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 박규홍 서원대학교 명예교수.ⓒ서원대학교


     #1.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음행 중에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가운데 세우고 예수께 말하기를 “선생이여 이 여자가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혔나이다. 모세는 율법에 이런 여자를 돌로 치라 하였는데 선생은 어떻게 말하겠나이까?”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고발할 명분을 얻고자 예수를 시험하려는 것이었다. 예수께서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언가 쓰고 있으니까 그들이 되묻기를 마다하지 않은지라 이에 예수께서 일어나 말씀하시기를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시고 다시 몸을 굽혀 손가락으로 땅에 무언가 쓰셨다.

    그들이 이 말씀을 듣고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어른으로 시작하여 젊은이까지 하나씩 빠져 나가고 오직 예수와 그 가운데 서 있는 여자만 남았더라.

    예수께서 일어나시어 여자 외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시고 이르시길 “여인이여 너를 고발하려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정죄한 자가 없느냐?” 여인이 대답하기를 “주여 아무도 없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길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 하셨다.

    요한복음 8장 3절~11절에 나오는 성경이야기이다.   

    #2.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 가족의 고액 쪼개기 증여는 합법적이고 상식적 방식이다. 그런 방법은 국세청 홈페이지에도 소개되어 있다. 증여세를 낼 수 없으니 빌려주었고 임대료로 빌린 돈을 갚는 것은 상식적인 일임에도 홍 후보자를 언론이 도덕적으로 나쁜 사람처럼 몰고 있다. 만일 기자 여러분의 장모가 고액의 재산을 물려주면 안 받겠는가? 홍 후보자를 비난하려면 기자 여러분도 기사를 쓴 대로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터져 나오는 이런저런 그의 행적에 대하여 청와대 고위당국자가 기자들에게 홍 후보자의 행적이 지극히 상식적이라면서 말했다는 기사의 내용이다. 한마디로 “너희 중에 흠 없는 자 있으면 홍 후보자를 비판하라”는 취지로 보인다.    

    #3. 필자가 앞에서 성경구절을 인용했던 이유는 청문회를 앞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의 행적을 두고 청와대 고위인사가 기자들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성경구절과 대비돼서이다. 저잣거리 필부가 그러했다면 기자들이나 시민들이 따타부타 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홍 후보자는 일국의 장관후보자로 지명됐으므로 능력도 검증하고 품성도 가늠해보고 도덕성도 따져보려는 것이다. 전해지는 기사 내용대로라면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너희 중에 흠 없는 자 있냐”라는 말로 대충 국면을 넘어가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자꾸 드러나는 이런저런 그의 행적이 대충 넘어가기엔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 

    홍 후보자는 19대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시절, 소위 ‘홍종학법’으로 알려진 ‘면세점 규제법안’으로 수많은 면세점 직원의 일자리를 사라지게 한 인사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평소의 그의 정치적 소신은 재벌타파, 부자증세, 평등교육이다. 2013년에 ‘30억 원 이상 고액 상속·증여자에 대해 상속·증여세 강화’를 주장했고, 대를 건너 뛴 상속과 증여에 세금을 더 매기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가난한 서민의 정서로 보면 사이다 맛으로 보이던 그의 행보가 장관후보 지명 후 드러난 행적에서는 그의 정치적 언행과 너무 불일치된다. 그래서 국민들에겐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다.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자기 딸은 그런 류의 학교로 진학시키는 언행불일치 행적도 마찬가지이다. 말 따로 행동 따로 하다가 그것이 부메랑이 되어 발목 잡힌 꼴이다.        

    문제는 홍 후보자의 이런 행적보다는 이를 알면서도 밀어붙이려는 청와대 당국의 인식이다. 집권초반의 높은 지지율을 믿고 점점 자만에 빠져가는 권력의 속성이 보이기 시작해서 그 끝이 걱정된다.

    권력자 그들에게만 들리고 보이는 40% 지지자의 감언과 환호 뒤편에는 60%의 반대자 내지는 비지지자들이 있다. 권력자들이 반대자의 의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외눈박이가 되는 건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너희 중에 흠 없는 자 있냐?’ 면서 국면돌파하려는 생각을 버리는 게 옳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나라가 위중한 때일수록 권력자는 더 겸손하고 경청하는 정치를 펴야 국민들이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