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사람의 운명을 농(弄)하다니…

  • 그렇다면 금(金)인이 분명하다. 금인이 무엇인가? 매사가 분명한 성격이다. 끊고 맺는 게 확실하다. 권력 지향적이라는 특성도 있다. 그래서 법조계나 정치 분야에서 출세하는 경향이  있다.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대통령 등이 다 금인들이다. 정의감이 강하고 개혁성도 있다. 문제는 금인도 경(庚)금과 신(辛)금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최백수는 이승훈 시장의 모습을 떠올린다.
    단정한 모습에 광채가 나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辛 )금이 분명하다. 신금이라면 올해 충이 드는 게 아닌가? 올해가 을미년이고, 이승훈 시장의 일주가 신금이라면 을신(乙辛) 충(沖)이다.
    올해 충이 들어오는 해다. 충이 뭔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갈등이나 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자칫 구설수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액땜을 하는 걸까?”
    최백수는 갑자기 허기를 느낀다. 지금 몇 시나 되었을까? 허기를 느끼면 대충 1시쯤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계를 본다. 정확히 1시 10분 전이다. 겨우 10분 차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이승훈 시장을 신금 사주라고 한 것도 대충 맞을 것이다.
    오차가 있대도 10분 정도의 차이뿐일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만큼 사주의 전문가라고 자부한다는 뜻이다. 원래는 만세력을 봐서 사주의 8글자를 끌어내야 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옛날엔 사주를 구성하는 8글자를 끌어내는 방법을 배우는 걸 사주 공부로 여겼다. 요즘은 풀이만 할 수 있으면 된다. 만세력에서 사주를 빼는 것은 컴퓨터가 다 해준다. 급할 땐 컴퓨터가 없어도 된다.
    오래 하다가 보면 감(感)이란 게 생긴다. 시계를 보지 않고도 시간을 맞추는 것처럼…. 사주도 마찬가지다. 행동을 관찰하면 그 사람이 어떤 성격인지 알 수 있고, 그 성격에 따라 운세를 유추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건 일반적인 원칙이다. 예외가 없는 원칙이 없다는 격언도 있다. 대충 금인이라고 판단하지만 정 반대일 수도 있다. 목(木)인의 운명을 금(金)인으로 해석하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오차도 보통 오차가 아니다. 운명을 정반대로 해석하니까. 이승훈 시장을 금인이라 예상하고 운세를 보았는데, 만약 목인이라면 어떤 차이가 날까? 예부터 식자우환이라고 했다.
    얄팍한 지식으로 감히 사람의 운명을 농(弄)하다니…. 좀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사직동 쪽으로 방향을 튼다. 막 청주대교를 건너는데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다. 올핸 그렇더라도 내년엔 운세가 어떨까?
    최백수는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천간(天干)을 알았으니 이젠 지지(地支)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또 중얼거린다.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내년엔 병신(丙申)년이로구나. 그렇다면 병신(丙申) 수(水) 합(合)이 드는 해다.
    합(合)이 뭔가. 일이 성사되고, 갈등이 치유되며, 고난에서 풀려난다는 운세다. 그렇다면 이승훈 시장은 올해까진 고난을 겪겠지만 내년이 되면 점차 회복되는 운세라는 생각을 하며 빙끗이 웃는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분명히 이승훈 씨에겐 초대통합 청주시장이 호사(好事)였다. 호사도 보통 호사가 아니었다. 횡재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의외였다. 누구도 이승훈 씨가 초대통합 청주시장에 당선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
    우선 지역과의 연고가 많지 않았다. 대구 출생으로 고등학교와 대학도 서울에서 나왔다. 연고라고는 충북 부지사를 역임한 것뿐이다. 정치 경력도 보잘 것 없었다. 청원군 지역에서 국회의원에 한번 도전했지만 주목도 받지 못했다.
    제일 야당 정책의장 출신의 변재일 의원과는 게임이 되지 않았다. 한두 번 더 떨어지면 겨우 경합권에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였다. 아직은 애송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 그가 남상우 한대수씨 등 기라성 같은 후보들을 물리치고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되었다. 다들 귀를 의심했다.
    “빵! 빵!”
    최백수는 깜짝 놀란다. 뒤차들이 일제히 울리는 경적이다. 최백수가 개똥철학에 빠져 있는 동안 푸른 신호로 바뀐 것이다. 앞차는 벌써 저만큼 가고 있는데, 갈 생각을 하지 않고 공상에 잠겨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가속기를 세게 밞는다. 차도 주인의 급한 마음을 아는지 쏜살 같이 달아난다. 최백수는 뒤를 돌아본다. 경적을 울려대던 차들은 저만큼 떨어졌다. 다시 여유가 생긴다. 최백수의 귓가에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들려온다.

    “6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할일이 많아 못 간다고 하여라.
    7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못가겠다는 뜻이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버티겠다는 가사다. 아마 이승훈 청주시장도 살려고 발버둥을 칠 것이다. (매주 월수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