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화재 참사 1주기…고인의 ‘한’·유족 ‘슬픔’은 누가?

안전불감증 여전 “시민의식 개선돼야”… 유가족 보상금 협상은 ‘결렬’

박근주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2.30 17:26:52

▲ 충북 제천 노블휘트니스스파 화재 진압장면.ⓒ제천단양투데이 제공

21일은 제천 화재 참사 1주기가 되는 날이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 화재 참사는 충북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충격이었고, 지역 사회를 넘어 국민들 가슴에도 큰 슬픔을 안겼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 재난 안전 시스템과 건축, 소방, 교통 분야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시민들의 안전 불감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자성이 나오고 있다.

이날 유가족들은 이상천 제천시장 등 제천지역 주요 인사와 학생들과 함께 하소동생활체육공원 추모비 앞에서 추도식을 열고 분향했다.

◇ 제천화재 참사는

제천화재참사는 2017년 12월 21일 제천시 하소동 제천스포츠센터(‘노블 휘트니스&스파’) 화재로 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원인으로는 1층 천장 배관 열선 작업 후 발화가 시작돼 아래 주차된 차량에 불씨가 옮겨 붙었고, 이 불이 다시 1층 차량에 연쇄적으로 확산된 뒤 외벽 드라이비트로 번져 대형 화재로 이어졌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제천 소방서 차량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비상구로 탈출하는 사람들을 소방대원들이 구조를 하지 않았고, 2층 통유리 창문에서 구조해 달라는 여성들을 외침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굴절차를 제대로 펴지 않아 건물 고층에 있던 시민들도 구조를 받지 못했다.

이에 대해 충북소방본부는 초동 진화에 실패한 이유를 다른 곳에 출동한 인력 때문에 인원이 부족했고, 2층 목욕탕에 있던 시민들을 구하지 못한 것은 1층의 불길을 우선 진압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고층용 굴절차는 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사다리를 펼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인근에 설치된 대형 LPG 가스통으로 불길이 번지면서 폭발을 우려한 소방관들이 고압 호스를 여기에 집중하는 바람에 다른 층으로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초동진압 실패, 상황 판단 부족, 불법 주정차 등 최악의 상황이 복합되면서 충북에서 유례없는 최악의 참사가 벌어지게 됐다.

◇ 뭘 바꿨나

참사후 당국은 불길을 키웠던 요인들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왔다.

충북도는 국회와 중앙부처 도로교통법, 건축법 시행령, 건축물 규칙 등을 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건축법 시행령’ 가운데 건축물 외부마감재인 ‘드라이비트’를 불연 재료로 사용토록 제도 개선을 건의해 지난 10월 12일부터 11월 20일까지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 됐고, 내년 상반기에는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드라이비트는 건축물 외벽에 ‘스티로폼’을 접착제로 붙인 뒤 다시 외벽에 시멘트를 분사해 단열하는 방식이어서 불씨가 스티로폼에 옮아 붙기만 하면 삽시간에 건물 외벽 전체를 불기둥 속에 가두는 위험을 가져오게 된다.

‘건축물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도 개정해 입구가 하나인 필로티 구조 건축물 출입구 설치 기준을 변경해 무창층 구조의 건축물에 소방대 진입창을 설치하도록 했다.

‘도로교통법’도 개정해 화재 진압 소방차의 긴급통행로 확보를 위해 주정차 특별금지구역을 지정하고, 불법 주정차시 범칙금도 높였다.

또한, LPG 시설의 안전을 위해 LPG탱크 설치 이격 거리를 확대하고,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여기에 방호벽을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 했다.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 제도를 개선해 자체점검에서 민간과 소방서가 합동 점검하도록 하고, 점검결과 신고도 30일에서 7일로 강화했다.

◇ 여전한 안전 불감증

그러나 이러한 제도 개선으로 제천화재와 같은 대형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어렵다.

화재 사고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 걸려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충북도가 제천 화재참사 후 벌인 ‘주요 취약 시설에 대한 긴급 점검’(2017년 12월 29일
∼2018년 2월 9일) 결과 대상 4개 분야 3055개소(복지시설, 다중이용시설, 화재취약시설, 다중이용건축물)에서 304개소가 지적을 받았다. 과태료 13건, 조치 302건, 향후 조치 2건 등이었다.

건축시설, 생활‧여가, 환경‧에너지, 교통시설, 보건복지‧식품, 기타 분야에 대한 ‘국가안전대진단’(2018년 2월 5일∼4월 13일)에서는 6개 분야 1만3887개소에 대한 점검을 벌여 767개소가 지적을 받았다.

‘분야별 안전점검’(2018년 1월∼11월)에서는 사회복지시설, 의료기관, 다중이용시설, 화재취약시설, 건축물(대형·노후 등), 문화재시설, 체육시설 등 대상 6개 분야 2999개소에서 343개소가 지적을 받았다. 과태료 5건(조치312, 조치중20, 향후조치11) 등으로 아직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확립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다.

충북도는 현재 진행 중인 ‘화재안전 특별조사’(2018년 7월∼2019년 12월)를 토대로 화재 안전 정책을 수립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 작전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행정기관의 제도 개선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의 화재에 대한 인식 개선이 절실한 대목이다.

◇ 소방체계 개선은

제천 화재 참사후 충북소방본부는 화재 대응 체계를 한 단계 높이는데 주력해 왔다.

초기 출동단계에서 가용 소방력을 총출동시키는 총력대응시스템으로 전환했고, 소방인력도 2018년에 309명 증원했다. 2022년까지 총 1265명을 충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목적 사다리차도 2021년까지 전 소방서에 배치하고, GPS기반의 소화전 위치 시스템을 전산화해 화재현장 대응전술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119종합상황실의 실질적인 현장지휘·통제권 강화를 위해 지휘조사팀장에 대한 ‘현장지휘 실질능력 평가’를 도입하는 등 소방공무원 인사제도에 대한 혁신도 추진하고 있다.

◇ 유가족의 슬픔은

충북도는 유가족과 화재 참사로 인한 희생자들을 위해 유가족의 뜻에 따라 화재건물 인근 하소동 체육공원 내에 높이 1.2m규모로 추모비를 건립했다.

현재 경매가 진행 중인 화재건물 및 토지에 대해서는 주민의견을 수렴해 주민편의 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 하에 제천시는 2회 추경에 부지매입비 20억 원을 편성해 놓고 있고, 충북도도 이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유가족에 대한 충북도와의 보상금 협상은 결렬된 상태다.

지난 17일 협의회에서 유가족들은 보상조건에 “충북도가 소방본부 지휘관들에 대한 항고를 포기하고, 재정신청도 포기하라는 단서를 달았다”며 “진실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보다는 제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충북도는 “유가족이 빨리 슬픔을 잊고 도민화합을 이루자는 차원의 의견 제시 수준”이라며 “유가족들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도록 인내하며 최선의 지원책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press@newdaily.co.kr
[자유민주·시장경제의 파수꾼 - 뉴데일리/newdaily.co.kr]
Copyrights ⓒ 2005 뉴데일리뉴스 - 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 청소년에 유해한 댓글 과 광고/반복게재 된 댓글은 작성을 금지합니다. 위반된 게시물은 통보없이 삭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