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이사회의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결의에…"법적 근거 없다""한수원은 일반 주식회사가 아닌 공적 기관, 고도의 공공성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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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 사무실에서 김태훈 상임대표가 신고리 5·6호기 공사일시중단을 비판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 사무실에서 김태훈 상임대표가 신고리 5·6호기 공사일시중단을 비판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원자력 발전이 80% 차지하는 한수원…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은 죽겠다는 소리"

    지난달 고리 원전 1호기가 영구정지된 데 이어 14일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방침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 한 법률단체가 법적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한변)은 19일 법원에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 결의 무효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한변 소속 변호사들이 던진 의문부호가 압권이었다.

    "사드(THAAD) 배치를 할 때는 그렇게 절차를 따졌으면서, 왜 원전(原電) 문제는 충분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가?"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이 대체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기에 변호사들이 이런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일까. 

    <뉴데일리>는 20일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태훈 대표는 인터뷰에서 "한수원은 일반 주식회사가 아니라 공적 기관이기에 이사회가 '뚝딱' 만드는 효력이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문제에 대해서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고도의 공공성과 법절차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론화위원회 출범과 동시에 신고리 5·6호기 공사가 중단된다는 사실과 관련해 김태훈 대표는 "아무런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공사를 멈춰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김태훈 대표는 그에 대한 법적 근거로 2008년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에너지기본법)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사업법), 2014년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2015년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들었다.

    해당법에 신고리 건설이 명백히 명시돼 있는 만큼, 공사 중단 결정은 정면으로 위반된다는 주장이다. 그는 "산업부장관의 사업 승인, 원자력안전위의 공사허가 등 각 국가기관이 관여해 승낙해 놓은 것을 이제 와서 안한다고 하는 것은 공공성에 반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사무실에서 김태훈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사무실에서 김태훈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한수원, 정부 입김 받았을 것…공사 중단 '법적 당위성' 없다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발언한 후, 27일 국무회의에서는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시민배심원단을 꾸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어 2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수원에 '공사 일시중단 조치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14일 한수원은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을 결의했다. 노조 측의 반발과 함께 여론이 악화되자 17일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이사회 결의로 공사를 일시중단하긴 했으나 3개월 간 원전안전성 등을 충분히 알려 영구중단만큼은 막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한수원 노조는 "산업통산자원부가 한수원에 협박성 공문을 보냈는데 공기업 사장이 정부 눈치를 안 볼 수 있었겠느냐, 앞으로도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19일 법원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김태훈 대표는 "한수원 사장이 언론에서 '정부입장을 안 따를 수 있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는 정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영구중단을 막겠다는 이관섭 사장의 발언이 사실상 공사재개를 위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신고리 5·6호기 건설 현장. ⓒ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김태훈 대표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공사일시중단 조치 협조공문'을 두고 한수원 측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온 것은 하나의 행정지도"라고 밝히며 여론을 수습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진짜 하나의 행정지도에 불과하다면 굳이 한수원이 그런 정부조치를 왜 따르겠느냐, 이는 행정지도를 위장한 명령이라는 걸 반증하는 셈이다."

    일각에서 '공사진행비로 인한 손실'을 염두에 두고 공사 일시중단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경제적인 손해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공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몰라도, 아무 문제 없이 진행하던 공사를 멈출 때는 그만한 명분과 법적절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훈 대표는 "목숨이 오늘 내일하는 100세 노인을 상대로 폭행살인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치자,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범죄자에게 정당성과 면죄부가 주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 사무실에서 김태훈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이하 한변) 사무실에서 김태훈 상임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소송 배경 "우리는 공익단체, 특정 정당과는 전혀 관계 없어"

    사실 한변은 신고리 5·6호기 공사중단과는 법률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단체다. 이에 한변은 한수원의 모회사인 한전 주주 2명을 원고로 하고, 법률서비스를 지원하는 형식의 소송방식을 택했다.

