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의 '추석 장고'… 천안갑이냐 노원병이냐

친문 세력의 '死地 출마 강권' 대비… 천안 염두에 두며 노원서도 특강

정도원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10.01 12: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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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nited97@newdailybiz.co.kr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한 뒤 2011년 하반기에 언론계에 몸담았습니다. 2014년 7월부터 본지 정치부 소속으로 국회·정당에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제왕적 권력의 전횡과 중우적 직접정치의 함정을 넘어, 의회 중심으로 실질적인 대의민주주의가 구현되기를 기대합니다. 의회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여권의 대표 잠룡(潛龍)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추석 연휴 동안 이후의 정치적 진로를 놓고 장고(長考)에 돌입할 눈치다.

도지사 3선 도전이냐, 중앙 정치권 진출이냐, 또 중앙 정치권 진출이라면 어떤 방식을 통해 진출할 것이냐가 고민이라는 분석이다.

1일 충남도에 따르면, 안희정 지사는 추석 연휴 동안 서울에 있는 부모 댁에 머물며 가족과 시간을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내 일정으로는 금산인삼엑스포 축제장 방문만 예정돼 있다.

평소 휴일에는 내포신도시 내의 관사에서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게 안희정 지사의 취미였는데, 이번 연휴에는 관사 독서 대신 가족과 더 많은 대화를 택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정가에서는 안희정 지사가 향후의 정치적 거취와 관련해 생각할 시간을 갖고 가족과도 논의를 하기 위해 이같은 일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6·13 지방선거가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후의 정치적 진로와 관련해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안희정 지사 앞에는 크게 보면 충남도지사 3선 도전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를 통한 중앙 정치권 진출이라는 양 갈래 길이 놓여 있다.

이 중에서는 사실상 중앙 정치권 진출로 방향이 정해졌다는 게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이미 '대권주자'로 체급을 키운 안희정 지사에게 충남도지사 3선 도전은 큰 의미가 없다. 역대 지자체장의 대권 도전은 서울특별시장을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해 성공한 이명박 전 대통령 외에는 잘된 사례가 없다.

경기도지사만 해도 벌써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줄줄이 '대권 도전 잔혹사'만 쓰고 있다. 하물며 충남도지사를 발판으로 차기 대선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국회의원을 거쳐 당대표를 했던 문재인 후보의 압도적인 조직력에 밀려 지자체장인 안희정·이재명·박원순 후보가 모두 추풍낙엽처럼 밀려났던 게 그 증거다. 안희정 지사도 이쯤 해서 지방정치는 정리하고, 중앙 정치권에 진출해 국회의원~당대표 루트를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다만 중앙 정치권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어느 곳을 발판 삼느냐는 게 또 하나의 문제다.

안희정 지사의 주변에서는 충남 천안갑 도전설이 들려온다.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이 1심에 이어 지난달 18일 항소심에서도 300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으면서 의원직 상실 위기에 몰린 지역구다.

박찬우 의원은 즉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에서도 원심 판결이 유지되면 당선이 무효가 돼 재선거가 치러진다.

직전까지 충남도지사를 지낸 안희정 지사의 입장에서는 당선도 용이할 뿐더러, 차기 대선에서 바람몰이를 해야 할 '충청대망론'까지 고려하면 이보다 더 안성맞춤인 지역구도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오히려 이 지점에 있다. 충남 천안갑이 너무 안성맞춤인 지역구다보니, 당내에서 "대권주자가 험지(險地) 출마를 피하고 따뜻한 아랫목을 찾아다니며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 노원병도 안희정 지사의 잠재적 출마 지역구로 주목받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5·9 대선을 앞두고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공석이 돼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역구다.

'정치의 중심'인 서울 지역구인데다, 대권주자가 내려놓은 지역구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량감이 더하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안희정 지사가 노원구청에서 특강에 나섰던 것도 묘한 해석을 낳고 있다. 서울 노원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정치적 행보를 가져간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날 특강을 마친 안희정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내가 잘못했네"라며 "어떤 정치적 해석을 할 여지가 없이 시민강좌를 하기로 진작부터 약속했던 것"이라고 웃어넘겼다.

또, 김성환 노원구청장과는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동지이며 30년 된 친구"라며 "그것(노원병 출마)에 대해서는 전혀…"라고 선을 그었다.

김성환 구청장도 구청장 3선을 도전하지 않고 노원병 보선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김성환 구청장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노원병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셈이다.

안희정 지사의 이러한 언행과 관련해서는 당내 친문(친문재인) 패권 세력의 방해 공작을 염두에 두고 복선을 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권의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는 친문 세력의 시각에서는 안희정 지사의 국회 입성과 당대표 도전을 호락호락 지켜볼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차기 대권주자가 지나치게 이르게 부각되면서 '현재권력'인 문재인 대통령의 입김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서울 노원병' 출마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면 "그곳은 험지가 아니라 텃밭"이라는 둥의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서울 송파을 등 사지(死地) 출마를 강권할 우려가 크다.

이는 친문 세력이 지금까지 정동영·천정배 등 반문(반문재인) 세력을 정치적으로 제거할 때 흔히 써왔던 수법이다. 당장 서울 송파을은 19대 총선 당시 민주통합당 친문 한명숙 대표가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의 등을 떠밀어 출마시켜 낙선시킨 지역구이기도 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처음부터 서울 노원병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면 친문 세력이 안희정 지사를 송파을 등 사지로 내몰 수가 있다"며 "철저하게 천안갑을 염두에 두고 선을 그어놓아야, 친문 세력의 공작정치에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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