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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이 대통령보다 야당을 더 의식하나?

“당장 조개사로 쳐들어갑시다”

입력 2015-12-04 11:20 | 수정 2015-12-04 11:23

“최종웅의 소설식 풍자칼럼 ‘사랑 타령(18)’

최백수는 기가 죽는다. 그렇다고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다시 한 번 외칠 작정이다. 소리를 지르려니 입이 탄다. 황급히 물을 찾지만 여전히 물은 없다.
차라리 산신령의 도움을 받는 게 낫겠다. 뒤를 힐끔거린다. 역시 무표정하다. 그렇다고 연설을 중단할 수는 없다.

“한상균을 무조건 체포해야 합니다. 경찰이 수배 중인 범인을 잡기 위해 절에도 못 들어간다면, 그 안에 있는 승려가 살인을 해도 못 잡을 게 아닙니까?”
이 말을 하고는 눈치를 살핀다. 아까 그 땡추가 공격을 할 것 같아서다. 땡추는 보이지 않고 박수 소리만 요란하다. 여기저기서 함성까지 터진다.
“옳소!”
계곡의 작은 물이 개울이 되더니 마침내 강이 되어 도도히 흐른다. 당장 조계사로 쳐들어가서 체포영장을 집행하자는 소리도 들린다. 그보다 급한 게 경찰청장을 탄핵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법치를 강조했으면 뒷감당을 해주겠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경찰이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보다 야당을 더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아무리 대통령이 체포영장을 집행하라고 해도 일선 경찰이 말을 듣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어째서 감히 대통령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일까? 그게 다 대통령 단임제 때문이다. 5년만 하고 물러나기 때문이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도 임기의 절반을 채웠다. 몇 달만 있으면 총선 정국이고, 총선만 끝나면 다음 대통령 선거로 들뜰 것이다. 누가 대통령 말을 듣겠는가? 이건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다. 

“그 철딱서니 없는 소리 좀 그만하쇼”
어디선가 경찰을 두둔하는 소리가 들린다.
“경찰도 사람인데,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없겠소? 자칫 잘못하다가 폭력경찰로 몰리면 옷을 벗는 것은 물론이고, 감옥까지 가는데 누가 몸을 던져 막겠소? 살살 눈치나 살필 수밖에 없는 거잖소? 당신 같으면 목숨 걸고 막겠소?”
그 말도 맞는 말이다. 당장 물대포를 쏜 경찰이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경찰청장이  살인진압으로 고발당하지 않았는가? 경찰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모든 게 다 원인이 있어서 이렇게 된 것이다.
최백수는 산신령을 돌아본다. 여전히 표정이 없다. 묵묵부답이다. 효험이 다한 때문인가? 아니면 아무런 제물도 차려 놓지 않고 공짜로 바리기 때문일까? 정성이 부족해서 호박떡이 설은 게 분명하다.
어쩌면 괘씸죄에 걸렸는지도 모른다. 최백수는 슬며시 연단에서 내려온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면 속이 시원해야 할 텐데 그렇지가 않다. 도무지 개운한 맛이 없다. 볼일 보고 밑을 닦지 않은 기분이다.

아마 박근혜 대통령도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김진태 의원도 필시 이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최백수는 기가 죽는다.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혼자 막으려는 것처럼 쓸쓸하다. 그의 힘없는 발길이 문장대로 향한다.
옛날 판잣집 상가가 있던 자리가 널찍한 공터로 변했다. 그 자리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다. 원래 이곳은 번잡한 곳이다. 법주사 쪽에서 올라온 등산객들과 만나는 곳이다. 법주사 쪽에서 올라 온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최백수는 갑자기 불어난 사람들을 보고 아직도 속리산은 법주사가 유명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근데 저게 뭐지?”
최백수의 발길이 바쁘다. 사람들의 틈을 헤집고 들어간다. 어느 잘 생긴 스님이 신도들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고 있다. 얼굴에서 빛이 난다. 깨끗한 피부는 속세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처럼 고고하다.
목소리도 청아하다. 그 젊은 스님을 더욱 존귀하게 만드는 것은 시중을 드는 처사다. 남자 스님 못지않게 단정하게 생겼다. 누군가가 스님의 설법을 방해라도 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근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상이다. 본 듯하긴 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때 마침 스님을 시중드는 처사가 말을 한다.
“조금만 조용히 해주세요. 스님 말씀이 잘 안 들리잖아요.”
바로 그 목소리다. 간드러지게 남자를 녹이던 소리다. 사랑 그 사랑이 정말 좋다고 합창하던 음성이다. 최백수는 정신이 번쩍 든다. 여우가 도섭을 한 것도 아니고, 언제 저렇게 변했느냐고 의아한 눈길로 바라본다.
분명 이 근처 사람은 아니다. 강원도나 전라도쯤에서 온 것이다. 모처럼 신도들과 문장대 구경을 온 것이다. 그런데 저 연놈들이 꾀를 낸 것이다. 신도들과 문장대에서 만나기로 하고, 자신들은 인적이 드문 화북 쪽으로 올라온 것이다.
단둘이 호젓한 산길을 오다가 보니 음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최백수는 더 이상 머릴 굴리지 않는다. 너무 흔한 일이니까. 연놈들을 뒤로하고 문장대로 올라간다. 불과 5분이면 올라갈 수 있는 거리다.
그런데 그 거리가 천 리라도 되는 것처럼 멀다. 한 걸음 두 걸음 계단을 오르는 데 무엇인가 자꾸 밟히는 게 있다. 조개사가 보이더니 화쟁위원회라는 말도 들린다. 바쁘게 움직이는 스님들도 어른거린다.
자신들이 나서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표정이다. 경찰과 민노총의 갈등을 중재하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나서기만 하면 평화적인 시위가 보장된다고 주장하는 소리도 들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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