    비상장기업인 한수원의 주식 100%를 한전이 가지고 있기에, 한수원이 피해를 입으면 한전도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공기업인 한전 지분 51%를 정부가 보유한 상황이라 한전도 한수원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정부에 반기를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한변 측은 "한전 주주는 한수원 주주의 지위에 준하기에 한전 주주 2명을 원고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한변은 이외에도 향후 한수원 시공·협력업체 등 피해가 예상되는 원고인단을 추가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소송대리인으로는 한변 소속 변호사인 권성 전 헌법재판관,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 등이 나설 예정이다.

    소송대리를 맡은 석동현 전 부산지검장이 자유한국당 부산 해운대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혹시 한변이 자유한국당과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태훈 변호사는 누차 강조했다.

    "석동현 변호사가 한변 소속인 것은 맞지만, 한변 자체는 특정 정당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한변 소속 변호사가 정당활동을 하는 것은 개인자유이지만, 혹여나 한변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관련 소송을 대리한다는 오해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김태훈 대표가 설명을 이어갔다.

    "우리가 우리 돈을 써가면서 이런 일을 왜 하느냐는 질문도 간혹 듣는다. 그러나 우리는 공익단체이고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염원을 갖고 있다."

    그는 "원전 문제는 향후 전기료·세금 급등·기술력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는 백년지대계 에너지 안보이자 국가적인 문제"라고 재차 설명했다.

    김태훈 대표는 "신고리 문제의 경우 사드 못지 않은 안보 현황"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신고리 공사중단 문제는 현재 한전이 영국과 진행 중인 21조원 규모의 원전 매각 협상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런 이유에서라도 3개월 간 공사가 중단돼선 안된다고 했다.

    현재 영국 정부는 12일 자국에서 추진 중인 차세대 원자로 건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의 후보 모델 중 하나로 한국이 독자개발한 원전 'APR 1400'을 포함했다. 해당 모델은 현재 신고리 5·6호기와 같은 원전이다. 당초 영국은 'APR 1400'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했으나 아랍에미리트(UAE)에 동일 수출모델이 안전성을 검증하며 성공적으로 건설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이를 후보 모델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일 서초동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20일 서초동 사무실에서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미 배치한 사드는 그렇게 '절차' 운운하더니...

    김태훈 대표는 인터뷰 내내 '법적 절차'를 강조했다. 동시에 "이미 한반도에 들여와 배치까지 끝낸 사드에 대해서는 역으로 절차를 따지면서 문제를 삼더니, 왜 국가의 중차대한 에너지 사업인 원전에 대한 절차는 모두 생략했나"라고 반문했다.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이다.

    탈원전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모두 생략된 채, 갑작스럽게 추진되는 탈원전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김태훈 대표는 원전의 당위성을 가릴 수 있는 국민적 차원의 공론화 과정이 생략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의 탈원전 전제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 한수원 이사회의 신고리 공사 일시중단 결정 역시 잘못됐다."

    김태훈 대표는 탈원전 전제가 성립하지 못하면 공론화위원회·시민배심원단의 당위성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공론화위원회는 아무런 법적지위가 없는데 공론화위가 출범한다고 해서 공사가 3개월 중단되는 것도 법적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태훈 대표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기본계획이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짜인 만큼, 이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너지원계획을 수정하는 등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이 자체가 공론화"라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공사중단 무효소송이 현실화 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러자 김태훈 대표는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는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김태훈 대표는 "국가기관의 권력행사로 불이익을 입는 국민에게 절차를 보장한다는 법이 바로 헌법상 '적법절차의 원칙'인데 한수원 등은 국가기관에 준(準)하는 공공기관"이라고 역설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등으로 전기료가 올라가고, 한수원 협력·시공업체 직원 등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마땅히 절차를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절차적 정의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거듭 톤을 높였다. 

    그는 "만일 무효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면 오히려 정부와 한수원 이사회 측에 면죄부만 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했으나 '기울어진 운동장'이더라도 불공정한 게임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향후 묵묵히 법절차 공방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한 대목이었다.

    한편, 한변은 김태훈 상임대표의 주도로 2013년 설립됐다. 이후 대한민국 정체성 수호·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 토대의 공동체 가치 실현·자유, 평등 및 행복을 추구하는 실질적 법치주의 확립·북한인권 포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 기반마련을 목적으로 각종 법률지원과 공익소송수행에 나서고 있다.