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장 “미래 향한 개척‧도전정신 대학돼야”“지역대학과 통합 필요성 커지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
  • 김수갑 충북대학교 총장이 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학비전 등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박근주 기자
    ▲ 김수갑 충북대학교 총장이 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학비전 등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박근주 기자

    김수갑 총장(57·법학전문대학원)은 충북대학교 개교 67년 만에 첫 모교 총장이라는 영광을 안고 지난 9월 취임했다. 

    법학과 1회 졸업생으로 제21대 충북대 총장에 취임한 그의 역할과 리더십은 그 어느때보다도 중요하다는 시선이다.

    모교 출신 총장의 취임은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대학구성원들과 지역사회는 김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역대 어느 총장보다도 큰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충북대 총장실에서 뉴데일리와 인터뷰를 가진 김 총장은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법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한 탓인지 매우 신중했으며, 특히 목소리의 울림은 신임 총장으로서의 의욕이 넘쳐 보였다.

    그는 “충북대를 양적‧질적 성장을 통한 국가 중추대학으로의 도약과 함께 미래를 향한 개척‧도전정신의 대학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한 톤으로 역설했다.

    그러면서 인구절벽으로 인한 신입생 감소로 대학 존폐의 위기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지역대학과 통합 필요성이 커지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밝혀 대학 통합에 대한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김 총장의 이 같은 속내와 분위기는 충북대가 가야할 방향과 이를 실천할 수단을 구사하는데 쉽지 않은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은 충북대 역시 ‘무풍지대’가 아니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음은 김 총장과 함께 나눈 일문일답이다.

    -우선 모교 출신 첫 총장이 되신 것에 축하한다. 취임 소감은.

    “어깨가 무겁다. 모교는 물론 지역 사회에서도 많은 분들이 축하와 격려를 해 주셨다. 어떤 분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분도 계셨고, 많은 숙제도 주셨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와 함께 앞으로 성원을 부탁드리고 싶다.

    모교 출신 첫 총장이라는 영광보다는 모교를 가장 많이 발전시킨 총장이라는 평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구성원은 물론 지역민들이 기대하는 올바른 대학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임감이 더 크다.

    특히,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한 발 더 나아가면 세계는 더 빠르게 진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충북대학을 맡게 됐다. 하지만 앉아서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끌어내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의지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북대가 국가 중추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다음 세대가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적·질적 성장의 의미는 어떻게 이해하면 되나.

    “충북대는 전국 거점 국립대 가운데 규모면에서 열세에 놓여있다. 재정이나 경쟁력 모두에서 우위를 차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리가 필요한 적절한 규모를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내 대학들과 상생 협력 방안을 찾아내 거점 국립대학 가운데 상위권에 이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여기에 질적인 측면에서도 역량을 갖춰야 한다. 외부의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지 않는 선도하는 대학이 돼야 한다. 타율이 아닌 자율적 혁신, 정의가 있는 대학, 진리탐구에 매진하는 대학, 미래를 향한 개척과 도전정신이 있는 대학이 돼야 한다.

    진리·정의·개척이라는 우리 대학의 세 가지 이념을 올바르게 찾을 수 있도록 조화롭고, 품격 있게, 미래를 창조하는 대학이 되도록 하겠다.“

    -지역 대학들과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미인가.

    “너무 빠른 얘기다. 총장직에 오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이전에도 많은 분들이 여기에 대해 큰 기대를 해 주셨는데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보지 못했다.

    다만 두려움이 있다. 인구 감소로 대학 신입생 수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전반이 인구 증가를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대학은 이러한 위기의 한 가운데에 있다. 언론에서 인구 감소로 소멸하는 지자체가 나올 것이라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되는데, 대학도 우리 사회 요구에 부응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으로 본다.”

  • 김수갑 충북대학교 총장이 지난 9월 5일 취임식에서 학내 구성원들과 내빈들에게 취임 인사말을 하고 있다.ⓒ충북대학교
    ▲ 김수갑 충북대학교 총장이 지난 9월 5일 취임식에서 학내 구성원들과 내빈들에게 취임 인사말을 하고 있다.ⓒ충북대학교

    -양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역 내 대학과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것은 아니다. 이미 충북대는 개신동 본교를 비롯해 오창과 오송, 중국 캠퍼스를 갖고 있다. 오창은 약학대가 이전해 바이오 생명과학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오송 캠퍼스도 활성화 계획을 고민 중이다. 본교 내에 있는 수십 개의 건물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앞으로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양적 성장은 이러한 다양한 하드웨어를 연구 역량에 집중시키고 이를 위한 재정 확대, 경쟁력 확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확대된 연구 역량 속에서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지역 대학과의 통합은 그럼 단념하겠다는 의미인가.

    “아니다. 만약 그런 요구와 필요성이 커지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양쪽이 모두 도움이 가는 방향을 만들어 가야 하겠지만 지역사회와 구성원들의 의견도 중요한 만큼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아직 그런 말(통합 논의)은 없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된지 오래다. 충북대가 이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는지.

    “우리 대학의 많은 교수님들이 이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해 오셨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IOT), 뇌 과학 등 4차산업을 위한 기본 연구 역량을 갖추고 있고, 산·학·연 협업을 통해 미래사회에 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첨단 정보통신과 생명과학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돼 가늠하지 못할 속도로 밀려오고 있다. 충북대는 이러한 분야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변화와 도전이 우리를 따돌리고 지나갈지 알 수 없다. 미래를 아무리 잘 예측한다 해도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대를 잘 대응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최첨단 산업에 발맞출 수 있는 교육과 연구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교수님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바탕 한 최첨단 연구와 교육, 열린 마음으로 학습하는 학생들, 이들을 불편 없이 지원하는 교직원들의 공통된 노력이 있어야 한다.”

    -대학이 ‘연구’와 ‘교수’, ‘사회봉사’라는 3대 사명이 있다. 이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노력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충북대는 지역민들의 희생과 봉사, 성원에 힘입어 설립되고 성장한 대학이다. 1953년 청주 초급농과대학에서 4년제인 청주농과대학으로 승격 인가되던 해 막대한 비용을 20만 세대의 주민들이 매년 봄 보리쌀 한 되씩 거둬 대학 운영기금으로 마련해 주셨다. 대학 부지도 충북도에서 마련해 줬다. 도민들의 성원을 잊지 않고 지역에 헌신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지금은 지방분권의 시대다. 지방정부와 기업, 대학이 사회 경제의 한 단위가 돼 독자적인 발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과 더 협력하고, 성원에 보답하고, 열린 마음으로 헌신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충북대는 전국 거점대학이나 국립대학 가운데 ‘색깔이 없는 대학’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 어떤 의미인가.

    “충북대는 학내 전 학문 분야가 다 색깔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어느 하나가 돌출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충북대는 모든 분야가 고루 발전해 왔다. 학내 교수님과 학생, 교직원 모두 학문 발전을 위한 노력에 매진하고 있어서다. 앞으로 더 빨리 빛을 내는 분야도 있겠고, 뒤에 빛을 받는 분야도 있을 것이다. 충북대 전 구성원은 오늘도 사명을 잊지 않고 맡은 바 분야에서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학내 구성원들과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은 기대에 부응하는 총장이 되려고 노력하겠다. 충북대가 그동안 받아온 성원도 잊지 않겠으며 노력하고 또 노력하겠다. 감사하다.”

    충북 괴산 출신으로 충북고, 충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김 총장은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학위(헌법학)를 받았으며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1996년 8월), 법과대학장, 법학전문대학원장, 지역거점법학전문대학원장협의회장, 한국헌법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