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건 수사, 밤샘 조사 등 구태 해소 시급...檢 개혁위, ‘폐지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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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파문’ 핵심 인물로, 지금까지 유일하게 구속을 면했던 우병우 전(前)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5일 새벽 수감됐다. 법원이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이 추진 중인 ‘보수정권 적폐청산 수사’는 8부 능선을 넘었다.

    특정 피의자에게 무려 3차례나 영장을 청구한 사례 자체가 흔지 않아,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의 3번째 영장 청구는 ‘도박’이나 다름없을 만큼 리스크가 컸다. 법원이 ‘혐의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다시 반려했다면, 검찰로서는 생각도 하기 싫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우 전 수석의 구속은 검찰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국정원 정치관여 의혹’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의혹’ 사건 수사는 물론이고,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의 ‘마지막 퍼즐’로 보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동력을 되찾을 전망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 구속은 쉽지 않은 난제를 검찰에 남겼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영장 청구과정에서 드러난 하자(瑕疵)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무엇보다 검찰이 우 전 수석 구속을 위해, 고약한 구태(舊態)인 ‘별건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은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별건 수사 혹은 별건 구속은 우리 검찰이 지우고 싶어하는 ‘흑역사’다. 특정인에 대한 혐의 입증이 여의치 않은 경우, 본 사건과는 관계가 없거나 적은 다른 혐의로 해당 피의자를 구속하는 별건 수사는, 검찰이 청산해야 할 내부 ‘적폐’ 중 하나다.

    벌건 수사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정부가 구성한 검찰개혁위원회가 그 폐지를 권고할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7일 검찰개혁위는 별건 수사를 금지하라는 내용의 권고안을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제출했다.

    검찰이 세 번째 영장을 청구한 주된 혐의는, 우 전 수석이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뒷조사를 국정원에 지시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미 구속된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통해,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함으로써, 법원의 실질심사 문턱을 넘는데 성공했다.

    이 혐의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앞선 두 차례의 그것과 다르다. 진보교육감 및 이른바 과학계 블랙리스트 의혹 역시, 기존 수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부분이다. 이런 사실은, 우 전 수석 신병확보에 비상이 걸린 검찰이, 별건 수사를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검찰이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악용하는 ‘밤샘 조사’도 논란거리다.

    검찰은 ‘피의자의 동의’를 조건으로 밤샘 조사를 하고 있으나, 이 경우 ‘동의’는 마지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검찰로부터 강도 높은 압박수사를 받는 피의자가, 검찰의 요구를 묵살하고 ‘부동의’ 의사를 표시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밤샘 조사는 피의자에게 같은 질문을 수십 회 반복하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양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식의 압박으로 이어져, 검찰이 자백을 받아내는 유용한 도구로 이용돼 왔다. 검찰개혁위는 이런 폐단을 근절하고자, 심야(밤샘) 조사의 폐지를 법무장관에게 권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우 전 수석을 불러 30일 새벽까지 16시간에 걸쳐 밤샘 조사를 벌였다. 지난 2월19일 있었던 검찰 조사는 19시간 넘게 이어지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의 혐의 입증을 위해 검찰이 관련 피의자와 비공식적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협의에 따른 형량 감경)을 했다는 의심의 눈길도 있다.

    우리 법은 플리바게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죄인을 벌하기 위해 또 다른 죄인의 형량을 가볍게 한다는 것은, 사법정책상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현안이다.

    우 전 수석을 비롯해 검찰이 적폐청산 수사와 관련해 법원에 청구한 영장 상당수가 기각된 사실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검찰은 영장 기각 결정이 나올 때마다 “법원의 결정은 상식 밖”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으나, 사안을 바라보는 법조계 내부의 시각은 온도차가 컸다.

    오히려 법조계 내부에서는 “법원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검찰의 주장보다는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법리(法理)에 부합한다는 견해가 힘을 얻었다.

    법원이 ‘무죄추정-불구속수사의 원칙’에 따라 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 영장발부 여부를 심리한 반면, 검찰이 수사 부실의 책임을 법원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에, 적지 않은 법조인들이 공감을 표시한 사실은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현 정부 출범 후 특수, 공안, 형사부서에서 20년 가까이 잔뼈가 굵은 엘리트 중간 간부를 대거 물갈이한 데서 수사 부실의 원인을 찾는 견해도 있다. 검찰이 오기로 영장을 청구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