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4B, 2039년까지 운용…별명 ‘심판의 날 비행기(Dooms Day Planes)’
  • 최근 E-4B 나이트 워치의 내부를 공개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관련 영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돌았다. 사진은 2013년 9월 30일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된 E-4B 내부 영상. ⓒ유튜브 화면캡쳐.
    ▲ 최근 E-4B 나이트 워치의 내부를 공개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관련 영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돌았다. 사진은 2013년 9월 30일 유튜브 영상으로 공개된 E-4B 내부 영상. ⓒ유튜브 화면캡쳐.


    지난 9월 국내에서는 비행기 한 대가 화제에 올랐다. E-4B 나이트 워치라는 군용기의 내부를 공개한 유튜브 동영상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美전술 핵무기 재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전면 핵전쟁 시 지휘용 항공기가 눈길을 끈 것은 당연했다. 별명이 ‘심판의 날 비행기(Dooms Day Planes)’인 E-4B 나이트 워치는 대체 어떤 비행기일까.

    ‘에어포스 원’과 ‘E-4B 나이트 워치’

    E-4B 나이트 워치는 흔히 말하는 ‘에어포스 원’, 즉 VC-25와는 다른 기종이다. VC-25는 美대통령의 평소 전용기로 보잉 747-200을 베이스로 만든 비행기다. VC-25 내에서도 미군을 지휘할 수 있지만, 이곳은 ‘평시 집무실’에 가깝다. 동행 기자단에 수행원들까지 태우고, 비행기 내에 각종 편의시설도 다 갖추고 있다. ‘평시용 비행기’에 걸맞게 특별한 장치도 없고, 비행기 동체에는 여객기처럼 창문도 달려 있다.

    반면 E-4B 나이트 워치는 “핵전쟁이 발발한 직후 공중에서 최소한 3일을 머물면서 핵 반격과 미군 잔존 병력을 지휘하고, 전쟁 후 임시 정부 운영 등을 하기 위해 만든 공중지휘소”다.

    1970년대 초반 미군의 공중지휘소 역할을 맡던 EC-135 기종의 노후화가 심해지자 美정부는 ‘국가비상시 공중지휘소’ 프로그램, 일명 ‘481B NEACP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제안을 받은 곳은 보잉社로 당시 최대 여객기였던 B747-200 기종을 베이스로 새로운 공중지휘소 제작에 착수한다. 완성된 첫 E-4는 1973년 美워싱턴州 시애틀 외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보고 만족한 미군은 1973년 12월 4대의 E-4를 주문한다. 미군은 여기다 핵공격 시 전자기파 펄스(EMP)에도 견딜 수 있는 장비와 각종 전파를 이용해 지구 곳곳에 있는 미군들과 통신이 가능한 시스템을 얹는다. 이와 함께 E-4의 창문 전체를 막는다. 핵공격 시 섬광과 열이 기내로 들어오는 것과 함께 EMP 방호와 통신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만든 E-4의 대당 가격은 2억 2,300만 달러, 1시간 비행에 드는 비용은 16만 달러나 됐다.

    E-4의 크기와 성능은 모두 B747-200과 별 차이가 없다. 다만 내부 시설은 여객기는 물론 VC-25와도 상당히 다르다. 내부에는 탑승인원의 숙식에 필요한 공간과 회의실 이외에는 모두 통신지휘체계와 연료로 채워져 있다. E-4에는 112명의 인원이 탄다. 이들은 모두 핵전쟁 발발 시 대통령과 국방장관, 합참의장 등을 보좌해 핵공격과 방어, 반격을 담당하는 인원들이다. E-4는 최대 35시간 20분을 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오랜 비행에도 엔진이 과열되지 않도록 윤활유를 태워서 버틴다고.

