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규홍 교수
    ▲ ⓒ박규홍 교수

            

    (장면 1) 영국의 보건성 장관이 어느 날 의회에서 보건에 관한 주제로 연설을 하고 있었는데, 연설 도중에 어떤 의원이 일어서서 연단에 서 있는 장관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보건 장관은 수의사 출신 아니오? 그런데 수의사가 사람의 건강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렇게 떠들어 대는 거요?”

    그러자 그 보건성 장관은 의원의 짓궂은 돌발성 질문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유 있게  웃으면서 이렇게 답변하였다.
    “네, 존경하는 의원님의 말씀대로 저는 수의사가 맞습니다. 앞으로 혹시 어디라도 편찮으시면 아무 때고 저한테 찾아오십시오. 제가 의원님을 특별히 잘 치료해드리겠습니다.”

    그 의원은 졸지에 짐승이 되어버렸고 순간 의회는 웃음바다가 되었다.

    (장면 2) 미국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공화당 토론회에서 링컨의 상대 후보였던 더글러스가 링컨을 흠집 내기 위해서 그를 비하하는 발언을 하였다.
    “링컨은 말만 그럴듯하게 하는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입니다.”

    자신을 비하하는 발언에도 링컨은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여유 있게 웃으면서 더글러스의 말에 답하였다.
    “더글러스 후보가 저를 두고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고 몰아붙이고 있습니다만 여러분께서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제 얼굴을 보십시오. 만일 제가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라면 오늘처럼 중요한 날에 잘 생긴 얼굴로 나오지 이렇게 못생긴 얼굴로 나왔겠습니까?”

    이 토론회 후에 링컨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다.

    (장면 3) 어느 날 태조 이성계와 무학 대사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서로 누가 욕을 더 잘 하는가 내기를 하였다. 무학 대사가 태조에게 먼저 욕하시라 청하였다.
    태조가 무학 대사에게 “대사의 머리는 돼지대가리 같소”라고 말했다.

    무학 대사가 반응 없이 한참동안 있으니까 태조가 빨리 자신에게 욕하기를 재촉하였다.  이에 대사가 “예, 대왕님의 머리는 부처님 머리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태조가 의아해서 무학 대사에게 “그게 무슨 욕이오?”라고 물으니 무학 대사가 답하기를
    “예, 부처님 눈으로 보면 삼라만상이 다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태조는 졸지에 돼지가 되었고 무학 대사가 욕하기 내기에서 통쾌하게 태조를 이겼다.

    장면 1·2·3에서 보듯이 정치 지도자가 지녀야 할 덕목은 여유로움과 포용, 그리고 상대방의 치졸한 공격에도 멋있게 한방 먹일 수 있는 순발력과 쿨한 정치적 감각이다. 우리 정치인들도 이런 덕목을 지니고 정치를 했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힐링이 되었겠는가?  

    막말파문으로 지난 4년 내내 국민들을 피곤하게 했던 야당의 J의원이 낙천되어서 정치판이 이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지려는가 생각 했다. 물론 그런 막말에 카타르시스가 되었다는 열렬 지지자들도 있겠지만 필자와 같은 대부분의 평균적 국민들은 J의원 류의 정치적 막말에 19대 국회 내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래서 ‘귀태’, ‘그년’, ‘원수’, ‘불법당선 불법대통령’ 등의 막말을 했던 정치인들도 이참에 잘 정리될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그냥 시늉만 하고 적당히 퉁치고 넘어갈 것 같다. 정치판 환경정화가 쉽지 않음을 본다.

    인류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바둑까지 인공지능이 거의 점령하여 곧 세상이 크게 바뀔 거라는 21세기인데도 20세기적 마인드에 갇힌 정치판을 우리 국민들이 20대 총선에서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우리나라 국회를 건국 후 6·29 민주화 이전까지를 어셈블리 1.0 시대라 한다면 19대까지의 국회는 어셈블리 2.0이었다. 앞으로 20대 국회가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 후진적 국회 어셈블리 2.0을 뛰어 넘어 선진적 국회 3.0의 시대가 될지가 결정될 것이다.

    어셈블리 3.0의 제1조건은 팍팍한 삶에 지친 국민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주는 힐링 정치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국민들 가슴에 상처를 주는 막말과 돌출 저질 행동으로 카메라의 렌즈로만 향하는 구태 정치만 사라져도 우리 국회는 3.0으로 한 단계 격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한꺼번에 정치판을 바꾸기는 어려우므로 여야 구분 없이 후보자들의 막말 전력이나 구태 전력을 샅샅이 뒤져서 그런 정치인들을 20대 국회에 들어가지 못하게 유권자들이 심판하는 게 어떨까?    

    최소한 유권자들의 그런 심판만이라도 작동한다면 J의원 류의 저질 막말 파동으로 국민들 가슴에 상처를 주는 정치판을 작지 않게 변화시키지 않겠는 가 생각되어서다.

    제3당이 출현했지만 정치판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그러니 막말하는 정치인들을 20대 총선에서 퇴출시키는 운동이라도 펼친다면 어셈블리 3.0으로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게 열릴 것이다.
    어셈블리 3.0을 위하여 우리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궐기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