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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용신인문학상 당선작, 박한씨 詩 ‘순한 골목’

“사물과 사물 바라보는 시적 자아 참신한 상상력으로 형상화” 평가

입력 2018-05-09 12:32

▲ 제24회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박한 씨.ⓒ옥천문화원

제24회 지용신인문학상 공모에서 박한 씨(32)의 시 ‘순한 골목’이 선정됐다.

9일 충북 옥천군에 따르면 ‘지용신인문학상’은 충북 옥천이 낳은 한국시문학사의 우뚝한 봉우리 정지용 시인(鄭芝溶)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한국문단을 이끌어갈 역량 있는 시인 발굴을 위해 제정된 상이다.

이번 문학상 심사는 유종호 문학평론가(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와 오탁번 시인(고려대 명예교수)이 맡았다.

이들 심사위원은 “이번에 당선된 문학상 ‘순한 골목’은 사물을 보는 따듯한 시선이 동심의 눈을 통해 알맞게 시화돼 있다”면서 “마치 골목대장 노릇하는 아이처럼 자유분방한 상상력으로 자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솜씨가 놀랍다. 사물과 사물을 바라보는 시적 자아를 참신한 상상력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고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했다.

올해 지용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박한 씨는 “한 명의 시인은 하나의 정부라고 자긍심을 심어 준 이영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언제나 시로 깊은 감동과 부족함을 일깨워 주는 김일영 시인, 허은실 시인, 정노윤 시인에게도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한국애니메이션 고등학교,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현재 인디밴드 ‘폰부스’에서 활동 중이다.

시상식은 오는 11일 오전 11시 옥천군청 대회의실에서 있을 예정이며 당선자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당선작

‘순한 골목’

골목은 왜 이리 얌전한지

자꾸만 쓰다듬고 싶어요

숨을 쉬는데

신호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요

손가락 마디를 보면

내가 헤맸던 길목을 알 수 있죠

매일 걸어 다녀도

달이 지는 법은 배울 수가 없어요

사실 골목은 지붕들이 기르는 것이라서

부르는 이름들이 달라요

고장 난 컴퓨터였다가

산지 직송 고등어였다가

김숙자 씨였다가

지현이 엄마였다가

가끔은 현석아 놀자가 돼요

왜 골목이

밤이면 군대군데 멍이 드는지

술 취해 돌아오는 일용직

김기석씨를 보면 알죠

그래도 골목은 도망치지 않습니다

쫓기는 사람들이

모두 골목으로 숨어드는지는

좁아야만 이해하는 습성

나도 쫓아오는 생활을 따돌리고

골목에서 뒷발로만 서 봅니다

창밖에선 내가 걸어가고 있고요

멀리 돌아갈 수 없는

직선이 없는 지도는

여기에서 발명 되었습니다

깨우지 마세요

난폭하진 않지만 겁이 많은 사람들이

불빛을 말고 숨어버릴지도 몰라요

쫑긋 세운 옥상들이 바람을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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