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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물건 흥정소리에 ‘콧노래’ 절로

괴산시장, 10개면·1개 읍민들의 애환 서린 ‘삶의 현장’

입력 2019-02-14 16:48

▲ 괴산시장에서 진주상회를 경영하는 우병근씨가 손님들에게 팔 물건을 손질하고 있다.ⓒ박근주 기자

설 명절을 이틀 앞둔 3일. 괴산시장은 설 대목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도 시장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시장 상인들도 모처럼의 ‘사람 홍수’에 신이 났다.

점심 무렵이 되자 시장통 순대국밥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안으로 들어서려 했지만 주인은 다음에 하자며 거절했다.

손님들 탓에 밖으로 밀려 나오니 시장 곳곳에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갔다.

설 명절 차례상용 상품을 사려는 손님과 상인들의 흥정 소리, 명절 성수품을 안내하는 목소리들이었다.

김이 나는 두부를 비롯해 강정, 조기, 무우, 엿기름 등 제수용품에 들어갈 재료들이 시장 골목길 양 옆에 쌓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잡곡상에는 어깨너머로 물건 흥정을 지켜보는 손님들의 눈빛들이 기자에게는 더 큰 구경거리였다. 얼마나 싸게 파는지, 물건은 싱싱한지 등 제각각의 생각이 혼재한 느낌이었다.

어물전에는 겨울 별미 양미리와 고등어, 아귀, 갈치 등 바다 생선이 각종 젓갈류와 같이 자리를 차지했다.

호떡, 오뎅 장사도 시장 한 켠을 차지하고, 명절 분위기를 돋웠다. 괴산시장이 이렇게 활기를 띤 것은 오랜만이다.

장날이면 괴산군내 10개 면 1개 읍의 주민들이 장을 보러 모여들기는 하지만 설 대목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골의 여느 전통시장과 마찬가지로, 줄어든 인구 만큼 시장도 활력을 잃어가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잡곡 가게를 하고 있는 우병근(진주상회)씨는 “평소보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옛날 만큼은 못하지. 여기서 잡곡 장사를 하며 자식들을 가르치고 먹고 살았을 정도 였으니 그때가 훨씬 좋았죠. 지금같은 상황에선 어림없는 소리죠”라며 “앞으로라도 잘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옛날 괴산시장의 영화(榮華)를 그리워했다.

▲ 날씨가 추운 탓에 시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호떡집에서 오뎅국물을 마시며 추위를 녹이고 있다.ⓒ박근주 기자

괴산 전통시장은 이들 10개 면 주민들이 주요 고객이다. 그리고 괴산의 중심인 괴산읍 주민들은 시장을 지탱하는 힘이다. 괴산의 인구가 3만6000여 명 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지금보다 더 북적여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는게 시장상인들의 평가다.

동남쪽으로는 청천시장이, 서남쪽으로는 증평시장이, 동북쪽으로는 충주시가, 서북쪽으로는 음성읍이 있어 상권이 분산돼서다.

특히, 괴산군 면적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청천면은 큰 편이어서 괴산시장의 상권을 상당부분 잠식했다. 거리도 꽤 멀고 험해 사실상 일부러 장을 보러 오는 이들은 꼭 이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청천면과 괴산읍을 잇는 도로가 확 포장되자 괴산시장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시골사람들도 승용차나 화물차를 소유하는 것이 보편화된 것이 어쩌면 가장 큰 이유다.

작은 시골장도 도로 개설의 영향을 크게 받는 셈이다.

괴산시장은 남북으로 길게 난 시장 도로를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으로 갈린다. 동쪽은 비가림 시설이 돼 있지 않지만 확장성이 커 장날이면 좌판이 벌어지고, 옛 70년대 모습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서쪽은 비가림 시설이 들어서 장날 풍경보다는 정돈된 느낌을 준다.

동쪽 시장이 모였다 파하는 일시적 성격에 많이 의존한다면 서쪽시장은 꾸준한 가게 같은 특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설 대목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 동쪽 시장에서 붐비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시장 입구에 자리한 호떡 포장마차는 겨울철 전통시장의 운치를 더해준다. 도로옆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호떡과 오뎅국물을 한 잔 마시면 콧속으로 들어오던 냉기가 이내 가시는 느낌이다.

▲ 괴산시장 서쪽상가 옷가게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는 손님들.ⓒ박근주 기자

몸의 냉기보다 마음의 냉기가 사라져서일까. 서쪽 시장통에는 철물점과 옷가게가 다수를 차지했다.

옷가게 주인은 손님들이 오자 행여나 놓칠까 서둘러 문을 열고 나왔다. 대부분이 중국산인 탓에 손님들은 물건을 들었다놨다를 몇차례하면서도 돈을 꺼내지는 않았다.

청주에서 괴산시장에 왔다는 박민규(56·청주 사창동)씨는 “두꺼운 바지를 하나 사려고 청주가는 길에 들렀다”며 “굳이 물건을 사러 온다기 보다 사람들를 만나는 것이 좋고, 만나면 정겹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뒤로는 몇몇 식당들어 모여 있어 작은 먹자골목을 형성했다. 삼겹살집도 있고 올갱이청국장집도 있다.

▲ 다슬기식당 주인 신영란씨가 정성스레 담가놓은 다양한 약초술 옆에서 포즈를 취했다.ⓒ박근주 기자

올갱이청국장집 ‘다슬기식당’을 하는 신영란씨는 이곳에서 터를 잡은지 4년이 됐다고 했다. 남편과 괴산절임배추를 하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이곳에서 식당을 차렸다.

메뉴는 괴산에서 나는 걸로 했다. 올갱이와 콩을 메뉴로 한 된장국, 청국장에 삼겹살도 팔았다.

괴산 올갱이를 청국장에 넣고 끓여 찌개로 내놓은 메뉴는 점수를 줄만했다. 청국장을 잘 발효시켜서인지  역한 냄새가 나지 않고 맛이 깔끔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손님들도 만족한 표정이었다. 주인 말로는 이곳 사람이 아니고 명절때가 되면 잊지 않고 찾아 온다고 했다.

이렇듯 괴산시장은 동서로 나뉜 조그마한 전통시장이 조화를 이루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 괴산시장상인연합회 이정우 회장.ⓒ박근주 기자

제한된 괴산군내 상권을 나누는 것은 한계가 있어 상인회(회장 이정우)는 다양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곳에 입지한 중앙학생군사학교 등과 협조할 방안을 고민중이고, 괴산에 유치한 ‘충북전통시장박람회’를 통해서도 시장에 바람을 불어 넣겠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괴산에 충북전통시장박람회를 유치한 것은 매운 큰 이벤트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중앙학생군사학교 등과도 시장이 좋은 관계를 맺어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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