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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홍 시사칼럼] 정규직화 정책의 선물-서울대 ‘냉골 도서관’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칼럼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19-02-12 09:37

▲ 박규홍 서원대 명예교수.ⓒ서원대학교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우리나라 부모들의 교육열은 남다르다. 그 교육열 덕분에 국민소득이 82달러(1962년)에 그쳤던 최빈곤 국가에서 풍요로운 3만 달러(2018년)의 국가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런 성취의 근저에는 일찍이 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한 국가지도자가 있었고 잘 살아보려고 거의 본능적 반응으로 자식 교육에 헌신한 부모들이 있었다. 

1950년 6월25일에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발발한 전쟁으로 수많은 국민들이 희생되었고 나라의 근간이 무너졌다. 전쟁 혼란의 와중에 먹고 살기도 어려울 때였으니 교육이라는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제 몫을 할 수 있는 청장년들은 모두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터로 나가야할 때였다. 전쟁으로 국가 기반이 무너진 것은 불문가지이지만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장년이 사라지는 것이 더 큰 재앙이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교육만이 국가를 일으킬 거라는 혜안으로 전쟁 중임에도 교육우선 방책으로 교육계에 특별한 혜택을 부여했다. 비록 전쟁 중이지만 교사들을 징집하지 않도록 했고, 대학생들에게는 학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징집을 연기해주면서 교육의 근간을 지탱하게 했다. 전쟁이 끝나면 그들이 나라를 일으키는 일꾼이 될 것이므로 교육을 중단하지 않음으로서 미래의 동량인 청년 인재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을 중시했던 지도자의 영단으로 우리는 전쟁의 와중에도 중단 없이 차세대 교육을 할 수 있었다. 이런 교육 중시 풍조는 이후에도 정파에 관계없이 이어졌고, 국민들의 교육열정과 어우러져 한 세기도 안 된 기간 안에 세계 최빈국에서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우리는 흔히 대학을 상아탑(象牙塔)이라고 한다. 상아탑이란 속세를 떠나서 조용히 예술을 사랑하는 태도나 현실도피적인 학구태도를 일컫는 말이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발전하여 오늘날에는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의 전당인 대학을 상아탑이라 일컫는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상아탑의 상징으로 그 대학의 도서관을 내세운다. 

서울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상아탑이다. 열람석 5000석을 가진 서울대 도서관은 서울대의 얼굴이고 상징이다. 서울대 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과 함께 우리나라 3대 도서관 중의 하나이다. 서울대의 상징인 도서관에 난방이 끊겨서 학생들이 도서관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이유는 국내 여러 언론매체에서 전한대로이다. 

민노총 소속 서울대 시설관리노조 분회 조합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면서 파업의 수단으로 도서관, 행정관, 공대 기계실 등을 점거하여 한 겨울철에 20여개 건물의 난방 가동을 끊었다. 방학 중이라 강의실의 난방을 끊어봐야 별 효과가 없을 테니 대학의 상징이자 심장인 도서관 난방을 끊으면 파업의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매우 영악하면서도 비열한 임금투쟁이다. 

파업 노조원들은 외주 용역회사 비정규직 직원이었다가 정부의 정규직화 정책에 의해 지난해 2월에 무기계약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사람들인데, 정규직으로 바뀌니 기존행정직과 같은 수준의 임금을 받고 싶었던 게다. 좌파정부가 내세운 정규직화 정책의 결과 우리나라의 상징적 학문의 전당인 서울대 도서관에 난방공급을 중단하는 선물로 돌아온 게다. 영하의 날씨에 난방이 끊기니 실내 온도가 10도 가까이로 내려가서 도서관은 냉골이 되었고, 냉골 도서관을 학생들이 이용할 수 없으니 도서관의 불이 꺼질 수밖에 없다.

독재정권시절의 혼란기에도 대학 도서관은 신성한 영역이었다. 학생들이 시위하다가 도서관으로 피신하면 경찰이 도서관에 까지 진입하여 학생들을 잡아가지는 않았을 만큼 과거 어느 정권에서도 대학 도서관은 신성하고 불가침의 영역이라 여겼고 정치권도 인정했었다. 

그 불가침 성역을 민노총 소속 서울대 시설관리노조 분회 조합원들이 깨뜨려 버린 게다. 앞으로 좌파정권의 선심정책으로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진 전국의 모든 기관과 업체에서 이런 파업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 채용의 규칙이 좌파적 정책으로 깨지면서 사회 조직이 지켜왔던 역할과 기능이 서울대의 경우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질 것은 불문가지다.

6‧25 전쟁 와중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우선 국가시책으로 우대했던 교육의 신성한 영역이 한낱 시설관리노조 분회 조합원들의 임금투쟁 파업으로 짓뭉개져 버렸다. 그 여파로 24시간 켜져 있어야 할 대학 도서관의 불이 꺼지는 광경이 현재의 대한민국 에서 벌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점은 노조파업으로 서울대 도서관이 냉골이 되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건이 우리 사회에서 가벼운 뉴스로 치부되고 있고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이 그만큼 가볍게 치부되고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들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생각하지 않고 임금투쟁을 위해 여름에는 에어컨을 끌 테고, 겨울에는 난방을 끊을 것이다”라는 어느 서울대 학생의 말처럼, 노조원들은 나쁜 선례를 앞으로도 거침없이 만들어 갈 것이다. 

파업 서울대 시설관리 노조원들이 나라의 미래에 어떤 해악을 끼치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그들이 교육에 끼친 해악의 후유증이 10년, 50년, 100년 뒤까지 간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최소한의 금도(襟度)를 지킬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데, 노동자가 우선이라는 막무가내 사회로 변해가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너무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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