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형에서 노지형 변경, 주민·시의회 갈등 첨예한 가운데 ‘맥락’ 파악 못해
  • 충북환경련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12일 제2매립장 사태에 대한 주민감사 청구를 위해 주민서명을 받고 있다.ⓒ김종혁 기자
    ▲ 충북환경련 등 시민단체가 지난달 12일 제2매립장 사태에 대한 주민감사 청구를 위해 주민서명을 받고 있다.ⓒ김종혁 기자

    충북도가 청주시가 추진 중인 ‘제2매립장’이 여러 가지 갈등을 빚어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청구한 ‘주민감사’를 기각해 사태의 맥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도는 지난 11일 주민감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달 20일 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민 399명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청주시 제2매립장 문제에 대한 주민감사 청구를 ‘각하’했다.

    이날 심위위원 13명 중 9명이 참석했으며 최종 투표결과 반대5명, 찬성 4명으로 의결됐다.

    주요 쟁점 사안인 ES청원·청주의 폐기물처리업 적합 통보 여부와 지붕형에서 노지형으로의 변경 사안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심의위원회가 주민감사까지 청구되도록 다양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제2매립장’ 사태에 대해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공무원의 입장만 대변했다는 여론이다.

    ‘제2매립장’ 사태의 시발점은 2015년 오창의 매립장 업체인 ES청원의 사업추진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ES청원은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빈발한 가운데 2015년 3월 26일 청주시와 ‘오창지역 환경개선 업무협약’을 맺고 오창읍 후기리 제2매립장 부지 바로 옆으로의 이전을 추진한다.

    그해 12월 4일 시는 ES청원이 85%를 출자해 설립한 ES청주의 폐기물 매립시설에 대한 조건부 적합통보를 내준다. 

    김용규 시의원에 따르면 “ES청원은 청원군으로부터 157만 루베 허가를 받았으며 지금까지 230만 루베 이상을 매립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ES청원은 허가 받은 양만 매립하고 사업을 끝내야 했지만 협약을 맺은 그해 6월 18일 ES청주라는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후기리에 새로운 소각장을 신청하고 시는 적합통보를 내려줬다”며 시의 행정 처리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청주시의 ‘제2매립장’ 추진은 2013년 3월 계획수립 후 4차 공개모집 끝에 2016년 6월 9일 오창읍 후기리에 지붕형으로 조성하기로 최종 결정 됐다.

    그러나 후기리가 선정되기 직전인 그해 5월 18일 후기리에 추진 중인 오창테크노폴리스산단이 산단내 폐기물처리 시설과 제2매립장 중첩부지 1만4000평에 대해 제척 한다. 또한 5월 25일 ES청원은 오창TP에 2만평 제척을 요구하기도 했으며 이들은 다음날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이어 청주시는 지붕형으로 확정된 지 5개월만인 11월 돌연 ‘노지형’으로 변경한 후 12월 다음해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의회는 ‘일관성 없는 행정’ 이라는 이유로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곧이어 후기리 주민들과 인근 주민들의 찬성과 반대 시위가 잇따르며 청주시의 ‘제2매립장’ 조성 사업 추진은 한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주민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주시는 또다시 ‘노지형’으로 추진하겠다며 추경 신청을 냈으나 시의회는 이 또한 삭감해 버렸다.

    여기서 문제는 청주시의 태도다. 주민간의 갈등과 의회의 반대에는 ‘제2매립장’ 사업에 다양한 문제점이 존재한다는 점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노지형’만 강행 한다는 점이다.

    특히 시의회의 추경 삭감 당시에는 다수당인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찬성과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간의 대립양상까지 전개됐으며 도시건설위원회는 파행까지 겪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신언식 의원이 ES청원 관계자와 필리핀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온 것이 불거졌으며 신 의원은 한국당 안성현 의원(도시건설위원장)이 이를 빌미로 자신에게 노지형에 찬성해 줄 것을 강요 했다고 폭로하며 매립장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또한 청주시 고위간부는 감사원이 지난해 ‘제2매립장’에 대한 감사를 받았다고 몇몇 언론에 슬그머니 흘렸다가 거짓으로 들통 나면서 시가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노지형만 고집하는 단면을 드러내며 심하게 체면을 구겼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환경련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사태 해결을 위해 충북도에 주민감사를 청구 한 것이다.

    주민감사심의위원회가 이 같은 진행과정을 제대로 분석했다면 왜 ‘제2매립장’이 숱한 갈등과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시민단체가 주민감사를 청구했는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환경련 관계자는 “심의위원들이 ‘제2매립장’ 과정의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졌고 공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평가한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조만간 대책을 논의 하겠다”고 밝혔다.

    갈등과 논란을 해결해 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충북도가 앞으로 ‘제2매립장’ 사업 추진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