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화부 장관 “박상언은 직업이 ‘문화재단 대표’”
  • ▲ 박상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이 뉴데일리와 인터뷰에 응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 박상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이 뉴데일리와 인터뷰에 응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김정원 기자
    도종환 문화체육부 장관은 박상언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을 만날 때마다 “직업이 문화재단 대표”인 사람이라고 부른다.

    기자는 인터뷰를 앞두고 박상언 사무총장에 대해 꽤 궁금했다. 그가 어떤 인연으로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을 맡았을까? 

    하지만 박 사무총장은 자신의 발탁 배경을 묻자 취임하기 전까지 한범덕 청주시장과는 일면식도 없다고 했다. 한 시장의 이름 중 성(性)을 ‘한’을 ‘함’으로 알 정도였다고 전했다. 

    박 사무총장은 “충북 청주와 인연은 대전문화재단 대표로 근무할 당시 청주공예비엔날레 행사 관람, 청주예술의전당 행사, 청주 맛집, 상당산성 등을 찾았을 정도로 꽤 여러번 왔다. 청주에 놀러 올 겸 많이 찾았다”며 청주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대뜸 박 사무총장에게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이 문화정책에 대한 질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먼저 물었다.

    그는 “청주시 문화산업진흥재단은 전국 17개 광역단체 중 경북을 제외하고 16개의 문화재단이 있는데, 문화재단이 있는 전국 75개의 재단(지방자치단체) 중 인원 규모로는 10번째 이내로 규모가 크다. 특히 경기 수원‧성남‧부천시 등 수도권을 제외하면 한강 이남에서는 청주문화재단이 3번째 안에 든다. 하는 일로 따지면 단연 으뜸”이라고 평가했다. 

