라 말했다.

    홍 이사장은 “의회가 추경에 보조금을 세워준다는 약속을 믿고 햅썹 인증으로 내달부터 농협 하나로마트와 군부대 납품을 위해 포장 디자인도 발주한 상태며 6차 산업선정으로 지원 받은 국비 1억5000만원도 반납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단양군은 마늘·고추·사과·잡곡 4가지 농산물에 매년 8억3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데 아로니아 농가들만 밉상을 받고 있다. 이번 가공센터 폐쇄로 단양아로니아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2월, 류한우 군수와 군 농산물마케팅사업소장, 김영주 군 의장과 의회 사무과장, 홍용식 가공센터 이사장과 서면으로 약속한 문서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뉴데일리가 단독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삭감된 민간위탁금 3억 7000만원은 1회 추경’과 관련해 군 의회는 가공센터 운영계획서 제출 시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추경 전까지 집행해야 할 포장제, 공공요금 등은 마케팅사업소(군)의 경상보조예산으로 우선 지원한다고 적혀있다.

    아로니아축제 삭감분 3000만원과 가공센터에 공압착즙기 설치비용 6500만원은 군에서 설치하고 아로니아 선별 인건비 5000만원도 추경에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로니아가공센터는 마케팅사업소와 협의해 자구계획을 포함한 향후 가공센터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아로니아 법인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 센터는 특별감사를 수용키로 하는 6가지 사항을 협의했다.

    협의서 서명에는 군에서 농산물마케팅사업소장이 군 의회는 의회사무과장이 센터는 홍용식 이사장이 6가지 사항에 합의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때 ‘왕의 열매’로 불리던 아로니아는 전국적으로 열풍이 불면서 최근 4∼5년 사이 부산에서 휴전선까지 아로니아 재배농가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이제는 천덕꾸러기 열매가 되고 있다.

    2013년 문을 연 단양 아로니아 센터는 660㎡ 규모 냉장창고와 착즙·농축 시설, 포장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재배농가들의 생산물을 수매하고 이를 통해 가공품을 만드는 곳은 단양가공센터가 전국에서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