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파괴' '개 짖는 소리' 험악한 발언 오고가는 유엔총회… 북한도 유엔 연설 앞두고 있어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밤,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사진은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급 대화 당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밤,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사진은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급 대화 당시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앞두고 또다시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미국가 북한이 서로 설전을 벌이며 분위기를 격앙시켰기 때문이다.

    기조연설 이후 한·미 정상회담과 한·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북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싣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지만, 북한 이용호 외무상도 오는 22일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 있어 정부의 고심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밤,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앞서 유엔은 지난 11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소집해 북한에 대한 2375호 제재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면서 당사국 중 하나인 우리 나라의 반응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정부의 최근까지 움직임은 대화에 무게가 실리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를 비판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 '엄중주의' 조치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초강경 메시지로 북한에 경고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며 "어떤 나라도 핵무기와 미사일로 무장하고 있는 범죄 조직을 지켜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와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발언의 파장은 컸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였다.

    북한의 반응은 한층 더 날카로워 졌다. '개 짖는 소리'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숙소 호텔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가 짖는 소리로 우리를 놀라게 하려고 생각한다면 잠꼬대나 같다"며 "개가 짖어도 행렬은 간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전에도 당시 북한 자성남 유엔 주재 대사가 퇴장을 해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특히 리 외무상은 오는 22일 열리는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연설을 할 예정이다. 때문에 이 연설을 통해 미국을 향해 보다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을 것이란 전망도 뒤따른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난처해지는 대목이다. 그간 문 대통령은 대북제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발을 맞추겠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모이는 유엔 총회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 경우 한미 공조의 굳건함을 전세계에 보여줄 수는 있지만, 오는 22일 북한의 연설에서 더욱 차가운 반응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기도 쉽지 않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한 후 한-미정상회담은 물론 한미일 정상회담을 해야한다. 북한에 대한 대화메시지가 자칫 정상회담 분위기를 해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기로에 선 셈이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 지원 결정을 발표했다. 다만 지원시기는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았다. 대북제재와 대화를 모두 언급해야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주무부처가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