    박 사무총장은 “청주는 일반 문화예술창작 등 일반 문화재단 기능, 문화산업 진흥기관 기능을 갖고 있고 공예비엔날레 등 세 가지 기능에다 영상위원회까지 포함하고 있다. 업무과정에서 충돌과 전력 분산이라는 우려가 있음에도 통합적으로 잘하고자 노력해 왔다”고 평가하고 “재단이 20년 가까이 되면서 ‘공예비엔날레 담당 조직을 별도로 해야 한다’는 청주시 혁신기획단의 안(案)이 매우 적절했다. 기관이 하나 신설됨에 따른 경상비의 추가 수요가 그 공예 재단을 법인화하는 독립화 작업 속에 얻는 실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예비엔날레, 공예페어, 한국공예관 운영(공예관 클러스터) 등 공예 자체에 대한 엄청난 실익이 있을뿐더러 조직의 상당 부분이 공예비엔날레에 투입되면서 공예비엔날레 이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최소화해 온 경향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한 ‘풍수 효과’가 아니라 본질적인 효과가 엄청나게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예비엔날레를 20년 간 운영하면서도 안팎으로 한계라고 하는 ‘공예산업화의 문제’, ‘청주에 공예문화의 뿌리’를 내리는 문제 등 그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박 사무총장은 “문화예술과 문화산업을 한꺼번에 하는 기관이 92개 문화재단 중 그래도 겉으로 확 드러낼 수 있는 곳, 본질적인 결합을 할 수 있는 재단은  경남문화진흥원과 청주문화재단 정도다. 그렇다면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에 대한 기대는 크고 제기능을 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에서 25년 간 문화정책과 행정을 담당한 뒤 울산문화재단과 대전문화재단 등 6년 간 일을 맡았던 박 사무총장은 “기초단위의 특성과 역할이 주어지는 반면 광역단위는 기본적으로 큰 정책 전략 등 큰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지원하면서 시작한다. 기초단위 문화는 현장 냄새를 맡아가면서 직접 시민들과 직접 겪고 손을 잡고 하는 일이다. 기초단위는 현상성, 발로 뛰는 행정이 제일 중요하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는 그 앞에 둔 큰 단위보다는 더욱 압도적으로 그 우위에 있어야 한다. 그 속에서 객관성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 ▲ 박상언 사무총장이 사무실에 걸린  ‘문화로 함께 웃는 청주를 위하여 다시 뜁시다’라는 문구를 가리키고 있다.ⓒ김정원 기자
    ▲ 박상언 사무총장이 사무실에 걸린 ‘문화로 함께 웃는 청주를 위하여 다시 뜁시다’라는 문구를 가리키고 있다.ⓒ김정원 기자
    박 사무총장은 “흔히 우리 문화정책‧문화행정에서는 영국에서 나온 ‘팔 길이의 원칙(Arm’s Length Priciple’)으로 운영원리, 팔 길이만큼 떨어져 있어야 한다. 정부와 청주시가 지원한다고 하나하나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팔 길이만큼 떨어져서 재단에 자율성을 준다는 원리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책임만 크게 물으려는 경향이 몇 년 전까지 있어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율성은 책임성과 함께 줄 때 자율성의 가치가 빛난다. 마찬가지로 책임성은 자율성을 함께 주지 않으면 덮어 씌는 것이다. 팔길이 원리를 ‘불가근 불가원’이라고 흔히들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자유 책임 균형 운영의 원리’라고 본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무리 현장 친화적이고 현장에 있더라도 그 현장에 있는 사업수행자들과 너무 혼돈이 돼 있으며 ‘공사(公事)’가 안 된다. 거기서부터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행정 원리는 ‘더불 암스 랜스 프린스(Double Arm’s Length Principle)’다. 일반 문화현장은 시‧도가 중앙정부, 광역, 기초이든 예술가와 예술가의 관계와 행정부(재단), 정부가 직접 상대하거나 재단을 상대하는데 여기에 걸린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말라. 이 것 두 개만을 일반적으로 말한다. 재단은 이것을 더 주장하고, 예술가들도 이것을 더 주장한다. 결국 다 같이 주장한다”면서 “대단히 중요한 것은 예술 현장에 있다. 이 관계를 사람들은 너무 모른다.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행정기관을 가지고 놀려고 하고 마음대로 결정하려고 한다. 의견은 듣고 항상 통하되 여기도 ‘암스 랜스 프린스’가 유지돼야 된다. 영국에서는 ‘더불 암스 랜스 프린스’라고 한다. 그래서 문화행정‧정책이 대단히 어려운 문제라고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단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사무총장은 “특히 재단에 일하는 사람들이 예술가와 예술단체와 불가근 불가원이 돼야 한다. 더불 암스 랜스 프린스의 가치가 위험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술위원회가 ‘예술가의 힘으로 예술정책’을 한다고 해서 더불 암스 랜스 프린스가 무시돼 예술가가 예술위원회 1기를 갖고 놀았다. 정부와 예술가(단체)가 행정기관(재단)을 무시했다. 즉, 정부와 행정기관(재단), 예술가(단체)라는 삼각 구도를 고려하고 배려해야 했지만, 이 원리를 너무 무시하고 망각한 것이다. 내가 그 현장에 있었다”며 과거 문화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그는 “청주문화재단은 현장과 늘 소통하되 늘 현장과 함께 하되 현장을 항상 객관적으로, ‘드론을 타고 올라가 바라보듯이’ 노력하겠다는 것을 다짐한다”고 강조했다.

    “청주공예비엔날레의 비판은 20년 했지만 공예산업에 뿌리내리는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예촌에 대한 계획도 있고 이것이 실현되면 많이 해소된다. 우리가 옛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하면서 다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오는 20일께 안재영 예술감독 플랜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기대해주십시오’라고 장담은 못해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무총장으로서의 각오를 전했다.

