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진대피소 직접 가보니...안내표지 부족, 위치·접근성도 문제
  • 서울시가 지진옥외대피소로 지정한 서울 중구 소재 '무교1소공원'.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 서울시가 지진옥외대피소로 지정한 서울 중구 소재 '무교1소공원'. ⓒ뉴데일리 박진형 기자

    “여기가 대피소 맞나요?”(기자)

    “잘 모르겠는데요”(안내데스크 직원)

    17일 서울지역 지진옥외대피소 가운데 한 곳인 ‘무교1공원’을 찾았다. 경북 포항에 강진이 발생해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지진 대응 체계는 어떤지 궁금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서울안전누리 사이트’에 표시된 지진대피소 현황과 달리, 현장에서는 안내표지판조차 찾기 힘들었다. 서울시청에서 4분이면 도착하는 불과 260m 떨어진 대피소마저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서울 중구 소재 서울파이낸스빌딩(29층) 바로 앞에 있는 무교공원에는 노숙, 금연, 화기 사용 금지 등을 알리는 공원이용수칙만 적혀있을 뿐 이곳이 지진 대피소임을 알리는 문구는 찾아 볼 수 없었다.

    파이낸스빌딩 안내 데스크에 근무 중인 한 직원은 “무교공원이 지진대피소였는지 몰랐다”며 “지진이 나면 회사별 자체적인 대피 노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하면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몸을 보호한 뒤 흔들림이 멈추면 신속하게 야외의 넓은 공간으로 대피해야 한다. 벽돌과 유리조각 등 낙하물을 피할 수 있는 공원이나 운동장이 적합한 장소다. 이런 대피소가 서울 시내에 1,721개 가량 있다. 이재민들 임시숙소로 사용되는 실내구호소는 564개소가 마련됐다. 이 중 절반 가까운 대피소에는 안내표지판도 설치되지 않았다.

    국민안전처(행정안전부)가 올해 4월 마련한 ‘지진대피소 표지판 설치기준’에 따라, 각 자치구는 대피소 출입구에 1500×750(㎜) 크기의 안내판을 설치해야 한다. 노란색 바탕에 검정색 글씨로 표기해 눈에 띄도록 만들어야 한다. 필요한 경우 야간 조명도 세울 수 있다. 재질은 부식 방지 기능을 갖춘 반사지 등을 사용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1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안내표지판 설치 미흡과 관련해 “사업 기간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아무리 늦어도 올해 12월까지 모든 대피소에 안내판이 설치될 것”이라며 “현재 송파구와 노원구는 모두 설치가 완료됐는데 자치구 별로 약간 편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피소의 위치 및 접근성도 시급한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기자는 네이버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옥외대피소인 무교공원을 찾아갔다. 그러나 정확한 장소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표지판도 없는데다가 고층건물 바로 앞이 대피소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화단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대피공간도 터무니없이 부족해 보였다. 지나가는 한 남성에게 “이곳이 지진대피소라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고개를 갸우뚱 했다.

    “여기가 안전한 곳이 맞나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서울시 인구를 고려할 때 대피소 수와 규모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춘수 서울시의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옥외대피소의 수용능력은 361만1,935명, 실내구호소의 수용능력은 55만8,141명에 불과하다. 옥외 및 실내대피소를 모두 합쳐도, 서울시 전체 인구의 약 40%만을 수용할 수 있을 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숙식을 고려해 1인당 1평(3.3㎡) 기준으로 계산하다보니 대피소 수용인원이 시 전체 인구의  40%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사실상 1평이면 2~3명은 들어갈 수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