  • 2005년 6월 업그레이드 한 장비를 싣고 EMP 방호 테스트를 하는 E-4B.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2005년 6월 업그레이드 한 장비를 싣고 EMP 방호 테스트를 하는 E-4B.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미군의 E-4는 1974년부터 미군의 공중 지휘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90년대 초반 냉전이 모두 끝난 뒤에는 그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1994년부터 일부 기체를 美연방재난관리국(FEMA)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 결국 2006년 1월 당시 제임스 럼스필드 美국방장관이 E-4 편대를 2009년부터 퇴역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다음 국방장관이 된 로버트 게이츠가 2007년 5월 이 같은 결정을 뒤집었다. E-4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을 높게 산 것이었다.

    2009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E-4의 필요성은 인정을 받아, 부분적인 개조와 업그레이드를 거친 뒤 2039년까지 사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에어포스 원’ 가는 곳은 어디든지 따라가는 E-4B

    미군이 E-4를 주문한 것은 1973년, 인도를 받은 것은 1974년이다. 처음 3대는 E-4A라 불렀고, 1979년에 인도받은 기체는 성능을 대폭 개량한 E-4B라 불렀다. 미군은 1980년부터 1985년까지 4대를 모두 E-4B로 업그레이드 했다.

    국내에서는 E-4B가 마치 美국방장관이나 합참의장의 전용기이며, 한국에는 2017년 2월 2일 제임스 매티스 美국방장관이 방한할 때 처음 왔던 것처럼 알려져 있다. 하지만 E-4B가 한국을 찾은 것은 여러 차례다.

    1987년 한미연합훈련 ‘팀 스피리트’ 당시 한국에 왔었고, 2010년 7월에는 로버트 게이츠 당시 美국방장관을 태우고 왔다. 2013년 9월 29일에는 C-17 글로브 마스터, C-32 수송기(B757을 VIP용으로 개조한 군용 수송기), C-40 수송기(B737을 VIP용으로 개조한 군용 수송기)와 함께 김포 국제공항에 착륙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상은 美국방장관이 단독으로 해외에 갈 때 E-4B를 사용한 사례다. 그런데 E-4B는 美대통령이 ‘에어포스 원(VC-25)’으로 이동하면 항상 가까운 지역 공항에 착륙해 대기한다. 美대통령이 해외를 방문 중이거나 국내라도 지방을 방문했을 때 핵전쟁이 일어나면 즉각 태우고 공중지휘소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 콜롬비아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에 내린 E-4B.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 콜롬비아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에 내린 E-4B. ⓒ위키피디아 공개사진.


    ‘에어포스 원’이 계류 중인 공항이 공격을 받은 상황일 경우에는 美해병 항공대의 ‘마린 원’ 헬기 편대가 대통령을 태우고 E-4B로 이동한다. 이런 상황은 2002년 영화 ‘썸 오브 올 피어스’에서 잘 표현하고 있다.

    오는 11월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美대통령이 ‘에어포스 원’을 타고 한국에 올 때에도 한국 또는 일본 어딘가에는 E-4B가 대기하고 있을 것이다.

    43살 된 E-4B 나이트 워치, 한반도 운명 결정할까

    E-4B 나이트 워치는 1974년 취역, 즉 올해 43살을 맞은 노령기다. 하지만 美정부는 후속 기종에 대한 검토를 아직 하지 않고 있다. 용도가 전면 핵전쟁 시 지휘기여서다. 2039년까지 사용한다는 계획도 전면 핵전쟁의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국제정세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이 핵전쟁과 무관했을 때 E-4B는 그저 흥밋거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핵탄두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로 국내에서 美전술 핵무기 재배치 요구가 점차 커지면서 E-4B는 한국에게도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됐다.

    지난 9월 한국 언론들은 E-4B를 ‘심판의 날 비행기’라고 소개했다.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이 계속 이어지고, 한국에 전술 핵무기가 재배치되는 날, E-4B는 ‘한반도 심판의 날 비행기’로 다시 주목받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한국에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고 북한이 한국을 공격한다면, 핵전쟁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한국 정부 대신 핵무기 공격을 결정하고 지휘하는 E-4B가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비행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