    박 사무총장은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은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직원들과 놀고 장난치게 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띄어쓰기 문제도 늘 깐깐하게 직원들에게 요구할 수 있다. 조직의 안정은 본부장이 새로 왔고 직제개편, 승진, 필요한 인사도 했다”며 “이런 과정에서 조직 내‧외에서 갈등을 겪으며 그동안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을 직원들의 상흔들이 회복된 것을 확인했다. 올해 여러가지 내년에 조직이 두 개의 법인화가 이뤄지며 ‘청주문화재단은 2.0 시대’라고 생각한다. 청주시 문화재단은 일종의 과도기다. 과도기는 곧 전환기요, 전환기는 더 못한 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박상언 사무총장이 호주 방문 당시 청주의 공예에 대해 호주디자인센터장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 박상언 사무총장이 호주 방문 당시 청주의 공예에 대해 호주디자인센터장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올해 청주공예비엔날레 개최와 한범덕 시장이 문화재단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준 부분도 언급했다.

    “올 1년이 청주문화재단의 가장 중요한 시기다. 객관적으로 봐도 숙원사업을 풀어나가고 공예비엔날레를 두고 ‘그들만의 리그냐’, ‘너무 예술성‧심미성이 치우친 것이 아니냐’, ‘공예의 본질성보다는 다른 것에 신경 쓴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을 극복해 낼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그래서 문화도시와 함께 올해 최고 전략과제로 공예비엔날레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해왔던 식의 공예비엔날레보다는 과거와는 다른 공예비엔날레, 생활로 넓혀진 공예, 그리고 전시관 내에서의 공계가 아니라 안덕벌의 빈집도 활용하고, 클러스터 내에서도 물리적으로 바깥으로 나갈 수 있고, 주제도 ‘몽유도원’을 생활공예로 펼쳐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박 사무총장은 “한범덕 시장의 기본적인 문화행정의 철학은 가장 문화적인 것이다. 한 시장님은 문화재단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고자 한다. 그리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주셨다. 그리고 한 시장님은 ‘업무로 인한 여러가지 관계 맺음을 공적으로 사용해야지 사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툭툭 던지고 경계를 해주시고 있어 이런 부분들을 많이 생각하게 한다. 시장님은 운동장을 크게 지어주시고 럭비를 하든 축구를 하든 등 운동을 많이 하고 잘하라고 한다”고 재단 이사장인 시장과의 관계설정도 명확히 했다.

    박 사무총장은 “문화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문화도시 선정을 앞두고 청주시가 10개 시‧군안에 들었다. 문화도시는 시민이라는 단어가 핵심이고 시민이 주도적이고 자발적인 시민거버넌스의 힘을 문화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도시, 그런 도시가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는 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주시가 10개 시‧군에 선정됐지만 승부는 하나다. 시민이 얼마나 거기에 힘을 발휘할 수 있느냐, 주체세력이 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지금 그 전략에 골몰하고 있는데 3월 말까지 문화도시 추진계획을 짜고 있다. 문화도시 지정을 받고자 하는 것은 기본적인 가치이고 더 정확히는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문화도시로 나아가고자 하는 시민의 문화적인 힘을 모으고 문화적으로 발휘하고자 하는 그 속에서 문화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지, 결과물이 아니고 도달점이 아니다. 각 시‧군의 문화정책이 굉장히 어렵다”며 그의 말속에는 ‘문화’라는 말이 뼛속까지 담겨 있었다.       

    박 사무총장은 “공예가 20년 전에 청주에서 시작될 때 얼마나 말이 많았느냐. 그렇게 시작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 냈다. 최근 호주 방문 당시 공예비엔날레 태동을 이야기했다. 금속활자 ‘직지’와 금속공예를 얘기했더니 외국인들이 더 좋아했다. 우리는 아주 가까이 세계적인 보물인 ‘직지’를 만들어 낸 발상지이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르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평생 장악한 것은 부인 밖에 없다’는 조크를 던지며 박 사무총장은 “최대 격변기를 맞은 청주문화재단을 직원들과 함께 놀고 웃고 즐기며 ‘문화로 함께 웃는 청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