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시사칼럼] 소년과 연못 개구리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한 소년이 연못가에 앉아서 돌을 던지고 있다. 퍼져가는 파문을 보는 게 재미있고 신기해서 연못에 자꾸 돌을 던진다. 소년이 돌을 던질 때마다 연못 속에 살고 있는 개구리와 올챙이가 놀라서 돌을 피해 달아난다. 보다 못한 우두머리 개구리가 소년에게 다가가서 항의를 한다.
“당신은 재미로 돌을 던지는지 모르겠으나 우리 개구리 가족에겐 당신이 던지는 돌에 목숨이 달아날 수 있으니 돌을 그만 던져라.”
널리 알려진 우화의 하나이다.

6월12일에 싱가포르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이 만나서 회담을 하고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나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예로 든 우화 속의 그림처럼 보인다.  
회담 후 툭툭 내뱉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마치 연못 속의 개구리가 죽든 말든 파문이 퍼져가는 게 재미있어서 소년이 무심히 던지는 돌처럼 보인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국내 뉴스가 춤을 추고, 그 때마다 국민들은 마음이 불안해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국내 분위기가 출렁이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진보좌파가 압승하였다. 몰락 지경까지 내몰린 우파의 참담한 패배이다.
지리멸렬하느니 차라리 바닥에서 새로 출발하라는 국민들의 경고성 심판이다. 진보좌파와 구분이 안 되는 표풀리즘 짝퉁공약으로 좌파와 경쟁하면서 보수우파의 정체성마저 팽개쳐서 몰락의 막다른 지점에 도달했다는 신호이다. 안보를 걱정하고 시장경제를 걱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보수의 이념을 외면하고 지역구도에만 의존한 결과이다. 나라 걱정하는 중도보수층까지 그들을 외면한 표심의 표출이다.

그러나 더 이상 오갈 때 없는 신세가 된 보수우파의 재건이 쉽지 않을 것이라서 나라의 원로세대들은 우려하고 있다. 산업세대가 지난 70년 세월동안 힘들여 쌓아온 번영의 동력이 멈추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우리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는데도 소득평등을 주장하는 좌파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은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여세로 계속 추진해갈 심산이라서 우려하고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쓴 회고록 ‘3층 서기실의 암호’를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라면 북한의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될 것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외교관의 신분으로 살아오면서 체득하고 목격했던 일을 회고했는데,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수뇌부의 행적을 시계열로 소상히 술회하고 있어서 지난 시간 남과 북, 미국과 북한 사이의 회담이나 접촉 기록에서 맞춰지지 않았던 퍼즐이 비로소 맞춰지고 있다.

필자는 회고록을 읽으면서 미국도 북한의 외교 술수를 당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물며 정보수집능력이 미국에 훨씬 뒤지는 우리에게는 불문가지의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 사회에는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할 것이고 평화가 올 것이라는 분위기로 가득하다.

지금의 평화분위기에 편승해서 ‘우리민족끼리’라는 민족주의 기세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민족끼리’는 참 좋은 말이다. 우리가 받아들이는 ‘우리민족끼리’의 말뜻은 헤어졌던 가족이 만나고, 끊어졌던 길을 이어서 자유롭게 함께 잘 살아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북쪽의 말뜻은 가족이 왕래하고 자유롭게 함께 잘 살아보자는 것은 과정일 뿐이고 외세를 물리치고 적화 통일하자는 것이다. 

김정은의 속마음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북핵 폐기가 쉬운 일이 아니고 실현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김정은을 띄우고, 연례적이고도 중요한 한미군사훈련을 ‘전쟁놀이(war game)’이라면서 자기가 훈련중단을 먼저 제안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언젠가는 주한미군을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도 고려한다’는 그의 말에 주가가 흔들리고 환율이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나라 모양새가 재미로 던지는 소년의 돌에 맞아 속절없이 부상당하는 연못 속 개구리 꼴이다.
         
그렇다고 강대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속수무책으로 흔들리는 나라로 내버려 둘 수는 없을 터다. 흔들리지 않으려면 정부의 안보 의지도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마음가짐이 더 굳건해야 한다. 경제도 튼실해야하고 국방력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결사옹위의 구국정신 무장이 갖춰져야 한다. 좌파정권이 북한의 평화공세에 취하여 과속 탈선하지 않도록 국민들이 엄중히 지켜봐야 한다.  

과연 우리 국민들이 깨어나서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소년과 연못 개구리’ 우화가 자꾸 떠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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