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3살 로버트 무가베, ‘김일성 친구’이자 北후원자로 유명
  • 짐바브웨 국영 ZBC 방송에 나와 쿠데타 성공을 선언하는 군부 관계자.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짐바브웨 국영 ZBC 방송에 나와 쿠데타 성공을 선언하는 군부 관계자. ⓒ英BBC 관련보도 화면캡쳐.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쿠데타가 발생,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 그 가족들을 가택 연금했다고 美AP통신, 英로이터 통신, 카타르 알 자지라 통신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짐바브웨 군사 쿠데타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英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이날 짐바브웨 군부대가 수도 하라레에 있는 국영 방송국 ZBC를 장악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장면과 장갑차와 군용 트럭들이 시내를 활보하는 모습을 보도했다.

    모요 장군이라고 밝힌 한 군인은 ZBC 방송에 나와 “우리는 이 나라를 사회적·경제적으로 망하게 만든 무가베와 그 측근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할 것”이라며 “무가베와 그의 부인, 가족들의 신병은 이미 확보했으며, 그들은 아직 건강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모요 장군은 이어 “우리는 짐바브웨를 더 높은 수준의 국가로 만든다는 계획을 완수한 뒤 원래 자리로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에 따르면, 현재 짐바브웨를 장악한 사람은 콘스탄틴 치웬가 장군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낯선 짐바브웨는 1965년부터 1980년까지는 ‘로디지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시 ‘로디지아’ 정부는 흑백 차별 정책을 펼쳤는데, 이때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을 학살하고 탄압하기 위해 용병을 고용해 악명이 높았다. 이후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해지자 백인 주도 정부는 사라지고 1980년 흑인들이 주도하는 ‘짐바브웨’로 새로 독립했다.

    로버트 무가베는 독립운동을 하다 12년 동안 투옥생활을 한 뒤 1980년 ‘짐바브웨’가 독립할 때 초대 총리를 맡았다. 1987년 총리제를 폐지하고 종신 대통령을 선언한 뒤 지금까지 권좌를 차지, 37년 동안 집권했다.

  • 과거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과 영부인 그레이스 무가베. ⓒ英로이터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 과거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과 영부인 그레이스 무가베. ⓒ英로이터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현재 국내외 언론들은 “이번 쿠데타는 무가베가 41살 연하의 부인에게 권력을 넘기려는 과정에서 역풍을 맞은 것”이라며 짐바브웨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원인을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무가베의 실권과 쿠데타 세력들의 전면 등장은 향후 아프리카는 물론 한반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

    무가베는 1980년 독립 이후 한국 정부의 수교 요청은 물리치고 북한하고만 수교를 맺었다. 이후 ‘종신 독재자’라는 공통점을 지닌 김일성과 무가베는 ‘친구’처럼 지냈다. 1994년 7월 김일성이 사망한 뒤에도 무가베와 짐바브웨는 “북한의 좋은 친구”로써 후원자 노릇을 해 왔다.

    무가베는 김정은이 집권한 뒤로도 북한에 동상을 주문하고, 우라늄과 무기 거래를 추진했으며, 북한 외화벌이 기관들이 짐바브웨에서 담배 농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무가베 정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짐바브웨를 통해 얻어들이는 수익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추정이 많았다.

  • 지난 15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시대를 점령한 쿠데타 군부의 장갑차. ⓒ英로이터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 지난 15일(현지시간)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시대를 점령한 쿠데타 군부의 장갑차. ⓒ英로이터 통신 관련보도 화면캡쳐.


    하지만 이번 쿠데타로 무가베 일가와 그 측근들이 권좌에서 끌려 내려옴에 따라 김정은은 대단히 큰 ‘외화벌이 일터’를 잃게 됐다. 또한 북한이 아프리카에서 활동할 때의 주요 거점도 함께 잃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