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보다 아들 농사 잘 지어야 성공한 인생”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에서 눈을 감은채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DB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에서 눈을 감은채 생각에 잠겨 있다. 뉴데일리 DB

    “많은 재력을 얻은 것보다 ‘자식농사’를 잘 지어야 성공한 인생입니다. 자식만큼은 마음대로 안 되더군요. 오직했으면 아들이 검찰에 구속돼 있는 동안에 면회를 가지 않았겠습니까. 내 자식이 마약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너무 괘씸했고 실망이 컸어요. 상균이도 아버지가 면회를 오지 않으니 자신을 포기했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사돈에게는 정말 미안하지요.”

    이준용 (주)신라개발회장(70)은 지난달 27일 충북 청주의 한 커피숍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약 50분간 털어놨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지난 8월 사돈을 맺은 이 회장에게 최근 근황을 묻자 자신의 어떤 재산보다 애지중지하는 “충북 보은 아리솔 골프장과 서울·청주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 골프장에서 가까운 보은읍에 숙소를 두고 있고 골프장의 잡초를 직접 뽑을 정도로 소탈한 생활을 이어가며 시골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26일 김무성 대표의 둘째 딸 현경씨(31·수원대학교 디자인학부 조교수)와 장남 상균 씨(38)와 결혼을 앞두고 언론에 김 대표의 예비 사돈이 충북의 재력가라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당시 지역일간지 모 기자가 이 회장의 아들 상균 씨와 김 대표의 딸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고 취재에 들어가자 그는 “결혼 사실이 보도될 경우 김 대표에게 누를 끼친다. 보도만은 하지 말아 달라”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상균 씨가 결혼을 한 뒤 터졌다. 그가 2014년 마약 투약으로 검찰에 구속됐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정치연합 등 야당 정치권 인사들이 연일 김 대표를 물고 늘어지는 등 정치쟁점화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 사위의 마약투약 파문은 자칫 대권의 꿈까지 낙마시킬 수 있을 정도의 폭발성이 컸다. 아직도 그 여진은 가라앉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회장으로서는 사돈 김 대표를 볼 면목조차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회장은 청주를 떠나 오랫동안 서울과 제주도 등 외지에서 사업을 해왔다. 그는 친분 있는 몇몇의 고향 사람들과의 만남은 이어오고 있지만, 언론이나 지역사회의 공식행사 등에 노출을 자제하며 은인자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 회장의 아들 상균 씨가 김 대표의 사위가 되면서 그도 덩달아 유명인사가 됐고,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상균 씨가 2014년 마약 투약혐의로 4개월 동안 실형을 살았던 것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충북은 물론 전국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김 대표가 충북의 부동산 재벌과 사돈을 맺은 이준용 회장이 누구냐. 그가 아들을 어떻게 키웠기에 마약을 15차례나 했느냐”는 등의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그가 충북 보은 아리솔 골프장(18홀·공시지가 311억 원)을 인수 한데 이어 음성 젠스필드 골프장을 인수한다는 소문까지 확산되면서 “이 회장은 역시 부동산의 귀재”라는 뒷담화도 잇따랐다. 호사가들은 “돈 버는 데 귀재인 그도 아들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아들 때문에 속을 얼마나 썩일까. 돈이 아무리 많으면 뭐하나”는 등 안타까움과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그를 잘 아는 한 인사는 “이 회장은 마치 돈 버는 재미로 사는 사람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람은 “그 많은 돈 쌓아놓고 죽을 거냐”는 등 부러움과 함께 재력가이면서도 재산의 사회 환원에 대한 인색함의 비판도 나오고 있다.
     

  •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이 회장은 충주가 고향이다. 부친은 충주에서 아시아극장을 운영할 정도로 당시로서는 상당한 재력가였다. 그는 26세 때 부친이 매입한 청도극장(당시 청주대 정문 앞)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사업을 배웠다. 이 회장은 영화 관람객들에게 극장표를 받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업에 몰두해 꽤 많은 돈을 모았다. 본보 기자가 이 회장에게 당시 청도극장에 가면 키가 큰 분이 극장표를 받곤 했는데, 그 사람이 이 회장님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 당시 나를 기억하느냐. 내가 그 때 극장 출입구에서 극장표를 직접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줬다.  

