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北노동신문, ‘핵무기의 EMP 위력’ 선전…메가톤급 돼야 위력적
  • 지난 3일 北선전매체가 보도한, 김정은의 핵무기 연구소 시찰 장면. 北선전매체는 이날과 지난 4일 'EMP 무기'에 대해 선전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일 北선전매체가 보도한, 김정은의 핵무기 연구소 시찰 장면. 北선전매체는 이날과 지난 4일 'EMP 무기'에 대해 선전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한은 지난 4일 선전매체 ‘노동신문’에 ‘핵무기의 EMP 위력’이라는 기사를 실어 한국과 미국을 협박했다.

    北‘노동신문’은 “일반적으로 핵폭탄이 30~100km 상공에서 폭발할 때 생기는 강한 전자기 펄스(EMP)에 의해 전자기구, 전기기계, 전자기 계통 등이 심하게 손상되거나 전력케이블과 안전기 등이 파손된다”며 “이런 높이에서 핵폭탄이 폭발할 때 에너지가 큰 감마선과 방사선들의 이온화 작용으로 많은 전자가 발생하는데, 이 전자들이 강한 EMP를 형성하고 지면 가까이 이르러 1,000kv/m 이상의 전자기장을 형성해 통신시설과 전력계통들이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北‘노동신문’은 “고공 핵폭발 시험 과정에서 EMP가 위력을 나타낸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에는 중요한 타격방식으로 인정되게 됐다”고 덧붙였다.

    北‘노동신문’의 보도는, 북한이 지난 3일 김정은의 핵무기 연구소 시찰 소식을 전하면서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폭탄이 목적에 따라 초강력 EMP 공격까지 할 수 있는, 다기능화 된 열핵 전투부”라고 선전한 것과 맞물리면서 국내에 큰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핵폭탄이 터질 때 강력한 EMP가 발생하는 것, 이 때문에 전기를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제품과 시설이 파괴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선전처럼 모든 전기 제품이 멈추는 것도, 단 한 발의 핵무기로 북미 대륙이나 한반도 전체를 암흑에 몰아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막을 수 있는 방안도 이미 있다.

    핵폭발 시 EMP 발생은 1958년 4월 28일 미국이 태평양에서 ‘하드택’이라는 암호명의 핵실험을 실시했을 때 처음 발견했다. 핵실험 이후 500km 떨어진 하와이의 가로등이 꺼지는 등 이상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EMP는 핵폭탄이 폭발한 장소에서 지구의 자기장에 영향을 받아 남북 방향으로 말발굽 모양으로 확산된다. EMP가 휩쓸고 가는 시간은 몇천 분의 1초에 불과하지만 맥박처럼 발생하기 때문에 여러 번 반복해서 충격을 준다. 1Mt급 핵폭탄이 성층권이나 전리층에서 폭발할 때 발생하는 EMP의 세기는 최대 50kv/m라고 한다.

    美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핵폭탄이 높은 고도에서 폭발하면, 감마선을 대량으로 방출하는데 이것이 대기 중의 원자와 부딪혀 ‘콤프턴 효과’에 따라 거대한 전자 파동을 만들어 내고, 지상의 전기 계통으로 흘러들어 과전류 상태를 만들어 내 문제를 일으킨 것이었다. 이후 미군은 이 EMP에 주목해 고고도 핵실험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미군은 1962년 7월 태평양 상공 400km에서 1.2Mt(메가톤, TNT 100만 톤의 폭발력) 규모의 핵폭탄을 터뜨리는 ‘스타피쉬 프라임’ 계획을 실행한다. 그 결과 1,445km 떨어진 하와이에서 300여 개의 가로등과 경보기, 각종 전자기기들이 고장났다.

    미군은 같은 해 10월 ‘블루길 트리플 프라임’, 11월 ‘킹 피쉬’ 계획을 통해 다시 고고도 핵폭발 시험을 실시했다. ‘스타피쉬 프라임’ 계획 당시 발생한 EMP의 출력이 5.6kv/m로 약해 이를 보완하는 계획이었다. 실험 결과 발생한 EMP는 22~30kv/m로 대부분의 전자 장비에 영향을 줬다고 한다.

  • 美본토 상공에서 핵폭탄이 폭발, EMP가 발생했을 때의 영향권. ⓒ美하원 국가안보위원회 1997년 보고서 캡쳐.
    ▲ 美본토 상공에서 핵폭탄이 폭발, EMP가 발생했을 때의 영향권. ⓒ美하원 국가안보위원회 1997년 보고서 캡쳐.


    1958년 4월 미군의 핵실험 결과를 파악한 소련 또한 핵폭발을 통한 EMP 효과에 주목해 비슷한 실험을 실시했다. 1961년 10월 6Mt급 핵폭탄은 고고도에서 터뜨리는 실험을 실시했는데, 그 결과 美알래스카에 배치돼 있던 조기경보 레이더를 비롯해 폭발 반경 4,000km 이내의 고주파 통신 시스템이 고장났다.

    이후 미국과 소련은 핵폭발이 없는 EMP 무기 개발에 주력했다. 소련은 공산당이 해체된 이후 EMP 무기 개발이 늦어졌지만, 미국은 개발을 거듭, 20세기 말에 이미 실전에서 사용했고, 최근에는 반경 7km 이내의 전자기 장비를 파괴할 수 있는 EMP 폭탄을 개발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렇다면 EMP를 막을 방법은? 당연히 있다. 이론적으로는 EMP가 덮치면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기와 시스템이 멈춰야 한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안전성 기준’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전력망의 경우 한국전력은 345kv 이상의 송전선과 송전탑에 과전류 강제방전 장치를 달아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신망은 KT를 비롯해 국내 광섬유 인터넷망은 EMP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서버 등을 관리하는 데이터 센터 또한 최근에 건설한 곳은 내진설계를 비롯해 전자파 차폐 인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MP 때문에 모든 차량이 멈춰 선다는 것 또한 수십 년 전의 상황을 지금까지 연장해 생각해낸 추정이다.

