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고, 자체적 인스트럭터 임용…도교육청 임용한 후임자 대응 주목청주고야구부후원회 “청주고 야구부 해체하라”…신임 코치 ‘의혹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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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주고등학교

    충북 청주고 야구부가 장 전 야구감독이 지난 9월말 제자 5명을 폭행한 혐의가 인정돼 순회코치직을 잃은 뒤 그 후임으로 야구부 지휘봉을 놓고 해당 교육청과 마찰을 빚으며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청주고를 졸업하고 1990년대 프로야구 투수로 활약, 2013년부터 4년째 모교로 돌아와 감독직을 맡아온 장 전 감독의 야구부원 폭행사건으로 야기된 이 사태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교육청과 청주고가 야구부 사령탑을 놓고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빚으며 야구부 정상화를 둘러싸고 학부모 의견도 분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주시교육청지원청은 최근 야구 지도자(코치) 임명 모집공고를 내고 이모 씨를 내년 2월말까지인 장 전 감독의 잔여 임기를 채울 새 감독으로 임명하고 지난 14일 청주고로 첫 출근토록 했다.

    그러나 이와 별도로 청주고도 ‘방과후 학교 야구강사 채용공고’를 통해 A모 씨를 별도로 선발해 같은 날부터 야구부 지휘봉을 맡겼다.

    청주고 류철우 교장은 “학교 운동부원 감독은 당연히 학교장이 임명권자가 아니겠느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학교입장에서 보면 신임 이 씨보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과 기량을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지 않겠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어 형식적 공모를 통해 장 전 감독을 다시 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청주고야구부 후원회와 일부 학부모는 “이 씨가 이전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으로 이 씨를 감독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현재 충북도교육청과 청주교육지원청에 임용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청주교육지원청은 청주고의 방과후 야구강사 채용을 항명으로 간주하며 강력 대응하고 있다.

    교육청은 규정대로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밟아 후임 감독을 선발했다며 야구부원 일부 학부모가 조직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서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주교육지원청의 청주고 야구부 순회코치 모집에는 기존 청주고 자체 코치 2명을 포함해 5명이 응시했으나 서류·면접시험을 거쳐 최종 이 씨가 선발됐다.

    청주교육지원청은 내·외부 인사 7명으로 구성된 학교 운동부 지도자 관리위원회가 응모자들에게 문항과 구상 시간을 준 뒤 질문없이 답변만 듣는 것으로 아주 공정하게 심사했다는 후문이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서류 심사결과 범죄 경력이나 공무원 결격 사유가 없었다”며 “이 씨를 문제있는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려면 구체적 증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교육청에서는 청주고가 장 전 감독을 다시 방과 후 강사로 채용해 야구부원들과 생활하게 해 놓고 형식적인 채용공고를 냈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도교육청에는 이 씨에게 잔여임기를 맡겨 보자는 청주고 학부모들의 민원도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고 장기덕 교감은 “지난 14일 오후 교육청 관계자들이 학교를 직접 찾아와 의견을 타진했으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여타 규정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본 후 다시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6일 저녁 청주고 류철우 교장은 교육청이 임명한 이모 씨와 학교에서 임명한 A모 씨, 그리고 기존에 근무하고 있던 선수코치 2명을 포함해 4명을 불러 모아놓고 각자의 업무분담을 맡긴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장 전 청주고 야구부 감독은 지난 9월 야구부 학생 5명을 폭행한 혐의로 청주시교육지원청으로 부터 해임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학교측은 ‘장 전 감독을 선처하라’는 야구부 후원회 등의 청원을 수용해 지난달  27일 인스트럭터 형태의 지도자로 복귀시키기로 했다가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해야 한다는 도교육청 입장에 따라 이를 보류했었다.

    인스트럭터는 감독직을 일정 부분 행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지칭한다. 전국의 67개 고교 야구부 가운데 30여 개 야구부의 감독이 인스트럭터 신분이다.

    당시 학부모회 측은 “사건현장에 학부모들도 있었고 폭행이라고 보기엔 힘들다”며 “동계훈련을 시작하기 전까지 전문가 지도를 받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 복귀요청을 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일부 피해 학부모는 “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조사가 진행 중이고 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가 교육지원청의 계약해지 처분에 배치되는 복귀 결정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반발하는 등 의견이 맞섰다.

    학부모회는 지난달 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해고처분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나서 학부모 26명이 작성한 ‘선처탄원서’를 김병우 교육감과 충북체육회장인 이시종 충북지사에게 제출했다.

    이에 충북도체육회는 지난 9일 A감독에 대한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었으나 장 전 감독은 결국 자격정지 2년의 징계를 받았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공정하고 투명한 지역 스포츠 환경 조성을 위해 구성됐으며 체육분야의 규약규정에 관한 사항부터 법제, 표창, 징계 등 체육활동 전반에 중요한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기구다.

    그러나 장 전 감독은 이번주 단재교육원에 숙소와 연습장을 둔 청주고 야구팀에 합류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청주고가 장 전 감독을 인스트럭터로 정식 임명해 다시 지휘봉을 잡도록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는 인스트럭터 신분으로 팀에 복귀한 것으로 보이며 야구부원을 직접 지도하지는 않고 주로 오후에 나와 사무실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자격정지 2년 처분까지 받은 장 전 감독의 복귀 등 현재 청주고 야구부 사태 해결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인스트럭터가 일반인 신분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할 방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무튼 경찰의 이번 폭행 신고 사건 수사와 별도로 도교육청이 내년 1월 청주고 종합감사 때 야구부 운영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할 계획이다.

    장 전 감독의 후임으로 뽑혔던 이 씨도 후원회 등이 자신을 의혹투성이로 몰아붙인데 대한  대응 여부도 주목된다.

    그동안 야구부원 5명에게 ‘원산폭격’ 상태에서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도교육청 입장과 달리 청주고는 ‘교육적 훈계’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장 전 감독을 옹호해 온 게 사실이다.

    한편 청주고야구부후원회가 17일 충북도교육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구부를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후원회는 근래 야구선수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 장 전 감독의 순회코치직이 박탈된 데 따른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이들은 “폭행사건인지 교육적 훈계인지 가려보지 않고 사법기관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왜 장 전 감독을 해고 조치했는지 경위를 밝히라”며 “선수·학부모가 신뢰하지 않는 외지의 ‘의혹투성이’ 순회코치를 어떤 의도로 모집공고 하루만에 임용했는지도 설명하라”고 격분했다.

    그러면서 “제자가 스승을 고소하고 스승을 불신하는 등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작금의 상황에 이르렀다”며 “선수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차라리 야구부를 해체하는 게 올바른 선택일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참고로 청주고 야구부는 1973년 창단해 81년 화랑대기, 83년 황금사자기 대회 3위 등의 막강한 저력을 과시하며 지역에서 전통의 야구 명문 세광고와 20년 동안 라이벌 관계를 유지해오다 1992년 일부 선수들의 탈선과 재정난 등으로 해체됐었다.

    그리고 이후 16년만인 2008년에 부활했다.

    청주고 야구부는 다음 달 중 한화기야구대회와 충북도교육감기 야구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