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변죽’만 울리는 이완구 전 총리

불출마 선언에서 “한달후 보자” 출마 여지 열어

김창견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8.03.21 11:06:29

▲ 이완구 전 총리가 지방선거 또는 보궐선거 출마여지를 열어둔 채 최근 “한 달 후 보자”고 언급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완사모 카페

이완구 전 총리(67)가 지난 14일 모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22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촉발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가 무죄로 확정 받은 때로부터 2개월 여 만이다.

이날 이 전 총리는 언론을 불러 모아 놓고 자신의 11대 선조인 이광윤 사당을 찾았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청주성을 탈환한 공적을 올리기도 했으며 충남기념물 17호로 지정된 곳이다.

나름 의미가 부여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6월 13일 치러지는 선거를 90일 남겨둔 시점이기도 했다. 충남도지사 후보가 마땅하지 않던 자유한국당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당연 이 전 총리의 발언에 촉각이 모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전 총리는 “정치권에서 3개월은 긴 시간이다. 현재 출마 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르다”며 “지켜봐 달라. 앞으로 한 달 후에 보자”고 예외 없이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

또 "평소 좌우명대로 호시우행(虎視牛行·범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간다는 뜻)의 자세로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발언만 본다면 출마를 안 한다는 말은 아니다. 물론 에둘러 표현한 발언을 감안하더라도 구지 11대 선조의 사당을 찾고 언론을 불러 모은 이유는 찾아 볼 수 없다. 예의 쇼잉이 아닐 수 없다.

이 전 총리의 속내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측근을 통해 도지사든 천안갑 보궐선거든 출마하지 않겠다고 한 전언에서 빗장을 열어 제친 모양새다.

이 전 총리의 호시(虎視)는 최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자신의 비서 성폭행 논란으로 중도사퇴하고 연이어 유력 후보로 예상됐던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예비후보 마저 불륜 의혹으로 후보직을 사퇴해 견고할 것만 같았던 민주당의 지지세에 균열의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전 총리의 주변에서는 천안갑 보궐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란 예측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6일 천안에서 홍준표 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등이 총출동한 충청권 민심점검회의에서 지난 9일 영입한 길환영 전 KBS 사장(64)을 천안갑 조직위원장에 임명했다. 사실상 길 위원장을 전략공천 하겠다는 의미다.

이렇듯 한국당의 충남 판짜기에 이 전 총리의 발언은 돌발변수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3선 의원에 충남도지사와 70일의 단명이지만 총리직을 거친 이 전 총리는 분명 충남의 표심을 다잡을 정치적 중량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전 총리는 충남도지사 출마는 선택하지 않을 듯하다. 최근 두 차례의 언론 노출에서 이 전 총리의 모습은 건강상 편하지 않음을 여실히 보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단위 선거구가 아닌 광역선거구에서의 선거운동은 이 전 총리의 건강상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아무튼 이 전 총리의 최근 행보가 갈 길 바쁜 한국당에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또 성실하고 꾸준히 출마를 대비해온 정치신인들의 발목을 잡아채게 될 것인지 이 전 총리의 우행(牛行)을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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