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한다고 손님 불러놓고 주인부터 먹는 격
  • 11월 1일부터 최종웅 소설가가 집필하는 ‘소설식 풍자 칼럼 최종웅의 사랑 타령’을 매주 3회 연재한다. 최종웅 소설가는 충북 청원 출신으로 청주대학교를 졸업하고 공채로 중앙정보부에 입사하여 정보요원으로 활동했다.
    정보기관을 퇴직한 이후 지역 신문사에서 논설실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사설 칼럼으로 지역 현안을 날카롭게 분석한 언론인이다.

    최종웅 소설가는 언론인으로뿐만 아니라 소설가로도 명성을 날렸는데 감치명령, 나쁜 신문(전 3권), 뺑이(전 3권) 등 10여 권의 장편소설로 사회개혁을 시도한 작가다.


    한동안 위암으로 글쓰기를 중단하다가 다시 펜을 잡은 최종웅 작가의 눈에 비친 지역사회 문제가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자못 궁금하다. 특히 이번에 집필하는 칼럼 ‘사랑 타령’은 최백수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소설식으로 전개하는 것으로 시사칼럼의 틀을 깬다는 파격성만으로도 주목받을 것이다.(편집자 주)

    “정말 비가 오네.”
    최백수는 지금이 새벽이란 사실을 잊고 있다. 그저 비가 온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아파트 6층에서 바라보는 거리는 비로 젖어 있다. 희미한 가로등이라면 비가 얼마나 왔는지 분명치 않겠지만 LED 조명으로 바뀐 거리는 대낮처럼 밝다.
    비가 온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서도 실감이 안나는 지 창문을 연다. 요즘 아파트는 베란다가 없다. 문만 열면 바로 밖이다. 두 손을 내밀어 비를 맞아보고 싶은 것이다. 워낙 가물었기 때문이다.
    그 엄청난 크기의 대청‧충주댐 등이 바닥을 드러낼 위기라는 방송을 너무 자주 보았다. 큰일 났다는 위기감을 넘어서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는 생각이 그때마다 들었다. 손바닥에 빗물이 떨어진다.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당초 일기예보도 30mm를 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가뭄을 해갈하려면 600mm의 비가 와야 한다고 했다. 이런 비가 20일 이상 와야 한다는 계산이다. 최백수는 창문을 닫고 화장실로 가다가는 다시 창문 옆으로 온다.
    아직도 비가 오는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창문을 열지 않아도 비가 오는 모습이 보이고, 아스팔트 위에 빗방울이 튕기는 것도 보인다. 가뭄을 해갈할 순 없겠지만 숨통은 틀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화장실로 간다.


    “도대체 철이 없어도 그렇게 없단 말인가?”
    가뭄으로 민심이 흉흉한 시기에 역사 교과서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는 것도 문제지만, 도의원들이 자신들이 근무할 독립청사를 지어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것은 더 꼴불견이란 생각을 한다.
    최백수는 ‘철없는 아내’란 노래 제목을 떠올린다. 남편은 돈이 없어서 쩔쩔 매는데 옷 사 달라 화장품 사달라고 투정 부리는 철부지 아내를 생각하는 것이다.
    “당장 근무할 청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단지 다른 시‧도는 다 있는데 충북만 없다는 이유로 중앙초등학교 부지를 사서 독립청사를 지어야겠다고 고집하는 것이다. 얼핏 명분이 있어 보이지만 핵심을 위장한 사술이다. 청사를 지어야 하느냐는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불편하냐는 점이다.


    의정활동을 하는 데 문제가 없는데도 독립청사를 고집한다면 돈이 남아돌거나 철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침대에 누워서도 철부지 도의원들의 생각은 떠나질 않는다,
    “맞아!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했는데…”
    이 말은 물리적으로 중은 제 머리를 깎을 수가 없다는 불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지만, 그보다는 제 이속을 먼저 차려서는 안 된다는 명분을 얘기할 때도 쓰는 말이다. 도의원들은 주민들을 대표하는 자리이고, 처음엔 무보수 명예직을 자처한 사람들이다.
    차츰 돈을 올리기 시작하더니 웬만한 사장 뺨치는 보수를 받는다. 그걸 미안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신보다 못한 서민들을 보살피는 일부터 해야 맞는다. 일류회사 회장님들보다 더 으리으리한 건물에서 사무를 보면서도 독립청사를 지어주지 않는다고 아우성을 치는 것은 중이 제 머리부터 깎는 것처럼 염치없는 짓 아닌가?


    최백수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뭔가 비유가 적절치 않다는 뜻이다. 잔치를 한다고 손님을 초대해 놓고 주인이 먼저 먹는 격이다. 그런데 적당한 속담이 떠오르지 않는다. 독립청사 문제가 그렇게 시급하다면 자신들이 직접 나서지 말고 누군가를 시켜서 하든가. 재혼하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과수댁처럼 꼴불견이다.


    “이승훈 청주시장이 판단 하나는 정확한 사람인데…”
    통합 청주시 청사를 새로 지어야한다고 시의원들이 떠들어 댈 때 이승훈 청주시장은 빚을 얻어 청사를 신축할 수는 없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 비로소 철부지 시의원들의 인기성 발언이  수그러들기 시작했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