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소식통들 “올해 작황 나쁜데도 연초 계획대로 군량미 거둬가”
  • 북한군이 운영하는 농장에 간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북한군이 운영하는 농장에 간 김정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올해 북한은 가뭄과 국지성 호우, 이른 서리 등으로 인해 곡물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들이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정은 정권은 수확철이 되자 주민들로부터 식량을 수탈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8일 “한 해 동안 농사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북한 당국이 가을철이 되자 군량미 수탈에 열성적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면서 “북한 당국은 ‘국가알곡생산계획’이라는 것을 내세워 주민들의 곡물 수확량 대부분을 군량미로 거둬가고 있어, 일부 주민들은 식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올해 가뭄, 국지성 호우, 예상보다 이른 서리로 농사 작황이 예년에 비해 좋지 않은데 당국의 군량미 수탈이 도를 넘어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가고 있다”는 소식통의 하소연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당국은 올해 혜산시 주민들에게 두달 치 감자를 배급해준다고 했지만 실제로 받은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당국은 주민들에게 협동농장에 직접 가서 감자를 실어가라고 했지만 휘발유 값이 너무 비싸 배급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휘발유 가격이 북한 돈 2만 1,000원까지 올랐고, 여기다 차량 대여하는 돈까지 치면, 차라리 장마당에서 감자를 사먹는 게 더 적게 든다”면서 “지금 장마당에서는 아주 좋은 상태의 감자가 1kg당 북한 돈 600원”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감자를 포기했다고 해서 이것이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며 “올해 당국의 ‘국가알곡생산계획’은 1정보(9,917㎡) 당 감자 수확량이 30톤이고, 여기에 맞춰 농민 한 사람당 감자가루 8.5톤씩을 군량미로 바치라는 농업성의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농부 1명 당 3정보의 밭을 맡아서 경작하는데, ‘포전담당책임제’라는 제도에 따라 수확량 가운데 70%를 국가에 바치고, 농민은 30%를 가져가게 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 협동농장들의 감자 생산량이 1정보당 20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데도 북한 당국이 할당량 30톤에 맞춰 군량미를 더 내라고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농민에게 감자가 돌아가기는커녕 오히려 10톤가량을 사서 바쳐야 하는 셈이 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자강도 소식통은 “올해 자강도의 옥수수 생산계획 목표는 1정보당 4.2톤”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포전담당책임제’란 김정은이 2012년 6월에 지시한 ‘새 경제 관리체계’의 일환으로, 협동농장들의 과거 5년 간 곡물 생산량의 평균치를 생산 목표로 잡고, 여기에 따라 생산량의 70%는 당국에 바치고, 농민이 30%를 차지하는 제도라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 자강도 협동농장의 옥수수 생산목표가 4.2톤이라는 이야기였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집권한 뒤 5년 동안은 별다른 자연재해가 없고 농사가 잘 돼 왔는데 올해는 수확량이 평년 수준에 못 미친다”면서 “그럼에도 ‘국가알곡생산계획’대로 군량미를 거둬가 버려 농민들이 내년 식량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 소식통들의 말대로라면, 2018년 북한 내 식량사정은 상당히 나쁠 것으로 우려된다. 김정은 정권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또는 한국이 ‘인도적 지원’이라는 예외조항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의 식량을 지원할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