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위원장, 법적 근거 "총리령에 따라 소관업무 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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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왼쪽)과 이윤석 대변인(가운데), 이희진 대변인(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왼쪽)과 이윤석 대변인(가운데), 이희진 대변인(오른쪽)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3차 회의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이하 원전 공론화위)는 3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국민적 공론을 도출한 뒤 정부에 권고안을 전달하는 자문기구”라고 다시 강조했다.

    지난 7월 27일 2차 회의 브리핑에서 “원전 중단 여부를 가리는 최종 결정은 정부의 몫”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는 이튿날 정부가 “공론화위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서 내놓은 결과를 전폭적으로 수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과 다시 배치되는 말이다.

    원전 공론화위는 또한 브리핑을 통해 "원전 공론화위가 정부 정책 결정에 권한을 가진 기구로 비춰질 오해를 살 수 있다"면서 ‘시민배심원단’의 명칭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대표참여단(약칭 시민참여단)’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김지형 원전 공론화 위원장은 이날 3차 비공개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공론조사라는 것이 정부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전에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 가운데 하나”라며 “우리 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에서의 의견과 공론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공론화위 대변인도 “우리 위원회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라 독립적인 지위를 통해 국민 여론의 공론화를 설계하고 그 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한 후 나온 결과를 권고의 형태로 정부에 전달하는 자문기구라는 점을 다시 명확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지형 위원장은 정치권이 제기한, 원전 공론화위 설치의 법적 근거 논란에도 해명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할 때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기 위해 기구를 설치해 조사를 했다고 가정해 보자”면서 “이 경우 여론조사 기구에 대해 법적 근거 유무를 따지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국무총리 훈령인 ‘신고리 5ㆍ6호기 공론화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소관 업무를 위임받았다고 지적하고 “해당 훈령 제2조에 의하면 공론화의 모든 과정은 원전 공론화위가 심의·의결하는 바에 따라 공론화 위원회 책임 아래 진행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정부가 국민여론을 근거로 정책 방향을 잡겠다는 것이지 여론조사기구가 실질적인 정책 권한을 가진다고 해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원전 공론화위에 따르면, 국민 공론조사는 8월 중에 1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19세 이상 국민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원전 공론화위는 1차 조사 응답자 가운데서 토론회 및 최종 조사에 참여 의사가 있는 시민 500명을 무작위로 추출, 토론 등 숙의(熟議) 절차에 참여할 사람을 뽑는다. 2차 조사는 1차 조사 때보다 심도있는 질의가 나올 것이라고 한다.

    원전 공론화위는 2차 조사를 마친 뒤 시민참여단에게 자료집을 숙지시키고, 전문가 및 원전산업 이해 관계자의 의견 청취, 토론회 등을 거친 뒤 3차 조사를 통해 최종 공론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원전 공론화위는 세 차례에 걸친 조사를 통해 원전 건설 중단과 건설 재개 의견 비율, 찬반 선택 과정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 수렴, 토론 과정에서 쟁점이 된 사안에 대한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원전 공론화위는 업무 효율을 위해 4개 분과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각 분과마다 위원장을 선임했다. 이에 따라 조사분과에는 김영원(분과위원장), 이윤석 위원을, 소통분과에는 김원동(분과위원장), 류방란 위원을, 숙의분과에는 이희진(분과위원장), 유태경, 이성재 위원을, 법률분과에는 김지형 위원장(분과위원장 겸임), 김정인 위원을 선임했다.

    김지형 위원장은 ‘공론화위가 작성한 권고안에 원전 찬·반이 표시되느냐’는 질문에 “원전 건설중단에 대한 최종 의견 비율은 객관적인 사실이므로 권고안에 당연히 넣을 것”이라며 “다만 편차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유의미한 것인지 평가하는 것은 계속 고민할 부분이고, 조사가 승패를 가르는 게 아니라 갈등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권고안에 담고자 한다”고 답했다.

    원전 공론화위는 두 번째 브리핑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는 원전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청와대가 이를 받아들일 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공론화위는 또한 이날 기구 설치의 법적 근거에 대해서도 '국무총리 훈령'을 내세우며 해명했지만, 이것만으로는 갈등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수력원자력 노조가 지난 1일 “정부가 에너지 위원회의 심의없이 원전 공론화위를 구성하는 등 법적 절차를 어겼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원전 공론화위 활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원전 공론화위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갈등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 때마다 “전원개발촉진법 제5조제4항에 따르면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를 상대로 한 의견 수렴을 거치고, 광역지자체장의 의견을 들어야 정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를 원전 공론화위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스스로 법으로 정한 절차를 어겼다”고 거듭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