    그는 부동산에 탁월한 감각을 가졌다. 그가 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했기 때문이다. 지금 손아래 처남이 맡아 운영하고 있는 신라개발은 이 회장이 한 때 직접 경영하면서 지금의 부(富)를 일궜다. 그는 신라예식장(청주), 목화예식장(서울)을 운영했으며, 동인석재(청주 옥산)가 공장부지로 사용했던 대규모의 땅과 건물을 인수해 보유하다 되팔기도 했다.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 건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등 1만 세대 가까운 공동주택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 회장은 영어의 몸이 되는 시련도 겪었다. 제주도 세화·송당지구 개발사업 추진과정에서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근민 전 제주도 지사와 신철주 전 북제주군수 등에게 각각 3억 원과 7억 원 등을 건넸다가 2005년 11월 18일 제주지검에 구속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재판에서 무죄를 받아내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재판과정에서 “이 돈은 선거 자금이 아니라 조합 용역비로 준 것인데, 이 돈을 조합관계자들이 착복한 뒤 문제가 불거지자 돌연 뇌물로 둔갑시켜 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의 재산은 천문학적이다. 최소한 수천억 원은 넘어섰고 조 단위는 넘어설 것이라는 것이 주변사람들의 평가다. 그는 국내에서 현금 등 자금 동원력이 몇 안 되는 재력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자신의 재력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면서도 “내 재산이 남들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아들 상균 씨는 누구인가.

    상균 씨의 마약투약 사실은 지역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인사들에게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의 마약 투약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결국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상균 씨는 지난해 코카인 등 마약류를 15차례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이 구형됐지만, 법원은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은 “상균이 또래의 청주 출신의 마약 판매책(구속) 때문에 화근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물론 마약을 한 상균이도 문제다. 하지만 이 마약 판매책으로 인해 아들이 마약을 하게 된 것이 너무 안타깝고 실망스럽다”고 밝힌 것만 보더라도 그동안 마약 투약 문제로 이 회장의 상심이 컸음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김 대표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된 동기도 털어놨다. 이 회장은 “상균이는 결혼하기 전 1년 간 며느리와 사귀었는데, 마약으로 구속되면서 결혼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그는 “마약한 사람에게 누가 결혼하자고 하겠어요. 게다가 며느리는 김 대표가 가장 아낀 딸이었잖아요. 며느리가 상균이와 결혼을 하는 것을 포기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결혼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편으론 팔자려니 하지만, 상균이가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만큼 자숙하면서 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균 씨는 유학파며 이 회장으로부터 가업을 잇기 위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고 그동안 연예기획사 등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유명 정치인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김 대표와 사돈을 맺어 영광을 얻기는커녕 아들의 마약투약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결론적으로 이 회장은 ‘아들 농사’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이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상균 씨가 결혼 전에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구속되고서도 이례적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 봐주기 논란이 일자 “(사위가)출소한 뒤에 그 사실을 알았다”며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해명한 바 있다.

    김정원 기자

     <알립니다>
    이 기사는 이준용 회장에게 사전에 취재동의는 구하지 않았습니다. 본보 기자가 지난달 27일 청주 모 커피숍에서 이 회장을 만나 상균 씨의 마약투약과 결혼 등에 관한 내용을 상세히 들었고, 이 회장은 커피숍을 떠나면서 “상균 씨의 마약투약 등과 관련된 문제를 기사화하면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본보는 이 문제가 사회적 파장이 엄청나게 컸던 만큼 독자의 알권리 차원에서 기사화가 바람직하다는 판단 하에 보도하게 됐음을 밝혀둡니다. 본보는 이 기사로 인해 이준용 회장에게 누를 끼쳤다면 사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