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홍 시사칼럼] “괘념(掛念)치 마라. 차카게 살자”

박규홍 칼럼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3.20 10:14:06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 ⓒ서원대학교

오래 전에 나돌던 우스개 얘기이다.
한 주먹조직에 먹물 좀 먹었다는 막내가 들어왔다. 주먹 두목은 먹물 먹은 막내가 조직에 들어 온 것이 대견해서 물어본다.

“아가야 영어도 좀 아냐?”
“예, 형님.”
“그래? 그럼 우산을 영어로 뭐라고 하냐?”

우산 그림이 예쁘게 그려진 옷 상표에 적힌 ‘아놀드 파마’라는 글을 기억해낸 막내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한다. “예, 형님. 우산을 영어로 ‘아놀드 파마’라고 합니다.”

막내의 빠르고 거침없는 대답에 지극히 만족한 표정으로 두목이 다시 묻는다.
“아가야, 그럼 악어를 영어로 무어라 하냐?”

이번에는 악어 그림이 있는 옷 상표 이름을 떠올리며 막내가 즉답을 한다.
“예, 형님. 어렵긴 하지만 악어를 영어로 ‘라코스테’라 합니다.”

주먹 두목은 막내의 거침없는 대답에 기뻐하면서 다른 부하들에게 이렇게 훈시한다.
“우리 조직에 영어도 잘하는 똑똑한 막내가 들어왔으니 이제 우리도 차카게 살자.”     
한 때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행동을 해오던 사람들이 좋지 않은 일을 좋은 일이라고 하면서 행동할 때 비유하는 말이 ‘차카게 살자’라는 말이다. ‘착하게 살자’라는 본뜻을 왜곡하는 위선적 행동을 비꼬는 말이다.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Me Too)’ 운동이 우리사회에도 들불처럼 퍼지면서 그렇지 않아도 가부장 전통이 무너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더 세게 강타하고 있다. 사회 각계에서 잘 나가던 저명인사들이 ‘미투 운동’의 덫에 걸려 하루아침에 망가(亡家)되는 수모를 겪고 있거나 수모를 못 견디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인사까지 나타나고 있다.

미투 운동에 대해 가해자들은 반성을 하다면서도 이념투쟁이니 정치공작이니, 아니면 음모라면서 억울해 하거나 자기변명에 급급하다. 자신의 위세만 믿고 자만했던 소치임에도 자기의 잘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요즘의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행동이다. 

10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사회 성인남성의 30%가 미투에 자유롭지 않을 것이고, 20년 거슬러 올라가면 50%, 30년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 거의 모든 남자가 자유롭지 않을 거라는 말이 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남존여비 풍조가 우심했었다는 의미이다. 요즘의 미투 운동에 거명되어 ‘망가(亡家)’되는 인사들의 그동안 행적을 뒤져보면 세상 바뀐 줄 모르고 여전히 10년 전, 20년 전의 그런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행동했던 게 사달이 난 것이다.

유망 차기 대선주자로 거명되던 인사가 관련된 미투 기사를 읽다보면 수신(修身)과 제가(濟家)도 못하는 사람이 치국(治國)하고 평천하(平天下)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가까이에서 보좌하던 여성을 마치 조선시대의 관리들이 했듯 곁에 두고 부리는 몸종이나 관비로 여기지 않았으면 어찌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미투 운동으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인사가 고상한 언어와 치장된 이미지로 어쩌면 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이르러 이쯤에서 걸러진 게 그나마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참으로 다행이다.

유력 인사의 덧없는 몰락에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실망이 크겠지만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를 정화하고 도덕적으로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순기능적 역할도 할 것으로 보아 이 또한 천만다행이다.

주먹조직 두목이 부하들에게 ‘차카게 살자’라고 한 말이나, 유망 정치인이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을 감추려고 피해당사자에게 ‘괘념치 마라. 좋은 것만 기억해라’고 한 말이나 그 말의 뜻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래서 한 조간신문에 실린 칼럼에 요즘 세태에 딱 맞는 비유의 글줄이 있어 인용해본다. 

‘아첨을 좋아하며 위를 잘 섬기고, 재물에 인색하면서 몸가짐을 깨끗할 수 있겠는가? 가까운 이에게 함부로 하면서 남에게 잘 할 수 있는가?’

이 글줄이 뜻하듯 큰 꿈을 가진 사람은 가까운 이부터 잘 섬겨야 남에게도 잘 할 수 있고, 착하게 살아야 큰일도 도모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물론이고 곧 있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지방선거에 나설 인사들도 새겨두어야 할 말이다.

무릇 큰일을 할 지도자가 되려면 ‘차카게’ 말고 ‘착하게’ 살아야 할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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