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커뮤니티 게시판에 대학원생 “연구실서 지속적 성추행” 폭로
  • ▲ 한국교원대의 커뮤니티인 ‘청람광장’ 게시판에 A지도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미투’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한국교원대 커뮤니티 ‘청람광장’ 게시판 캡처
    ▲ 한국교원대의 커뮤니티인 ‘청람광장’ 게시판에 A지도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미투’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한국교원대 커뮤니티 ‘청람광장’ 게시판 캡처

    한국교원대의 한 대학원생이 A지도교수에게 1년 여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해왔다는 고발 글이 최근 학내 게시판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A교수에 대한 추가 폭로가 나와 개학을 앞두고 대학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국교원대는 성추행 가해자로 의혹을 받고 있는 A교수에 대한 진상조사를 벌여 보직해임하고 강의에서 배제했다.

    10일 한국교원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이 학교 내부 커뮤니티인 ‘청람광장’에 ‘나 또한 교원대 미투 해당 교수 성추행 피해자입니다’라는 제하의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 글을 올린 B씨는 “글을 올리면 그쪽에서 누군지 알 것 같아 겁은 나지만 용기 내 글을 올린다. 미투 글을 보고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며 “제가 그 당시 피해를 밝히지 못해 이 사람이 더 괴물이 되도록 만들어 피해를 더 크게 입힌 것 같아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늦게나마 용기를 냈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욕과 모욕을 당한 것보다도 제일 잊혀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성추행”이라면서 “성추행은 보통 연구실 안에서 이뤄졌고 몸이 굳어버려 그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이후 후유증으로 남자가 가까이만 와도 저도 모르게 겁을 먹고 몸이 굳어졌다”고 토로했다.

    특히 그는 “A교수가 연구실로 불러 손을 잡거나 몸을 껴안고, 허벅지를 쓰다듬거나 목덜미에 입술을 가져다 대는 등 소름끼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A교수는 ‘고등학교 교사나 할 걸 그랬다. 여고생들은 덜 여물었으니까’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라며 “학부생들을 대상으로도 누구 누구 예쁘지 않냐, 몸매가 좋지 않냐, 그런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해대던 사람”이라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B씨는 “A교수가 대학원생을 자신의 노예처럼 부렸다. 자신의 개인 세탁물을 찾아오게 하는 등 개인적인 일까지 모두 시켰다”고 A교수의 갑질행위를 폭로하면서 “연구비나 학과 물품 구매비용을 개인적인 비용으로 쓰는 건 그 교수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A교수가 화가 나면 새벽 2시에도 전화를 걸어 목청을 높인다. 온갖 욕설이 들어간 호통”이라며 “그 같은 폭언을 들으면서 머리가 어지럽고 손이 떨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A씨에 대한 강력 징계로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교원대는 A교수의 ‘성추행’ 피해 고발 글에 대처하기 위해 입학학생처장을 위원장으로 9명의 학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성문제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에 나서고 있다.

    또 고발장을 접수받은 경찰도 최근 피해자 C씨를 상대로 조사를 벌이고 조만간 A교수 를 상대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할 계획이며 대학은 경찰 조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토대로 해당 교수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와 처벌여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자신을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C씨가 지난 4일 학내 인터넷게시판인 ‘청람광장’에 ‘교원대 한 교수로부터 약 1년 여간 지속적인 성추행을 당해왔다’는 고발의 글을 올리면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C씨는 “교수는 나를 연구실로 불러 수차례 안마를 시켰고, 그 과정에서 여러 신체부위를 만졌다”면서 “시간이 지나갈수록 신체접촉의 강도가 강해졌다. 심지어 옷 속으로 손을 넣었다”고 고발했다.

    “내 손을 끌고 연구실 문 쪽으로 불을 끄러 갔다. 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거절할 수 있는 말을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고 밝힌 C씨는 “그 교수는 ‘여자는 당할 때의 성적 판타지가 있다. 내가 만질 때 싫어하는 여자는 없었다’고 말했다”며 “혼자만의 세계 속에서도 그는 왕의 자리에 앉아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게 남은 모든 것들을 포기하기까지 2년 정도 걸린 것 같다”면서 “결국 그 수치심과 분함을 극복하지 못했다.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고 내 삶과 건강은 물론 정신은 만신창이가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울러 C씨는 “대학 내 이런 부조리는 평생의 꿈을 가진 약자들을 대상으로 학계의 권력에 눌려 발설되지 못한 채 어디나 존재할 것”이라며 “결국 그것에 굴복했다는 사실이 그 어떤 것들보다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하고 죽고 싶게 한다”고 심정을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