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규홍 서원대 명예교수.ⓒ박규홍 교수
    ▲ 박규홍 서원대 명예교수.ⓒ박규홍 교수

    나의 정치성향은 자칭 보수다. 그럴 연배도 되었지만 그동안 너무 좌로 치우친 야권의 정치성향에 대한 불만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다.

    젊은 시절에야 대부분 진보성향을 가지듯 나도 젊었을 적엔 진보적 이슈에 적극 동조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안정성과 사유의 깊이가 필요한 경륜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보수 정치성향으로 바뀌어 갔다. 아마도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그러할 것이다.

    ‘칼 포퍼’는 ‘젊어서 마르크시스트가 되어보지 않는 자는 바보요, 나이가 들어서도 마르크시스트로 남아 있으면 더 바보’라고 했다. 이 말을 빌려 ‘젊어서 진보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자이고 나이 들어서도 진보이면 머리가 없는 자이다.’고들 한다. 이 주장에 의한다면 나는 가슴도 있고 머리도 있는 정상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나와 같은 나이가 들고 보수성향인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 지난 4·13 총선을 거치면서 매우 ‘쪽팔리는 신세’가 되어버려서 요즘 멘붕 상태에 빠져있다. 한 마디로 선거 직전에는 유치한 ‘박타령’과 ‘옥쇄파동’에 울화가 치밀었었고, 선거 후에는 예상외의 선거 참패로 멘붕에 빠졌다. 그런데도 여당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고 있어서 정치적으로 마음 둘 곳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당의 4·13 선거 참패는 여론기관이나 언론들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예고된 결과였다. 보수층들이 그래도 여당의 공천 마지막  행보까지 희망을 가지고 기다렸지만, 공천자 등록 마감 전날 당대표가 소위 옥쇄라는 당인을 숨겨두고(?)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지지보수층들의 인내가 폭발했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참패의 제1요인이라는 판단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소위 보수층 지지율이 높은 지역에 무공천하더라도 친여권 인사가 당선되어 여당의석을 채우리라 생각했던 안이한 판단에 보수 지지층이 싸늘하게 돌아섰다는 사실을 현재의 여당인사들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강남 어느 지역구가 무공천지역이 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출마자의 선거구호가 이랬다. ‘새누리당 무공천 결정’.

    그 후보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자기를 밀기위해서 무공천 결정했으니 자기를 찍으라는 뜻으로 의기양양하게 선거현수막을 만들어서 걸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플래카드를 본 사람들은 화가 더 치밀었고 그 결과는 후보와 정당지지 모두 1번에서 후보 2번, 정당 3번으로 바뀌었다. 강남불패의 신화는 그렇게 무너졌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연출에 김무성 전 대표가 참패의 ‘화룡점정’을 했고, 지지자들은 선거에서 여당에게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4·13 여당 참패의 소극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여당이 선거참패 백서를 만들 계획이라니까, 백서에서 참패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였는지를 살펴보면 앞으로 여당이 소생할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김무성  전 대표의 그 어리석은 ‘화룡점정’에서 보수들이 심정적으로 엄청 쪽 팔렸던 사실이 어떻게 설명되는 지도 살펴볼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동안의 묵은 정 때문에 이번의 참패가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직은 한 구석에 남아 있음을 잊어서도 안 될 것이다.

    대통령이 언론의 보도·편집국장회의에서 어떤 정치 메시지를 내놓을지는 알 수 없으나 선거 참패의 후유증을 수습할 수 있을지가 문제이다. 대통령이 보수지지층의 쪽 팔리는 마음을 어떻게 달래줄까? 인생사는 ‘새옹지마’이라지만 보수라서 참 쪽 팔리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