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미래 놓고 ‘힘 겨루기’…결과는 미래 세대만 알 뿐
  • ▲ 이시종 충북도지사(좌), 김병우 충북도교육감.ⓒ뉴데일리 D/B
    ▲ 이시종 충북도지사(좌), 김병우 충북도교육감.ⓒ뉴데일리 D/B

    지역 사회가 충북의  ‘미래’와 관련한  ‘교육 담론’에 빠져드는 분위기다.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을 대신해 학생들의 성적과 명문대 진학, 명문고 설립 등을 놓고 두 진영의 씽크탱크가 설전을 벌이고 있어, 충북지역 사회가 본격적인 교육 논쟁으로 흐르고 있어서다.

    28일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의 씽크탱크인 ‘충북교육발전소’(사무국장 조영숙)는 “이시종 지사가 고교생 무생급식을 뒤로한 채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를 설립하려는 것은 ‘학력고사’ 시대인 줄 착각하는 것”이라며 전날 충북시민사회단체총연합회(회장 유철웅)의 자사고 ‘설립’ 주장을 반박했다.

    충북의 명문고 설립 필요성을 주장한 충북발전연구원의 지난 6일 도민 토론회 이후 명문고 육성, 충북교육의 질적 변화 요구에 대한 논쟁이 시작된 셈이다.

    ◇ 김병우 교육감 진영

    이날 충북교육발전소 보도자료를 통해 “교육청과 지자체가 선진국가의 교육정책을 배우기 위해 매년 북유럽의 여러 나라에 수천만씩 예산을 들여가며 탐방해 봤지만 북유럽 어느 나라에도 엘리트 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차별하며 학교를 구분해 짓거나, 보내지 않는다”며 “해외는 오히려 놀이 정책을 더욱 확대하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충북교육발전소 조 사무국장은 “영국은 교육과 놀이 기회를 공평하게 제공하기 위해 2008~2020년까지 장기 놀이 정책 계획을 수립해 전 지역에 안전하고 흥미를 끌 수 있는 놀이터와 공원을 만들고 놀이 관련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정책을 시행중이고, 프랑스 역시 학습량을 줄이고 여가, 취미, 스포츠 활동 시간을 계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6년 OECD 국가별 아동 삶의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1위 네덜란드(94.2), 2위 아이슬란드(90.2), 3위 핀란드(89.8), 4위 영국(86.0), 5위 프랑스(85.5)이고, 한국은 60.3점에 불과하다”고 예를 들었다.

    조 국장은 “서울대 입학생을 들어 명문고 설립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학력고사 시대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충북교육발전소의 주장은 전날 충북시민사회단체가 ‘충북의 인재유출 언제까지 외면할까’라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촉발됐다.

    ◇이시종 진영

    충북시민사회단체는 “충북의 인재가 빈곤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1기 청와대 파워엘리트 63명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24명으로, 충북은 한 명도 없다”고 탄식했다.

    이어 충북의 지난 해 서울대 입학생을 예로 들며 “2018년 충북인재의 서울대 입학생 수는 52명으로 대전 132명, 충남 109명, 세종 39명으로 이웃 충청권에서 제일 꼴찌 수준”이라며, “굳이 서울대가 아닌 과학영재가 10만~2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점에서 과학기술관련 명문대 입학생 수도 카이스트와 포스텍 등 과학분야 대학 입학생 745명 가운데 충북은 40명에 불과해 전국 최하위수준((2.15%)”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충북시민사회단체총연합회는 “충북연구원이 지난 6일 열린 ‘충북인재양성세미나’에서 도민들의 79.4%가 우수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지역내 명문고 설치에도 67.3%가 희망하고 있다는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 어떤 명문고가 필요한가

    충북도가 밝힌 구체적인 명문고의 기준은 없다.

    현재 충북도내에서 명문고로 불리는 곳은 ‘청원고’, ‘충북과학고’, ‘한국교원대 부속고’ 등이 꼽힌다.

    이들은 도내 고교 가운데 학생 수 대비 가장 높은 서울대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청원고의 경우 지난해 입학생 커트라인은 중학교내신 성적 환산점수 300점 만점 가운데 290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각급 중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웃 세종의 국제고와 비교하면 졸업생 가운데 서울대 진학률은 앞선다고 볼 수 없다.

    세종시는 과거 한 개의 기초지자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인구도 겨우 30만 명을 넘긴 상황이어서 160만 명을 넘긴 충북도와 비교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한다.

