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사실상 분당… 통합파·자강파 물밑 '세불리기' 경쟁 치열
  • 바른정당이 사실상 분당(分黨) 국면에 돌입했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정신적 지주인 김무성 의원이 이달 26일을 분당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당내 통합파·자강파 쌍방은 소속 의원들을 물밑접촉하며 세(勢)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분당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양상이다.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26일 전까지 결론내야… 분당은 불가피"

    김무성 의원은 1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달말 바른정당 11·13 전당대회 후보등록일 전까지 통합 문제를 결론내야 한다"며 "유승민 의원을 끝까지 설득해도 안되면 분당은 불가피하다"고 천명했다.

    바른정당의 전당대회 후보등록일은 이달 26일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바른정당이 전당대회까지 하게 되면 (보수 분열이) 고착화된다"며 내달 13일로 설정했던 데드라인을 다시 보름 이상 앞당긴 것이다.

    이달 26일까지는 불과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바른정당 분당이 최종장(最終章)에 돌입한 것으로, 정국의 흐름이 매우 긴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근혜 출당이 원래 통합조건 아니었냐" 유승민에 반박

    창당의 두 주역이던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도 심리적·정서적으로 완전히 결별했다는 평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무성 대표는 그간 유승민 대표에게 '참을만큼 참아줬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무성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보수통합과 관련해 새롭게 제시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은 보수통합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으며, 한국당이 정책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김무성 의원은 "우리가 옛 새누리당을 탈당한 것은 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당이 돼 탄핵 사태를 초래했기 때문"이라며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당적 정리에 들어가면 통합 명분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이야말로) 우리 당이 통합 조건으로 요구했던 것"이라며 "유승민 의원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고, 보수통합을 앞두고 갑자기 새로운 전제조건을 만들어낸 유승민 의원을 질타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자료사진).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홍준표, 출국 전 박근혜 '탈당 권유' 의결할 듯

    이에 따라 향후 바른정당 분당과 통합파 의원들의 한국당 합류라는 정계개편의 윤곽이 어느 정도 뚜렷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은 우선 홍준표 대표가 오는 23일 미국 방문에 나서기 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탈당 권유' 징계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평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탈당 권유' 징계를 받게 될 경우, 자진탈당하지 않더라도 당헌·당규에 따라 10일이 경과한 뒤에는 당적이 말소된다.

    한국당 최고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탈당 권유'한 뒤 홍준표 대표가 바른정당을 향해 "명분은 갖춰졌으니 당대당 통합을 받아들이라"고 최후통첩하고 미국으로 떠나면, 바른정당 통합파가 움직이게 된다.

    이들은 당내 자강파를 향해 "한국당의 당대당 통합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압박한 뒤, 유승민 의원이 이를 거부하는 그림이 만들어지면 집단탈당을 최종 결단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서 의결되면 바른정당 통합파 "짧은 논의 거쳐 행동" 

    이 과정이 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23일 홍준표 대표가 미국으로 떠난 뒤, 26일 바른정당 전당대회 후보등록까지 약 사흘 사이에 통첩과 결단이라는 중대한 수순들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무성 의원은 "한국당이 출당 절차에 들어가면 그 결과를 지켜본 뒤, 짧고 심도 있는 당내 논의를 거쳐 행동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청산 대상'으로 거론됐던 '친박 핵심' 서청원·최경환 의원은 평당원이 아닌 국회의원 신분이기 때문에 이런 절차로는 출당할 수가 없다.

    굳이 출당을 하려면 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바른정당 통합파도 사실상 양해한 대목이어서, 홍준표 대표도 무리한 출당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무성 의원도 "정치는 타협"이라며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적 정리에 들어가면 통합의 명분이 된다"는 사인을 냈다.

  • 자유한국당 이철우 최고위원과 권성동 의원,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 등이 11일 의원회관에서 만나 보수우파의 통합 추진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자유한국당 이철우 최고위원과 권성동 의원, 바른정당 김영우 최고위원 등이 11일 의원회관에서 만나 보수우파의 통합 추진 방안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선도탈당 없이 11~12명 의원 집단탈당 예상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은 유승민 의원이 "당대당 통합 거부"를 고집하면 26일에 기자회견을 갖고 집단탈당을 할 것으로 보이며, 정치권의 분석과 관측을 종합해보면 이 때 집단탈당에 가담할 의원은 11~12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홍준표 대표가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면 그 사이에 박근혜 전 대통령도 10일 기간의 경과로 출당돼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후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당대당 통합에 준하는 형식으로' 한국당에 복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집단탈당 전에 선도탈당 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분당은 이미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기 때문에, 더 이상 정치적 긴장감을 높이는 선도탈당은 불필요한 국면"이라고 전했다. 김무성 의원도 "움직이게 되면 나도 같이 움직일 것"이라며 집단탈당에 힘을 실었다.

    ◆한국당~바른정당 통합파 3중 채널 구축… '세불리기' 심혈

    선도탈당과 같은 '수면 위로 드러나는 행보'는 없는 대신, 바른정당 통합파와 자강파 사이의 물밑 움직임은 더욱 숨가빠지고 있다. 마치 비상시국회의가 구성되고 새누리당이 분당을 향해 치달아가던 지난해 연말의 '데자뷰'를 보는 듯한 모습이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사이에는 이중삼중의 채널이 구축돼 탈당 인원 불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홍(친홍준표)으로 분류되는 한국당 이철우 최고위원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중핵인 김영우 최고위원 사이의 '보수우파통합추진위원회'는 수면 위에 드러나 있는 채널이다.

    이외에 역시 친홍인 홍문표 사무총장은 바른정당 통합파의 중진의원과 수시로 접촉하며 탈당 의원 조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홍준표 대표도 원외(院外)의 측근 인사를 통해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을 개별접촉하고 있으며, 지난 9일에는 홍준표 대표와 바른정당 통합파 일부 의원들 사이의 직접 회동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맞서 유승민 의원의 자강파 쪽도 세(勢)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아무래도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유승민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에 "유승민 의원이 추석 연휴부터 최근까지 의원들을 개별 접촉하면서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통합파 측에서는 최대한 많이 끌고 나가려 할텐데, 우리도 여러 사람을 접촉해서 '함께 가자'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