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공약·과제 위해선 年 35조6천억원 필요, 가정맹어호 고사 살펴야
  •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제안한 '법인세 인상 세재개편안'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현 의원, 이현재 정책위의장, 정 원내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 이현재 정책위의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3회의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제안한 '법인세 인상 세재개편안'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우현 의원, 이현재 정책위의장, 정 원내대표, 홍문표 사무총장,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 ⓒ뉴시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수레를 타고 가는 길에 서럽게 울고 있는 한 부인을 발견했다. 공자는 제자 자로를 시켜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일렀다.

    부인은 울먹이며 사연을 털어놨다. “이곳은 아주 무서운 곳이랍니다. 몇 년 전에 저희 시아버님이 호랑이에게 해를 당했지요. 그런데 작년에는 제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하나밖에 없는 제 자식까지 호랑이한테 그만...”

    자로는 얘기를 듣고 의아해 했다. “그럼 왜 이런 험악한 곳을 떠나지 않는 겁니까?” 부인이 답했다. “저도 몇 번이나 떠날 생각을 했었지요. 하지만 여기서 살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 당하거나 관리들이 재물을 함부로 빼앗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즉 가혹한 세금(정치)은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는 고통보다 더 무섭다는 고사성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정부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증세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2017년 세법개정안’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하는 방향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시한 증세 방안에 따르면, 소득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서 과세표준을 신설해 법인세율을 25%를 적용한다. 5억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올린다.

    문제는 법인세다. 세계적 추세와는 정반대로 향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지난 4월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한다는 세제개혁안을 발표했다. 독일도 지난 2008년 25%에서 15%로 법인세율 인하를 결정했다. 영국도 2020년까지 법인세율을 15%로 인하할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율은 2017년 기준으로 22.5% 수준이다.

    식음료업체 맥도날드와 버거킹, 자동차업체 피아트, 광고업체 옴니콤, 의약품판매업체 월그린, 제약회사 애브비, 페리고, 액티비스 등 수많은 기업들이 법인세가 낮은 다른 나라로 본사를 이전하거나 검토 중에 있다. 지금보다 세금을 절약할 수 있는데 자국에 남아서 더 높은 법인세를 낼 이유가 없다는 경영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한국의 최고 법인세율(22%)은 OECD 평균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공약과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매년 35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상당 수준 법인세율을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현재의 증세 논의보다 한 단계 발전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과세소득 구간을 더 만들거나, 세율을 더 올리거나, 대상을 더 확대하거나, 국채를 더 발행하는 방법 등을 검토할 여지가 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문재인 정부의 기조에 전문가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올해 세제개편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을 시작으로 증세에 나서겠다고 공식화하면서 내년 조세부담률이 2007년을 뛰어넘어 20%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박근혜 정부도 증세 없는 복지를 내걸었지만 사실상 많은 증세를 해 지금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높아진 상태”라고 우려했다.

    옛말에 임금이 인을 실천하며 어진 정치를 베풀려고 해도 그것을 해치는 것이 둘이 있다고 했다. 형벌이 많으면 백성들의 원한이 많아 인(仁)을 해치고 세금이 무거우면 백성들의 기름과 피가 말라붙어 인(仁)을 해친다는 것이다. 무릇 사람이란 여유가 있으면 남에게 양보하지만, 부족하면 서로 다투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법인세를 과도하게 인상할 경우 어떤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