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필리핀 막탄세브공항發 항공기 결항…162명 관광객 14시간 공항서 발 묶여
  • ▲ 지난 14일 밤 11시 30분 막탄세브공항을 이륙하려던 팬 퍼시픽 항공 8Y 600편 항공이 정비지연으로 결항, 162명이 공항에서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비를 받고 있는 문제의 8Y 600편 항공기. ⓒ김정원 기자
    ▲ 지난 14일 밤 11시 30분 막탄세브공항을 이륙하려던 팬 퍼시픽 항공 8Y 600편 항공이 정비지연으로 결항, 162명이 공항에서 발이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비를 받고 있는 문제의 8Y 600편 항공기. ⓒ김정원 기자

    인천과 세브를 운항하는 필리핀 저가항공사(LCC)인 ‘팬 퍼시픽항공(Pan Pacific Airlines)’이 또 사고를 쳤다.

    지난 14일 밤 11시 30분에 필리핀 막탄세브국제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려던 팬 퍼시픽 항공이 정비 및 지연으로 ‘팬 퍼시픽 8Y 600’편이 결항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날 밤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려던 관광객 162명이 14시간 30시간 동안 막탄세브공항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발이 묶였다.

    결국 관광객들은 다음날 낮 2시께(한국시간)인 14시간이라는 긴 기다림 끝에 대체 항공편인 팬 퍼시픽 8Y 600를 타고 오후 6시 10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은 전날 8Y 600편을 타고 인천공항에 새벽 5시께 도착할 예정이었다.

    항공사 측은 승객들에게 정비지연으로 결항에 대해 사과했고 보상금(비행대기 12시간 이상 보상규정) 규정에 따라 승객 1인 당 10만원의 지연 보상금을 지급키로 했다.

    특히 이 항공사는 지난 7일에도 한 차례의 지연운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항공기 운항 결항에도 불구하고 팬 퍼시픽 항공사의 뒷북 대처가 더 불신을 자초했다.

    이날 밤 막탄세브공항 16번 게이트에서 출국을 기다리던 승객들은 탑승시간을 넘어 항공기 출발시간(14일 밤 11시 30분)이 지났는데도 불구, 항공사는 지연 및 결항 사실을 알리는 안내방송 조차 하지 않았다. 항공사는 결항이라는 중요한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승객 안전 등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한 것이다.

    앞서 탑승객들은 22번 게이트에서 16번 게이트로 옮기면서 한 차례 혼선을 빚은 상태였다.

    승객들은 탑승시간을 넘겨 결항사태의 조짐을 보이자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항공사 측에 거세게 항의했다.

  • ▲ 지난 14일 밤 팬 퍼시픽 항공의 결항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하자 한국인 승객들이 필리핀 막탄세브공항에서 항의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지난 14일 밤 팬 퍼시픽 항공의 결항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하자 한국인 승객들이 필리핀 막탄세브공항에서 항의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이날 제때 항공기가 이륙하지 못하면서 귀국 이후 스케줄을 망친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다.

    승객들의 항의에도 현지 직원들은 제대로 결항사태에 대해 제대로 설명을 하지 못하면서 승객들이 더욱 불만을 나타내며 거센 항의가 빗발쳤다.

    2시간 이상이 지난 뒤 여성매니저가 16번 게이트에 나타나 “한국 무안에서 도착한 항공기가 제 시간에 세브 박탄공항에 도착해 정비하고 있다. 자신도 운항지연 이유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는 응급 환자(어린아이)가 발생하자 이를 처리하느라 한동안 자리를 비웠으며 본사 및 항공기 정비팀 관계자를 만나보겠다고 자리를 뜨면서 새벽시간은 3~4시를 넘겼다.
    이어 15일 낮 12시에 출발하는 대체항공편을 마련하겠으며 승객들이 투숙할 세브 시내 호텔을 마련했다.  

    그러나 당초 인천공항으로 가려던 항공기는 정비를 위해 아예 철수했고 탑승객들은 언제 출발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항공사 측에 항의를 계속했다.

    결국 새벽 5시쯤 관광객 94명은 공항을 빠져나와 세브 시티 오스메냐 서클 크라운리젠시호텔(Crown Regency Hotel)에 투숙을 했고 나머지 60여 명은 공항 16번 게이트 인근에서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또한 일부 승객들은 개인별로 항공권을 구입해 인천공항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 ▲ 지난 14일 필리핀 막탄세브공항에서 팬 퍼시픽 공항 결함으로 출국을 하지 못하자 한 승객이 오랜 기다림 끝에 지쳐 의자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 지난 14일 필리핀 막탄세브공항에서 팬 퍼시픽 공항 결함으로 출국을 하지 못하자 한 승객이 오랜 기다림 끝에 지쳐 의자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김정원 기자

    A 씨(62‧충북 청주시 서원구)는 “가족 5명과 함께 지난 11일부터 3박 5일 동안 세브에서 휴가를 즐기고 기분 좋게 귀국하려고 했으나 이날 비행기 결항으로 즐거웠던 휴가를 망쳤다”면서 “팬 퍼시픽 항공이 결항을 했으면 장시간 대기하고 있던 승객들에게 정확하게 결항 사실을 알리고 대체항공기 마련을 해야 했지만, 승객들이 항의를 계속하자 그 때서야 숙소를 마련에 나서고 대체항공편 확보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세브로 부부 동반으로 환갑여행을 온 B 씨(61)는 “세브 여행 중에 판 퍼시픽 항공의 부도설이 나돌아 귀국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조마조마했는데, 결국 항공기 결항이라는 사고를 쳤다. 공항에서 보내는 14시간 30분 동안 어른들은 지치고 아이들은 보채며 우는 등 악몽이었다”고 치를 떨었다.

    그러면서 “팬 퍼시픽 항공이 운항결항으로 장시간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대처하는 것이 너무 형편없었다. 막탄공항에서 항공기 탑승 때까지 내내 가슴을 졸였다. 이렇게 장기간 결항 항공사에게는 쥐꼬리만큼의 보상금으로 마무리 할 것이 아니라 국토부가 결항 및 지연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팬 퍼시픽 항공은 지난 12일 자금부족을 빌미로 항공권을 판 하나투어 등 국내 여행사들에게 운항을 중단한다고 통보하면서 부도설이 나돌았으며 지난 7일 지연 운항 등으로 승객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