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전 10·26때 다 달아난 모습 목도했던 JP "朴대통령 참모들 어떻게 했기에…"
  • 1979년 11월 3일, 구 중앙청광장에서 엄수된 박정희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오열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족대표로 참석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DB
    ▲ 1979년 11월 3일, 구 중앙청광장에서 엄수된 박정희 전 대통령 영결식에서 오열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족대표로 참석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DB

    직전 정권 청와대의 문건이 연일 다량으로 '발견'되면서, 누가 왜 어떤 경위로 무슨 목적으로 문건들을 남겨놓은 것인지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는 지난 14일 직전 정권의 민정수석실에서 발견된 문건을 생방송을 통해 공개한데 이어, 17일에는 정무수석실, 20일에는 국정상황실에서 발견된 문건을 공개했다.

    이쯤 되면 '파도파도 나오는 셈'이다.

    청와대 경내의 모든 책상과 사물함·캐비닛을 '전수조사'해가며 뒤지고, 그 '발견물'을 무슨 전리품 얻은 양 생방송으로 공개하는 새 정부도 이상하지만, 이렇듯 다량의 문건을 남겨놓은 직전 정부도 이상하긴 매한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5년간 잠시 머물러가는 곳이다. 전셋집이란 우스갯소리도 있고, 공중화장실이라 칭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왜 문건을 남겨놓았는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이번에 발견된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에 따른 '대통령기록물'이라면 분류해서 이관하고,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사적 문건이라면 적절한 방법으로 폐기·파쇄했어야 마땅하다.

    해당 문건들이 대통령기록물이든 아니든, 또 그 처리를 안했든 못했든 이해할 수 없는 정황인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최근 노령으로 입원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민정수석실 문건이 공개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도대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모신 참모들이 어떻게 했기에 이렇게 통제력이 없느냐"고 개탄했다.

    김종필 전 총리는 1979년 10월 26일 밤, 육사 8기 동기인 손달용 경찰청장으로부터 "청와대가 이상하다. 무슨 사건이 벌어진 것 같은데 가보셔야 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청와대로 올라가던 중 깜짝 놀랐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청와대로 향하는 길을 검문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김종필 전 총리는 "주변에서 본관에 이르는 동안 사람 없는 바리케이드만 남아 있었다"며 "큰일이 나도 단단히 났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나아가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짐하던 경호 병력들이 아마도 '대통령이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청와대로 누가 쳐들어오는가 싶어 모두 도망을 했나보다"며 "여차하면 제 살 궁리부터 먼저 하는 게 인간 세상의 이치인 모양"이라고 씁쓸했던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버지 대통령'의 유고(有故) 때 이와 같이 황당한 사태를 목도했던 김종필 전 총리로서는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뒤 '딸 대통령'의 탄핵 때에도 별반 다르지 않은 사태가 다시 되풀이되는 것에 놀라고 개탄스러웠을 법도 하다는 관측이다.

    10·26 사태가 터졌을 때 청와대 사람들이 전부 달아나 사라졌다는 이야기만큼이나, 지난 3·12 탄핵 이후 청와대 보좌진도 '자리가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들린다.

    3분의 1은 아예 출근도 하지 않고, 또다른 3분의 1은 오후에나 출근했다는 말도 있다. 두 달 가까운 시간이 있었는데 수천 장의 문건이 그냥 남아 있었으니, 38년 전 그날보다 어찌보면 더욱 황당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