    결론적으로 충북의 대표적 명문고로 확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충북의 독보적 명문고가 아니라는 얘기다.

  • ▲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7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인재 양성 노력을 기울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박근주 기자
    ▲ 충북민간사회단체총연합회가 지난 27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이 인재 양성 노력을 기울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박근주 기자

    ◇이시종, 왜 교육이란 거대 담론에 발을 담갔나

    충북도가 명문고 ‘타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충북의 학력이 이기용 전 교육감 시절에 비교해 전국 최저로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음을 낸 것이라는 해석이 높다.

    이 지사는 충북 경제 4% 달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동안 국비확보,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투자유치, 지역내 총생산 증가, 지역민의 생활수준 향상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해 왔다.

    하지만, 국비확보 과정에서부터 꼬이기 시작한다고 도청 공무원들은 토로한다.

    충북의 인재들이 중앙정부에 별로 없고, 있어도 충북을 외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을 강조하면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역적 열등감에서다.

    충북 출신은 영호남 중심의 세력권에서 배제되고, 범 충청권 인사로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자조적인 말도 듣는다.

    결국, SOC예산을 비롯해 각종 지역 발전 사업예산을 확보하는데 다른 지역보다 발품을 몇 배 더 팔아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충북은 대표적 홀대 대상이다. 세를 형성하지 못하고, 옹골차게 정치를 이끌어가는 인재가 없어서다.

    대표적인 홀대 사례는 바로 ‘첨단의료복합단지’이다. 충북도가 10년을 공들여 왔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 대구경북에 반 토막을 떼어주고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지역의 손해가 국가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비확보에서 온갖 설움을 당하고 있는 충북도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중앙정부 요소요소에 포진한 영호남권 인재들과 이들의 덕을 보는 해당지역 지자체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인재 양성에 대한 이 지사의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제나 과학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과학영재나 기업가도 충북이 교육을 통해 배출해 낸 인사는 아직 없다고 지역사회는 탄식한다.

    ◇ 두 기관장의 생각은

    충북의 양대 기관 수장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기본적으로 같은 데서 출발한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국가가 의무교육을 확대하고, 훌륭한 인성과 높은 학력 수준을 갖춘 충북의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다.

    충북 교육의 수장인 김 교육감은 ‘평준화’ 바탕의 보편적 교육을 통해 이를 달성하겠다는 것이고, 이 지사는 각자의 능력이 다른 만큼 맞춤형 교육도 가미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큰 목표에서는 얼핏 같아 보이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갈라진다.

    김 교육감의 평준화는 특수 명문학교 신설을 용납할 수 없는 논리로 이어진다. 그래서 다른 지역에 다 있는 자사고가 충북에는 없다.

    이 지사의 각자의 능력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은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전문학교나 명문학교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만큼 명문고의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김 교육감이 하향평준화 교육으로는 충북의 미래 인재를 발굴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결국 충북은 인재 육성의 실패와 저발전의 악순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과거와 같은 사고로 교육한다면 충북의 어린이들이 스트레스와 학습 부담에 짓눌려 창의적 인재로 커 나갈 수 없는데 왜 인재 타령 하냐고 반박한다.

    이를 증명할 방법은 없다. 아직 아무도 걸어보지 못한 길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이 커 봐야 두 사람의 생각을 증명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웃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둘 다 병행하는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청주대 A교수는 “미국 유학 시절 각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쿼터(국내 학생 대비 외국인 학생 할당치)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이 중국인 유학생들이 장학금의 90%를 받아가는 것을 경험했다”며 “무섭게 발전하는 중국의 현 저력은 당시 무섭게 공부하던 유학생들과 같은 중국의 면학 분위기 아닌가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 어떻게 정리해야 하나

    문제는 김 교육감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모든 초·중·고등학교 관련 행정은 충북도교육청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충북교육의 수장으로서 큰 교육철학의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학생들의 능력과 끼를 발휘할 수 있는 학교를 육성하겠다는 지금의 생각에서 조금 더 나아가면 이 지사의 생각과 만날 수 있다.
     
    이미, 특성화를 통해 전문 교육의 길을 만들어 왔고, 이는 이미 프랑스가 시행하고 있는 인문분야 교육에서도 방법론을 찾을 수 있다.

    선진국이라고 다들 어린이들을 놀게 하는 교육으로 일관하지 않는다.

    인문·사회·과학분야 영재 교육이든, 전문 실업교육이든 생각을 맞춰 가면 접점을 만들 수 있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는데서 출발한다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