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性 강한 싸움꾼' 면모 드러냈지만… 非朴非洪 정서가 변수
  •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특위 긴급회의에서 특수활동비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이 특위 긴급회의에서 특수활동비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강도높게 요구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사정(司正)정국이 조성되면서 자유한국당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을 맡은 김성태 의원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내달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레이스에서 1착이 유력한 '배당률이 가장 낮은 말'로 강력한 초주선행(初走先行)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당내 초·재선 의원 사이에서의 비박비홍(非朴非洪) 움직임이 변수라는 분석이다.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정치보복특별대책위원회 긴급회의를 소집해, 최근 야권의 목줄을 겨누고 있는 특수활동비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 추진을 결의했다.

    이날 김성태 의원은 "특위가 긴급하게 회의를 소집하게 된 것은 검찰의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라며 "검찰이 정권의 사정 도구를 넘어서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긴급회의에 한 시간 앞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특수활동비) 문제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지금 국정조사를 요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아울러 특검 요구도 있기 때문에 국정조사와 특검을 병행할지, 국정조사를 먼저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를 통해 이번 주내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원내대표가 특검과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 먼저 언급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성태 의원이 긴급회의 소집과 특별결의라는 형식을 통해 재차 특검과 국정조사 관철의 의지를 다진 것은 내달 원내대표 경선을 겨냥해 대여(對與)투쟁에 필요한 야성(野性)을 과시하는 과정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태 의원은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의 물밑지원을 등에 업고 내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앞서 "야당 원내대표는 이재오 의원이 가장 잘했다"며 "야당 원내대표는 야성을 가진 싸움꾼이어야 한다"고, 김성태 의원을 의중에 둔 듯한 발언을 계속해왔다.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이라는 자리 또한 그간 정책위의장이나 원내수석부대표 등의 원내직 경험이 없는 김성태 의원에게 홍준표 대표가 야성을 한껏 드러내며 정치적 체급을 키울 수 있는 '무대'로 마련해줬다는 관측이 많았다.

    정치보복대책특위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장제원 의원은 이미 당 수석대변인으로 영전했다. 게다가 특위 대변인으로서의 '싸움꾼 야성'을 수석대변인으로서도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국민은 양당의 입으로부터 정쟁이 아닌 민생을 듣고 싶어한다"며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자중자애와 함께 제1야당의 수석대변인으로서 품격을 지켜주기를 희망한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이러한 반응을 끌어낸 것 자체가 홍준표 대표가 원했던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홍준표 대표는 최근 장제원 수석대변인의 활약에 흡족해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처럼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장이라는 '날개'를 달고 원내대표의 자리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는 김성태 의원의 행보에도 변수는 있다.

    당내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비박비홍(非朴非洪) 정서가 그것이다.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전 대표의 측면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이, 자칫 친박과의 세(勢) 대결이나 계파 간의 '줄세우기'로 비쳐져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한국당 곽대훈·김성원·김성태(비례대표)·김순례·김종석·성일종·송석준·유민봉·윤상직·이은권·정종섭·정유섭·최교일·추경호 등 초선 의원 14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당은 계파정치와 패거리정치로 정당정치를 왜곡시키고 급기야 정권까지 빼앗겼다"며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계파정치의 징조가 나타난다면 단호히 배격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에 김성태 의원은 "지금 당이 처한 상황은 계파구도를 넘어 진영구도를 재편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라며 "그런 점에서 연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은 진영구도 재편의 전제요건이자 향후 정국흐름을 가늠하는 가장 큰 정치이벤트가 될 것"이라고 즉각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초선 의원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기본적으로 비박비홍 정서가 저류에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성명에 이름을 올린 한 의원은 "누구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 당에 중진의원은 많다"고 밝혀, 제3의 후보에게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이 쏠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