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국민의당의 '위원장 총사퇴' 추진… 바른정당 둘러싼 경쟁?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태일 제2창당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김태일 제2창당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정계개편이 가시권 내에 들어온 가운데, 격랑에 휩쓸릴 각 정당 간의 긴장감 뿐만 아니라 정당 내부의 전운도 고조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헤쳐모여'가 이뤄지면 현역 국회의원이 당외(黨外)에서 유입된다. 이에 따라 원외당협 또는 지역위원장은 자리를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내년 6·13 지방선거, 멀게는 2020년의 총선을 준비하며 밭을 갈던 기존 위원장들 입장에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와 국민의당 제2창당위원회는 일제히 원외위원장의 총사퇴를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혁신위는 추석 직후 재개된 혁신위 회의에서, 보수가 궤멸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은 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일부 친박 핵심 의원들의 탓이 크지만, 당 전체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 하에 당협위원장 총사퇴를 논의했다.

    이옥남 혁신위 대변인은 한 뉴스통신사와의 통화에서 "당 전체의 반성과 책임 차원에서 그런 (당협위원장 총사퇴)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의 혁신위원회 격인 제2창당위원회도 앞서 지난 15일 "당의 구성원들 모두 내려놓기·비우기·새틀짜기에 나서야 한다"며 "혁신을 위해 기존 시도당·지역위원장들의 재신임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사실상 '총사퇴'를 천명했다.

    이와 관련, 안철수 대표의 의중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태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2창당위가 제안한 시도당위원장 전원 사퇴와 관련해 우리 당내의 분위기가 다소 어수선하다"면서도 "시도당·지역위원장들이 헌신적인 모습과 결연한 의지로 혁신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위로부터의 총사퇴' 움직임에 대해 당사자들인 당협·지역위원장들의 반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뭣보다 '사퇴'라는 것은 자진의 의사표시가 전제돼야 하는데, 당사자들은 바라지도 않는 '총사퇴'를 강제하는 것은 말만 '혁신을 위한 내려놓기'일 뿐 실제로는 '강요된 물갈이'가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한국당과 국민의당의 당대표는 각각 홍준표·안철수 대표로, 불과 5개월 전에 치러졌던 대선의 대선후보였다. 당협·지역위원장들은 "대선 때 험지(險地)에서 열심히 후보를 위해 뛰었는데, 이제 와서 토사구팽을 하려 드느냐"는 심리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한국당·국민의당 양당의 당협·지역위원장 총사퇴는 단순한 형식상의 재신임 절차가 아니라, 정계개편을 앞두고 바른정당 일부를 흡수통합하기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일선 원외위원장들이 느끼는 심각성은 더욱 큰 것으로 알려졌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류석춘 혁신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류석춘 혁신위원장.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자신의 지역구에 바른정당 현역 의원이 들어오거나, 지역 조직력이나 인지도 등에서 월등한 전직 의원이 통합 과정에서 합류할 경우, 당협·지역위를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졸지에 사퇴해야 할 당사자가 된 시도당·지역위원장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민의당 시도당위원장협의회 관계자 9인은 전날 상경해 국회에서 안철수 대표와 2시간 가까이 간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이렇다할 유의미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쌍방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는 이 자리에서 "토사구팽을 하거나 계파 챙기기를 하면 앞으로 내가 정치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일 잘하는 사람을 못하게 하면 국민이 다 볼텐데 안철수를 뭐라고 생각하겠나"라고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사력을 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참석한 시·도위원장 9인은 총사퇴 안에 여전히 반대하면서, 대신 조강특위를 통해 경쟁력이 약한 지역위원장을 선별 정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일부 친박계 당협위원장들도 '당협위원장 총사퇴'가 현실화되면, 친박계 일부 당협위원장들이 청산되고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전현직 의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고 있지만, 중앙정치권에서 바른정당의 분당(分黨)이 '초읽기'에 들어가는 등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관계로 양당 혁신위는 더 이상 원외위원장 총사퇴를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여, 파열음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이 먼저 공고를 했는데 한국당 혁신위는 (총사퇴를) 추진하고 국민의당은 중간에 안 해버리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이 외부 시각의 주체로 서술됐지만, 내심으로는 바른정당 흡수를 둘러싼 경쟁 국면에서 한국당에 뒤처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한국당 혁신위 관계자도 "(당협위원장 총사퇴는) 당이 쇄신을 하고 새로운 인재가 들어오기 위해 전제돼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인재 영입이나 (보수)통합을 위한 목적도 맞물린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