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필요한 부분 있는지 정계진출 ‘고민’”
  •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김정원 기자
    ▲ 윤갑근 변호사(전 대구고검장). ⓒ김정원 기자


    지난 10일 서울 강남에 변호사 사무실을 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53‧사법연수원 19기)은 사건 수임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뉴데일리는 지난 6월 대구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난 뒤 정계진출설이 나돌고 있는 윤 변호사를 지난 26일 서울 강남 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검찰 재직당시 대표적인 ‘특수 수사통’으로 불린 윤 변호사는 먼저 “내가 능력이 되는지 판단이 돼야 정계진출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면서 정계 진출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윤 변호사는 “(지금 당장) 정계진출과 관련해 한다, 안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필요한지 필요로 한 부분이 있는지, 그리고 내 경험이나 지식이 유용하게 쓸 수 있을지 차분하게 검토하고 갈 수 있다”면서 “직업인으로서 막연한 기대나 공명심을 갖고 갈 동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안보상황과 경제여건도 그렇고, 국제질서 등 불안요소들이 너무 많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돼 확고한 안보플랜과 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국가적으로 확고하게 잘 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에서 24년 간 근무한 윤 변호사는 “재직당시 조직의 논리에 경도돼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국가 구조, 권력구조 상 어디에 들어가 있느냐, 대통령의 업무집행의 서포트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운명적인 한계가 있는 것이 검찰조직의 운명”이라며 검찰 재직당시 자신에게 비춰진 시각과 관련해 아직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그는 변호사 개업과 관련해 “연 매출 100억 원 이상의 대형로펌은 3년 간 갈 수가 없다. 조용히 변호사 생활을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변호사 개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고위직 출신들은 그만큼 어려운 사건들을 맡아 변론을 하게 되고 다툼이 치열하고 변론시간도 오랜 걸린다. 수임료도 사건의 난이도, 투입 인력, 기간 등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을 낸 뒤 형사사건 등 면담이 많다. 모든 사건을 다할 수는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사건이나 적격한 사건을 변론할 생각”이라며 “특히 변호사 일도 내가 변론할 가치가 있는지를 가장 먼저 보고 있다. 사건은 대립구조인데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왜곡 등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검찰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자부는 하지만 많은 부족한 점도 있었을 것이고, 전혀 새로운 같은 법조영역이기는 하지만 역할이나 업무가 다른 제2의 법조생활이다. 나름대로 보람도 찾고 가치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호사 생활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문재인 정부 들어 전 대구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것과 관련해 “그렇게 검찰조직에서 떠나게 된 것은 좋은 감정은 아니지만, 오해를 받거나 사실과 다르게 비춰지는 부분들 때문에 힘들고 약간 고통스러운 것은 맞다”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24년 간 근무했던 검찰의 인사과정(법무부)에서 최소한의 소명기회를 주거나 전보 사유를 설명해 주지 않은 채 검찰 고위간부를 좌천성 인사(법무연수원 연구위원)를 단행한 것에 대한 서운함이 묻어났다.

    그는 정계 진출설과 관련해서는 “꼭 검찰을 떠난 배경과 관련해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지금까지 검찰생활을 하면서 살아온 인생, 변호사 출발을 하면서 가는 인생, 내가 실현하고자 할 가치가 무엇인지,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해 정계진출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윤 변호사는 검찰에 재직할 당시 “바른 것은 드러내고 실천돼야 한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혀야 되고 피해를 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검찰에서 생활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많은 사건을 담당했고 이목이 집중됐던 사건도 많았다. 검사로 재직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억울한 피해자에게 그 억울함을 풀어줬을 때 그 패해자가 편지를 통해 고맙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 젊은 검사로 재직할 때는 마약과 조폭수사를 오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검찰에 재직하면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구명로비사건을 비롯해 이주성 전 국세청장의 비자금 조성 사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휴켐스 특혜인수 사건 등을 수사했으며 최태원 SK그룹회장과 동생 최재원 부회장의 횡령사건을 수사해 이들을 구속시키는 등 수많은 사건을 맡아 처리했다. 

    윤 변호사는 “변호사로서도 성공하겠다. 성공이라는 것이 돈을 많은 버는 변호사가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고 좋은 평가를 받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변호사 생활이 토대가 돼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여 정계 진출 등에도 큰 관심이 있음을 내비쳤다.

    윤 변호사의 고향 사랑은 누구보다 깊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이 고향인 그는 부모님이 고향에 살고 있다.

    윤 변호사는 “고향에는 자주 못가지만 고향을 지키고 고향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고향의 어른들을 위해 매년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고 밝혀 남다른 고향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가지고 있었다.

    청주고와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대구지검 경주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 윤 변호사는 대전지검 공주지청장, 청주지검 충주지청장, 수원지검 2차장, 서울 중앙지검 3차장,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대검 강력부장‧반부패부장, 대구고검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