    2000년대 초반 美과학단체가 시중에 판매하는 차량과 픽업트럭 등을 대상으로 EMP 영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차량들은 시동이 꺼지거나 운전자가 어떻게 조종할 수 없는 전자계통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하지만 조사 대상 차량 가운데 70%는 얼마 뒤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었고, 전자계통 또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EMP를 쏘기 전에 배터리를 분리해 놓은 차량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전체 실험 대상의 20% 정도 차량만이 정비소에서 수리를 해야 할 정도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EMP에 의한 차량 피해를 우려할 때 또 생각할 부분이 있다. 바로 ‘급발진’ 같은 문제 때문에 갈수록 높아지는 차량부품안전기준이다. 현대 모비스를 비롯한 자동차 부품업체들과 자동차 업체들은 ISO 26262 인증을 받아 차량의 ECU(자동차 전자제어유닛)와 각종 전기 장비에 전자기파 차폐막을 설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위 ‘급발진’ 같은 문제가 외부 전자기장 때문에 생길 수 있다는 과학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군대의 경우 미군이나 일본 자위대는 EMP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군은 ‘밀스펙(MILPEC)’이라 부르는 ‘군사용 적합기준(MIL-STD)’에 EMP 방호 기준 ‘MIL-STD-461F’를 1986년에 제정, 전투기를 비롯한 주요 항공기, 탱크, 장갑차, 수송차량 등의 군용 차량, 위성통신 및 무전기 등에 적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덕분인지 ‘탱고’를 비롯한 한미연합사의 주요 지휘시설에도 EMP 방호 시설이 돼 있다고 한다.

  • 수도권 상공에서 핵폭탄이 폭발했을 때 EMP 영향권. ⓒ日언론보도 관련화면 캡쳐.
    ▲ 수도권 상공에서 핵폭탄이 폭발했을 때 EMP 영향권. ⓒ日언론보도 관련화면 캡쳐.


    북한의 EMP 공격에 오히려 위험한 분야는 민간 분야와 한국의 군, 경찰 등이다. 한국 군대와 경찰은 EMP 방호에 너무 무관심하다. 이는 지난 5년 사이 언론 보도만 봐도 알 수 있다. 민간 분야의 경우 금융기관, 종합병원, 상하수도 시설, 도시가스 공급 시설 등이 문제다. 전력망 자체를 막을 수 없는 이런 시설들은 EMP로부터 방호하기가 어렵다. 

    은행 및 증권사, 병원과 상하수도, 에너지 관련 시설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EMP로 인해 마비가 되면 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는다.

    계좌에 돈이 들어 있다고 해도 전산망이 보호를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병원에서는 중환자의 생명유지장치가 꺼지면서 인명피해가 급격히 커진다. 상하수도 시설과 도시가스 시설도 모터와 중앙제어실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마비된다. 도로의 신호등은 작동을 하지 않게 되며, 전력 공급망과 신재생 에너지 시설도 멈춘다. 자동차는 움직일 수 있다고 해도 주유소의 펌프가 멈췄기 때문에 연료를 구할 수 없어 결국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렇다면 민간 분야, 특히 시민들 스스로가 EMP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당연히 있다. ‘패러데이 새장’ 또는 ‘호프만 상자’라고 부르는 물건이다.

    1836년 영국 과학자 마이클 페러데이가 발견한 전류 효과를 응용한 것으로, 강력한 전자기장이 물체에 닿지 않게 도체 또는 도체로 만든 그물을 새장처럼 만든 것이다. 보호하려는 물체를 ‘패러데이 새장’ 속에 두면, 강력한 전자기장이 도체를 따라 흘러 지면으로 흡수되면서 피해를 입히지 못한다.

  • 일시적으로 고전압을 만들어 공기 중에 공진시키는 테슬라 코일로 '패러데이 케이지' 효과를 확인하는 모습.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 일시적으로 고전압을 만들어 공기 중에 공진시키는 테슬라 코일로 '패러데이 케이지' 효과를 확인하는 모습. ⓒ유튜브 관련영상 캡쳐.


    ‘이베이’나 ‘아마존’과 같은 美온라인 쇼핑몰에서는 ‘패러데이 백’을 판매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EMP 차폐가 가능한 필름과 시설을 판매하는 기업들이 다수 있다. ‘패러데이 새장’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실제 효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관련 실험영상과 제작법 등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패러데이 새장’을 구입하거나 만들어 스마트폰과 노트북, 관련 예비 배터리, 휴대용 태양광 전지, 비상용 무전기 등을 보관해 놓으면, 유사시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옥상 또는 지하에 물탱크를 만들어 물을 보관하고, LPG 가스를 사용하는 취사기구와 난방기구를 예비용으로 들여 놓으면, EMP 공격이 있어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드물기는 하지만 EMP 차폐 도료까지 나와 있어, 자금력이 풍부한 사람이나 기업이라면 주요 시설이나 주택에 이를 시공할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 3일과 4일 선전매체를 통해 “EMP로 공격하면 모든 전기사용 제품이 망가지고 석기시대처럼 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은 EMP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과 미국의 민간인에게 공포감을 불어넣으려는 속셈일 뿐이다.

    북한의 EMP 협박에 한국과 미국 시민들이 “정부는 뭐하냐”고 비난을 하기 보다는 스스로 방호 대책을 세운다면, 이런 협박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