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의 시사칼럼] 음주 국회의원, 率先垂範 촉구한다

박규홍 칼럼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11.06 11:22:14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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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5일 오전 2시 25분쯤 부산 해운대구 미포오거리에서 만취한 운전자 박 모 씨(26)가 몬 BMW 승용차에 군인 윤창호 씨(22)가 치였다. 윤창호 씨는 군 복무 중 휴가를 받아 고향 부산에 내려갔고 추석 연휴를 맞아 친구들과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다가 귀가 중이었다. 그때 박 모 씨가 몰던 BMW 승용차가 빠른 속도로 미포오거리 회전구간에 진입해서 중심을 못 잡고 그대로 인도로 돌진해 윤 씨 일행을 치었다. 당시 박 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에 해당하는 0.134%였다. 사고 지점 바로 옆 3m 아래에 주차장이 있었는데, 충돌 충격으로 윤 씨는 15m가량 날아가 주차장 바닥으로 떨어져서 뇌가 손상돼 현재 뇌사 상태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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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호 씨는 검사를 꿈꾸던 명문 고려대 법대 군 휴학생이었다. 평소에 “짧은 인생이지만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재학 중 군에 입대해 4개월 여 남은 전역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꿈이 많은 청년이었다. 윤창호 씨의 친구들은  10월 2일에 ‘음주운전 처벌 형량을 높여 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렸고, 하루 만에 7만 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3일만 인 10월 5일 오전 6시 현재 20만970명이 동의해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웠다.

윤창호 씨 친구들은 “음주운전은 도로 위의 살인행위인데 집행유예 판결이 높다고 한다.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음주운전특별법을 만들어 창호가 ‘정의로운 사회’에 기여한 것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면서 청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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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월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행위가 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며 ‘윤창호법’ 입법 청원과 관련해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청와대가 10월 21일에 20만 명 넘게 추천한 2건의 국민 청원에 답했다. 그 중 한 건인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 상태에 빠진 윤창호 씨 친구들이 올린 청원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는 등 관련 범죄에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장면 4]
윤창호 씨가 부산 해운대에서 만취한 운전자가 몰던 차에 치여 사실상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을 계기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이른바 ‘윤창호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이날 윤창호 씨의 친구들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명이 넘는 여야 의원들이 법안 공동 발의에 참여키로 했다”며 ‘윤창호법’ 공동 발의에 참여한 의원 10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날 윤 씨의 친구들은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들의 국회의원 사무실을 돌며 ‘감사 카드’를 전달했다.

[장면 5]
지난 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민주평화당 이용주 의원이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55분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던 중 청담공원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됐다. 경찰은 “음주 운전이 의심되는 차가 있다”는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이 의원 차량을 붙잡았고, 운전자가 이 의원임을 확인했다. 이 의원은 여의도에서 술을 마시고 15㎞ 가량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현행법상 면허정지 수치인 0.089% 였다.

이용주 의원은 이른바 ‘윤창호법’의 발의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지난달 21일에 자신의 블로그에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행위입니다”라고 규정하고 “‘윤창호법’은 이런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과 의식을 바꾸자는 바람에서 시작된 법이고, 특히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살인죄’로 처벌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년 이상 유기징역이라는 초라한 법으로 처벌하고 있다”며 “국민적 인식이 개선돼야 할 때”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사과문을 통해 “큰 실망을 안겨 드린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드린다”며 “음주운전은 용서할 수 없는 행위이고,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으며,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앞날이 창창한 한 청년을 뇌사상태로 만든 음주사고를 시계열로 정리해보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우리 사회 지도층 인사의 의식이 이 정도 수준인가 생각하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국민 청원으로 발의된 법안에 당당히 서명했다고 동네방네 자랑하던 인사의 식언과 허상에 국민들 실망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국민들은 이 의원이 자신의 음주운전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타인의 음주운전에 대해선 추상같이 대하려는 의식이 가증스럽다고 생각하고 있다. 국사에 바쁘신 의원 나리가 술 한 잔 하는 것까지야 국민들이 이해하지만 술을 마셨으면 대리운전 기사 밥벌이 일자리를 베푸는 융통성조차 없었다는 것에 더 혀를 찬다. 대리운전 비용이 아까워서 그랬는지 몰라도, 단속에 설마 걸릴까 하는 요행수를 바랐는지 몰라도, 국회의원쯤이면 단속에 걸려도 무난히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요즘 시민의 날카로운 눈이 사방에 널려 있을 거라는 데 까지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이 의원은 이런 저런 궁색한 변명으로 현 국면을 빠져나갈 생각을 접는 게 좋겠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쿨’하게 음주운전에 대한 책임을 지는 솔선수범(率先垂範)적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심각하게 생각해보시라는 게다.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보여주는 그런 솔선수범적 행동이 외려 이 의원에게는 앞으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지 누가 알겠는가?

삶이 팍팍해진 요즘 국민들에게 이용주 의원이 음주운전의 대가가 얼마나 무섭고 무거운 것인지 행동으로 책임지는 솔선수범할 의사가 있는지, 우리 사회의 음주운전 관행과 풍토를 고치는 데 한 알의 밀알이 될 의사는 없는지 묻고자 한다. 국민들은 이 의원의 음주운전 건에 동료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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