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모호성' 통해 中 움직이려한 사드와는 다른 행보… 北과 대화에 '올인'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6일 한·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6일 한·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모습. ⓒ청와대 제공

    무거워져가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문재인 정부가 지레 내려버린 '전술핵' 카드를 두고 '너무 섣부른 결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논란이 많았던 사드(THAAD)를 "외교적으로 활용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문재인 정부가, 오히려 여론에 긍정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전술핵 배치'는 사전에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서 외교적· 국제적 고립을 자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2일 이상철 NSC 1차장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만나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고조된 북한의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할 뜻을 내비쳤다.

    이상철 차장은 처음에는 비보도 전제로 전술핵 관련 부분을 설명했다가, 후에 일부를 보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검토한 바도 없음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고 했다.

    앞서 같은날 오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2375호 결의안을 통해 북한을 규탄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 금지 및 원유 수출량 제한 등 강도높은 제재 조치를 채택했다.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거세진 상황에서 '전술핵 배치' 포기를 언급한 셈이다.

    이는 대선 당시 '사드' 배치 여부를 '전략적 모호성'으로 설명했던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는 판이하게 다른 행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드 찬성 여론이 다소 우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조기에 확정짓자 이를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박근혜 정부가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외교적 카드로 '사드'를 활용하지 못하고 이를 포기했다는 취지였다.

    비록 사드의 잔여발사대가 지난 8일 배치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외교카드 활용 노력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사드를 지렛대로 중국 정부를 움직이기 위해 애를 썼다. 집권 이후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있기까지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사드 배치를 미뤄온 것은 물론, 심지어 잔여발사대를 배치한 지난 8일에도 대북제제에 미온적인 중국에 여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입장문을 통해 "사드체계의 최종 배치 여부는 여러번 약속드린 바와 같이 보다 엄격한 일반환경영향평가 후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미국과 중국에 훌륭한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전술핵 배치에 대해서는 지레 겁을 먹은 듯 포기를 선언했다. 미국과 협상으로 대북제재의 압박을 높이는 대신 대북제재 카드를 먼저 내려놓는 방법을 통해 북한에 대화의 신호를 보내는데 '올인'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그러나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국내 여론 또한 전술핵 배치에 어느때보다 우호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아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같은 문재인 정부의 움직임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대하는 러시아·중국의 움직임과도 연관이 있어보인다. 청와대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과 관련,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에 동참 한것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제사회가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같이한다는 점이 평가의 의미"라고 했다.

    결국 이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 '벼랑끝 전술'을 계속 구사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과 함께 제재의 수위가 점차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의미한다. 만일 북한의 도발이 계속 된다면, 국내에서도 '전술핵 배치' 여론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압박을 통해 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유용한 카드지만, 자칫 문재인 대통령의 '대화 기조'에는 반하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이상철 차장은 같은 자리에서 "예컨대 1991년 이후 우리 정부가 유지해왔던 '한반도 비핵화'의 기본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북한의 핵 폐기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명분이 약화되거나 상실될 우려가 있다"며 "또 남북한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동북아에 핵무장이 확산되는 그런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현재 문재인 정부의 북핵 정책 기조의 뼈대가 되는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지난 1991년 12월 31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핵문제논의 진전에 따라 이루어졌다. 지난 1992년 2월 19일에 발효된 이 선언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주한미군으로부터 도입한 전술핵을 철수했다. 당초 북핵 보유의 명분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북한이 대부분의 조항을 어긴 현재로서는 가진 현재로서는 이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주요 내용은 ▲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사용한다 ▲ 남과 북은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등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