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민운영위원회 내부 분쟁 탓", 운영위 "지방선거 앞두고 꼬리자르나"
  • 관악구 삼성동에 위치한 '행복나무 마을활력소'. 지난 16일 서울시의 협약 해지로 인해 폐업 상태다.ⓒ행복나무 홈페이지 캡처
    ▲ 관악구 삼성동에 위치한 '행복나무 마을활력소'. 지난 16일 서울시의 협약 해지로 인해 폐업 상태다.ⓒ행복나무 홈페이지 캡처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점(力點) 사업으로 꼽히는 '마을활력소' 중 한 곳이 8월 중순 시의 일방적인 통보로 사실상 문을 닫은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서울시 마을활력소 사업은 시·구 유휴공간 등을 마을 거점으로 조성해 지역 주민이 주도적으로 일자리 및 소득을 창출, 마을공동체 복원과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5년 8월부터 추진돼 왔다. 시는 현재 총 13개소의 마을활력소를 서울시 전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추가로 22개소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중 '폐업 1호'를 기록하게 된 곳은 지난해 9월 개소한 관악구 '행복나무 마을활력소'다.

    '행복나무 마을활력소'는 관악구 삼성동에 10년 간 방치됐던 유휴공간을 서울시가 리모델링해 1층은 카페로, 2층은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한 연면적 295㎡의 사업장이다.

    2015년 7월경 사업이 결정되고 8~10월 행복나무 주민운영위원회가 구성된 후 지난해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 그 해 6월 서울시의회의 사업 승인을 받아내고 9월 본격적으로 서울시와 업무협력을 체결했다.

    그러나 돌연 올해 8월 16일,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해당 주민 운영위원회에게 '협약 해지'를 통보해 마을활력소 사업 시행 1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이다.

    담당 부서인 서울시 지역공동체담당과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12월부터 해당 주민 운영위원회의 내부적인 갈등으로 인해 문을 닫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 측은 "내부 갈등으로 11명의 운영위원 중 3명이 자체적으로 해임을 당했는데, 이들이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고 서울시의 갈등조정 중재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민원이 야기돼 운영이 되지 않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지난 2월,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갈등조정담당관 부서에 갈등조정을 의뢰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주민 운영위원회의 입장은 서울시의 설명과는 달랐다.

    '행복나무 주민 운영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운영위 내부 갈등이 생겨난 것은 사실이나, 서울시는 그 어떤 중재역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에 갈등조정 프로세스 메뉴얼을 달라고 요청했고, 우리 운영위 내부의 갈등에 따른 해결방안을 요청한 것인데 엉뚱하게도 5월에 협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수긍할 수 없는 결과에 갈등조정 관련 자료를 요청했으나 민감한 사안이라고 줄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고도 했다.

    11명의 운영위원 중 올해 1월 내부 총회를 거쳐 3명의 위원을 상대로 해임 절차를 거친 것은 사실이나, 해당 사실을 서울시에도 분명하게 통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와는 별개로 마을활력소의 현상 유지가 충분하다는 점 역시 서울시에 설명했다고 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서울시 갈등조정담당과는 "당시 갈등을 중재했던 담당자는 현재 다른 부서로 전출간 상태라 자세한 내용은 해당 정책과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내놨다.

    현재 행복나무 마을활력소 운영위원회는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심판(행정청의 부당한 처분이나 공권력 행사로 권리 및 이익을 침해받은 국민이 행정기관에 제기하는 제도)'을 청구한 상태다.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1층에 열었던 카페 장비 역시도 우리 개인이 사비로 다 들여왔고, 서울시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자발적인 봉사로 모였다"며 "시는 80억의 예산을 잡고 대대적 홍보를 해놓고 이제와서 문제가 발생하니 자기들은 모르겠다는 식으로 사업장을 마음대로 폐쇄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 "마치 시는 예산 한푼 받지 않는 주민 운영위원회를 '을'(乙)처럼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다들 생업에 바쁜 낮 시간대에 우리를 오라가라 부르더니 이제 문제가 불거질 것 같으니 시민들을 이용하고 버린 꼴"이라고 했다.

    마을활력소 주민운영위원회는 '임의단체'로 지자체가 제재를 가하거나 제약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는 해당 운영위원회를 임의단체가 아닌 비영리단체로 돌릴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마을활력소 사업 자체를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취재결과 관악구는 올해 10월부터, 행복나무 사업장을 직영으로 운영할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복나무 운영위원회 관계자는 "청소년, 노인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고 지역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정말 좋은 사업인데, 잘못되니까 마치 시민 탓으로 돌라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한 세력키우기 혹은 치적쌓기로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 정책 담당관 역시 이 사업은 실패한 정책이라고 표현했다"며 "더 큰 문제는 우리 운영위원회가 조직력을 갖추고 대응방침을 밝히자 이같은 사실이 불거질까봐 현재 해당 사업장을 닫지도 열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2층만 개방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행복나무'의 1층 카페는 사실상 문을 닫았고 2층 다목적 커뮤니티실은 개방된 상태다. 시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관악구와의 대관업무 계약으로 인해 그 부분은 임시로 개방을 한 상태"라고 말했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행정을 잘 모르는 시민들의 자치 운영은 분쟁의 소지가 당연히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일을 벌려놓고 뒤에 가서 책임은 시민 탓으로 돌리는 서울시의 이같은 행태는 명백한 치적쌓기용이며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했다.

    본 기사에 대해 서울시는 “협약을 해지한 사실은 맞지만 폐업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도 2층에서 계속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폐업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서울시의 중재노력이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시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는 3개월 동안 행복나무 운영위원들 사이의 내분을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